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이 약 1%p 증가한 것에 반해 여성은 약 15%p 증가했다
△ 남성이 약 1%p 증가한 것에 반해 여성은 약 15%p 증가했다
△ 2030 여성은 전체적으로 남성 대비 높은 자살률 증감률을 보였다
△ 2030 여성은 전체적으로 남성 대비 높은 자살률 증감률을 보였다

  오늘도 11명의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최근 2년간 하루에 자살로 사망하는 여성의 평균치로, 한 달이면 330명, 1년이면 약 4,000명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가 시작됐던 지난해 상반기에 여성의 자살률과 자살 시도자 수가 급증하면서, 여성 자살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자살을 시도한 여성의 수는 9,355명으로 전년 동일 기간 대비 약 15%p 증가했다. 또한, 해당 기간에 자살로 사망한 여성의 수는 재작년 동일 기간 대비 4.8%p 상승했다. 그렇다면, 최근 청년 여성의 자살 시도 및 자살률이 유독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3일간, 우울감을 경험한 적 있는 2030 여성 1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로나, 우울감의 기폭제 되다
  우선, 본지는 청년 여성이 겪는 우울감의 깊이를 파악하기 위해 자신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우울감의 정도를 물었다. 이에 ‘높다’ 혹은 ‘매우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52.4%(66명)로,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자신의 우울감을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우울감을 느끼는 빈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일주일에 1~2번=34.1%(43명) △일주일에 3~4번=25.4%(32명) 순으로 높은 응답이 나타났다. 게다가, 자살 충동 경험의 유무를 묻는 항목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71.4%(90명)에 해당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우울감은 코로나 사태로 더욱 심화됐다. 코로나 발생 전후 우울감의 변화를 묻는 항목에 ‘코로나 발생 이후에 더욱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6.3%(71명)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는 우울감이 코로나를 계기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응답자 중 87.3%(110명)는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우울감을 체감하고 있었다. 또한, 자살 충동을 경험한 시기를 묻는 항목에도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82.3%(79명)였다. 이렇듯 우울감과 자살 충동 모두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이를 경험해본 이들이 대다수였다.

  즉, 청년 여성의 우울감 및 자살 충동 문제는 코로나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기보단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고질적인 문제에 해당한다. 실제로 지난 3년간의 국가통계포털의 자료를 살펴보면, 2030 여성의 자살률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특히 20~24세 여성의 자살률은 2017년 기준 9.5%, 2018년 기준 12.5%, 2019년 기준 16.7%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자살률의 증감률 또한 최근일수록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 2018년 대비 2019년에는 33.6%, 2017년 대비 2019년에는 75.8%를 기록했다. 이는 동일한 나이대의 남성이 2018년 대비 2019년 기준 –0.6%의 증감률을 보이는 것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수치다. 이처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이들의 자살률은 청년 여성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동시에, 해당 문제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단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사회 위기에 더욱 취약한 여성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와 2030 여성의 자살률 급증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산업이 축소되고 고용이 불안정한 시기에 여성들은 먼저 해고된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가사 노동은 오직 여성의 몫이다”라며, 결국 코로나 사태가 여성을 더욱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응답자의 말처럼,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사회는 성별 불문 고용이 침체됐고 고용시장이 축소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의 고용률은 2월 대비 4월에 2.7%p 감소했으며, 여성 실업자는 6만6천 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의 고용률 역시 1.8%p 감소했고, 실업자 수는 5만7천 명 증가했다. 그러나 그 비율과 수를 비교해보면, 코로나 사태는 여성에게 더욱 큰 타격을 입혔음을 알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서비스직과 비정규직에 대량 분포해왔으며, 다시 말해 이들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나머지 인력으로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 상황 속에서 청년 여성의 자살 문제가 심화된 것은, 이들이 사회의 위기 상황에서 더욱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더 이상의 참상을 막기 위해선
  그렇다면, 최근 급증한 2030 여성 자살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본지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요소는 ‘사회적 고립감 등의 심리적 압박=74.6.%(94표)’이었다. 이어 △다양한 형태의 젠더폭력 속에서의 사회적 불안=73.8%(93표) △고용불안 심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66.7%(84표) △가족과의 갈등 및 가정 폭력 문제의 심화=49.2%(62표) △돌봄 및 가사 노동의 부담=23.8%(30표) 순으로 높은 응답이 이어졌다. 또한, 동일한 요소에 대해 복수 응답을 가능하게 설정했을 때의 득표수 합은 총 응답자 수의 3배에 달하는 364표를 기록했으며, 복수 응답을 한 사람의 비율은 무려 90.5%(114명)에 달했다. 결국 청년 여성의 우울감과 자살률 급증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원인으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지는 설문조사를 통해 청년 여성들이 사회에 요구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이에 ‘고용시장에서 여성을 배제하지 말아 주세요’,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확실히 보호해주세요’,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해주세요’ 등 다양한 범주에서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중 한 응답자는 “언젠간 지나가는 감정일 것이라고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청년 여성들이 극도의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고, 왜 자살까지 하게 되는지, 이런 비극을 방치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여성들의 처지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청년 여성의 우울과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유튜브 채널 ‘슬랩 slap’의 영상 <‘조용한 학살’이 다시 시작됐다>에서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 장숙랑 교수는 “우울증 치료만이 자살 예방 정책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 또한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즉, 표면적인 예방책을 세우기 이전에 여성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본질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하는 사회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청년 여성 자살은 몇십 년 후에도 해결되지 않을 문제로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길 요구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불평이나 푸념이 아닌, 생존을 위한 간곡한 외침으로 들린다. 1980년대 낙태 붐부터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까지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폭력으로 위험에 내몰린 이들을, 이 시대 여성들은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겪어왔던 문제가 객관적인 데이터로 나타난 지금이야말로, 여성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야 할 때 아닐까.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동덕여자대학교 학생 상담센터(☎02-940-4255)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자살 예방 상담 전화(☎1393),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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