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9년도 청소년의 가출 경험률은 3.5%다. 청소년 가출은 우리 일상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지만, 가정폭력과 학업 스트레스 등 가출의 주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와 같은 사회 문제를 청소년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려낸 희곡집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와 웹툰 『시동』을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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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었던 자존감을 발견해나가는 새벽 
  희곡집 『우리는 적당히 가까워』에는 여섯 편의 청소년희곡이 담겨있다. 각 작품은 청소년의 일상적인 고민부터 성과 사랑, 죽음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중 「자존감 도둑」은 열아홉 살 지원, 옥, 유리의 가출기를 그리고 있다.

  오직 하룻밤 사이, 상가 건물 비상계단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짧은 가출은 다사다난하기만 하다.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세 사람을 보면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법하다. 사회가 규정한 청소년의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누구든 공감할 법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지원, 우정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옥, 자신의 외모에 한탄하는 유리까지, 이들은 ‘고백의 힘’을 빌려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찾아 나간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라는 혼잣말에서 시작해 “난 내가 되고 싶어”라는 외침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독자 스스로 자신의 청소년기를 되돌아보도록 한다. 더불어, 청소년이 맞닥뜨리는 갈등과 비애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비정상적이라 여겨졌던 그들이, 사실은 가장 보편적인 청소년의 모습과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끝내 세 사람은 다시 아침을 맞이한다. 살벌하게 다퉜던 어젯밤은 잠시 잊어둔 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삶’에 대해 담담한 대화를 나눈다. 단 몇 시간에 불과한 짧은 일탈이었지만, 이들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워, 청소년을 ‘미성숙’이라는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김도헌 기자 heengl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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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성장을 이끄는 밑거름, 외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 이 시기에 반항심으로 무심코 저지르는 가출은 극단적인 선택이라며 비난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웹툰 『시동』은 반항과 방황 사이에서 비롯된 청소년의 가출을 인생의 재충전을 위한 일탈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가출을 냉정한 사회에 진입하는 ‘엔진’으로 표현해, 택일이 그 대가로 자립심과 책임감을 얻고 삶에 새로운 ‘시동’을 걸었음을 시사한다. 택일은 집을 떠났던 동안 엄마 가게가 강제철거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가출하다 만난 형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매정한 대답뿐이다. 결국, 무력으로 가게를 지켜야 했던 택일은 지난 가출 생활을 반성하게 됐다.

  택일 가족은 그의 가출을 계기로, 서툰 표현에 가려졌던 참된 ‘가족애’를 마주하게 된다. 택일은 홀로 타지 생활을 버티면서, 폭력이 잇따랐던 엄마의 충고에 자식이 고생 없이 자라길 바라는 진심이 담겨 있었음을 깨닫는다. 동시에, 택일 엄마는 그가 집을 떠난 후에야 자신이 사랑의 매를 빌미로 그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간 택일이 엄마에게 ‘고생 없는 무인도’로 함께 가자는 어설픈 화해를 청하는 장면에서, 서로를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가는 이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삶의 과도기에 놓인 청소년들이 직면하게 된 세상을 혼자 감당하기엔 막연하고 버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웹툰 『시동』은 이들이 회색빛 사회에서 삶의 배회를 끝내고 자신의 일상을 돌이켜보기를, 그리고 곁에 있는 누군가의 존재에 힘입어 현실의 암울함을 이겨내라는 속말을 던진다.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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