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의 여유’완 달리 아침부터 분주히 노트북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있다. 카페에 앉아 평균 3시간 이상씩 공부 또는 업무를 보는 이들은 바로 ‘카페공부족(이하 카공족)’이다. 카공족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이들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좋지 않은 편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카공족을 민폐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거리두기’가 사회적 미덕으로 떠오르면서, 카공족에 대한 여론은 더욱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갈 곳 잃은 청년들
  본래 카페 공부(이하 카공)는 이용에 부담이 없고 인터넷 연결에 필요한 와이파이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30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다 보니 대학가 주변 카페에선 대학생 카공족으로 가득 찬 카페의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카페에서 밤을 지새우는 카공족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에 따라, 카공엔 문제가 생겼다. 음식 섭취가 이뤄지는 카페 특성상 마스크 착용이 불가하고, 장시간 이용자가 많아 집단 감염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카페엔 청년 카공족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렇듯 코로나의 위험에도 카공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공족의 이야길 들어보기 위해 본지는 학우 129명을 대상으로 지난 16일부터 6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본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학습 장소로 가장 선호한 곳은 △카페=40.3%(52명) △도서관, 열람실=26.4%(34명)이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집=62.8%(81명) △카페=24.8(32명)순으로 그 순위가 변경됐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도서관과 열람실,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학습 공간의 선택지가 집과 카페로 국한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 이후에도 많은 청년은 카페로 향하고 있다.

공간 부재에서 시작된 카공
  그렇다면 청년들은 왜 학습 공간을 ‘집 안’에서 찾지 않고, ‘집 밖’에서 찾는 걸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배경엔 분명 ‘공간의 부재’가 있다. 2015년 기준 서울시 청년 1인 가구의 37%는 일명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생활한다. 또한 ‘국토정책 Brief’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0대 1인 가구의 평균 주거 면적은 약 8.6평으로 나타났다. 10평 남짓의 공간에서 화장실과 주방의 면적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공간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거주 형태로 자취(원룸)를 선택한 21명 전원은 학습 공간과 여타 공간(부엌/침실 등)의 분리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처럼 자취 형태가 대부분 원룸인 20대의 경우, 온전히 학습만을 위한 공간을 갖추긴 더욱 어렵다. 때문에, 학습 공간을 찾아 카페로 향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본교에 재학 중인 A 씨는 코로나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종종 카페로 나선다. 현재 자취 중인 원룸은 답답해 집중이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벗을 때마다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 안엔 마땅한 학습 공간이 없다는 게 A 씨의 입장이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 또한 카공족을 마냥 달갑게 맞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카공족 대부분은 장시간 카페를 이용해 회전율을 낮추고, 코로나 이후에는 방역 문제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페 영업자는 영업 중에 손님의 마스크 착용을 일일이 신경 쓸 수 없어 실질적인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격상하면서 카페 이용이 어려워지자, 카공족은 제약이 없는 맥도날드 등의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이러한 양상에 일각에선 ‘맥공’이라는 신조어로 이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국’에 카공은 분명 방역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카공족에 대한 분노는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카공의 이면엔 많은 대학생이 마주한 주거 문제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코로나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지속해서 카페로 향하는 이유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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