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수지와 이민호의 열애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 열기는 사그라질 줄 몰랐고 많은 네티즌이 ‘수지가 아깝다’든가, ‘이민호가 더 낫다’라고 왈가왈부했다. 나도 평소에 관심 있게 보던 두 연예인이라 이 이슈를 검색하게 됐다. 댓글 창에는 두 연예인의 연애를 축하하는 글이 있지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또한, 박하선과 류수영의 열애설이 났으며 장윤주의 결혼 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기사 올라오면 정치기사를 잘 봐야 한다’라는 댓글이었다. 정치기사를 찾아본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부 5년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 자원개발 기업 29곳에 ‘일반융자’ 형식으로 2,800억 원 넘는 돈을 빌려줬다는 기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확인만 할 수 있었다. 기사 수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안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기사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의 첫 페이지에는 온통 열애설로 도배돼 있었다. 나 역시 댓글을 보지 않았다면 그 기사를 찾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눈앞에 있는 장벽에 막힌 채 언론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예로는 ‘무한도전’에서 ‘식스맨’ 특집으로 활약하고 있는 장동민이 과거 여성비하 발언과 삼풍백화점 생존자 막말 논란과 관련된 기사가 있다(물론 그는 이 특집에서 하차했다).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을 촉구하는 문화제 후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려는 세월호 유가족에게 경찰이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는 등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월호 문제가 간간이 포털사이트에서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화면을 도배한 내용은 장동민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렇게 이슈를 덮기 위한 이슈는 과대망상일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항상 느껴왔다. 헌법에 따르면 국민에게는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국민과 언론이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국가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정치적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연예계의 일을 이슈화하는 우리나라의 언론을 보며, 대중의 알 권리를 언론에 침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언론은 대중에게 알 권리를 확실히 제공해야 한다. 또 국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어도 국민의 심판이 필요한 일이라면 받는, 청렴한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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