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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린 의뢰인>은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실화를 재구성하는 것을 넘어, 아동학대를 그저 개인적인 가정사로 치부하는 사회적 인식을 꼬집는다. 이를 통해 학대를 타인의 일로 여기고 방관하는 사회에 불편한 메시지를 던진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아동학대

  계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온 다빈, 민준 남매. 어느 날 민준이 계모의 폭력에 의해 사망하고, 계모는 다빈을 협박해 허위로 자백하게 한다. 변호사 정엽은 과거 남매의 학대 사실을 외면했단 죄책감에 다빈의 변호를 자처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다빈의 무죄와 계모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정엽의 고군분투를 현장감 있게 그려냈다.

  <어린 의뢰인>은 캐릭터의 현실고증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남매를 돕기보다 자신의 삶을 우선시하기 바쁘다. 정엽, 이웃 주민 심지어 다빈의 담임 선생님까지 영화 속 어른들은 일제히 아이들의 상처를 모른 척한다. 이렇게 냉소적인 어른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영화는 관객의 양심에 경종을 울린다. 관객은 캐릭터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보며 혹시 나도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를 외면하진 않았나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더불어, 실화 내용에 허구 장치를 추가한 점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다만, 허구 장치를 이용한 미장센을 작위적으로 꾸며낸 탓에 영화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졌다. 실제로, 영화는 상영 내내 킹콩 인형을 강조하며 클로즈업했다. 이는 관객에게 킹콩 인형이 극의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단서란 사실을 알려주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색하게 끼워 맞춘 듯한 감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누구나 극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도록 사물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반복되다 보니 결말에 대한 흥미도 급격히 떨어졌다.

  영화 <어린 의뢰인>은 부모의 폭력이 절대 훈육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시선을 작품 전반에 드러낸다. 또한, 아동학대를 방관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약자의 상처를 외면하고 회피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는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학대를 조명하며,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장서율 수습기자 loveyul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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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착한 아이야는 아동학대 문제를 모티브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연작 소설이다. 소설은 5개의 단편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맺은 관계의 불균형을 다각적으로 담아내며, 그들의 심리와 치유 과정을 유려한 문체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작품은 독자에게 주변 아동을 향해 따뜻한 관심을 건네길 당부한다.

온기를 나눠줄 어른으로서의 한 걸음

  보살핌이 아닌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아이들,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에도 이어진 학대의 대물림. 소설집 너는 착한 아이야는 뉴스 속에서나 등장하던 아동학대 이야기를 담백한 문체로 전하는 작품이다.

  『너는 착한 아이야를 구성하는 5개의 단편 중, 고뇌하는 방관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거짓말쟁이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 편의 화자는 부모나 학대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로, 학대받는 아이와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 어른이다. 그는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인물을 통해 작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을 성숙한 어른이라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학대를 방관하는 주변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제 의식을 전한다. 아울러, 학대가 이뤄지는 부모·자녀 간 수직적 권력 구조를 제삼자인 이웃의 시선에서 묘사함으로써, 폭력은 주로 약자를 향한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또한, 다섯 편의 독립된 이야기들이 모두 사쿠라가오카마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소설 전개 과정에서 다른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를 언급하며, 단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서로 이웃으로 연결됐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긴밀한 구성을 통해 작가는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 아동학대가 실은 가까운 곳에 존재할 수 있단 사실을 각인시킨다. 덧붙여, 주위 아동을 향한 꾸준한 관심이 아동학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해결책도 제시한다.

  소설집 너는 착한 아이야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아이들에겐 따뜻한 포옹이, 어른에겐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만약 우리가 아동학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내 일처럼 여긴다면, 아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불어넣어 줄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최유진 수습기자 cyj44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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