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됐다. 모두들 방학 중에 세웠던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나 ‘지난 학기 많이 놀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이번 학기부터는’ 하면서 다
짐을 단단히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다짐이 다들 한 두 번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럴
까? 천성의 게으름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가 수업을 ‘공
부’가 아닌 ‘평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어』 첫 구절에서 공자는 ‘배우고 익히면 즐겁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공부가
그다지 즐겁지 않다. 스무 살 이전의 입시 공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학에 와서도 공
부가 즐겁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여전히 평가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인간을
이해하고 세계를 배우는 길로서 나를 풍부하게 하지만, 평가는 등수를 매기기 위한 것
에 불과하다. 때문에 공부가 내용이라면 평가는 형식이고 공부가 능동적이라면 평가는
수동적이다. 평가에선 ‘무엇’이 중요치 않기 때문에 열정과 호기심을 가질 수 없다.

어떤 이는, 취업을 앞두고서 한가하게 공부 타령이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감성이니 창의니 하면서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대부분 ‘등수’로 사람을 평가
한다. 때문에 대학도 일찌감치 진리의 상아탑이기를 포기하고 취업준비소가 되기를 자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제쳐두고 평가만을 염두에 둔다면, 세계 이해와 풍
부한 인간은 고사하고 취업마저 어렵다는 점이다. 명문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도
실무를 할 수 없더라는 기업의 평가는, 공부와 자신이 하나가 되지 못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새벽부터 새벽까지,
그리고 이제는 대학원에 박사학위까지. 하지만 이것은 공부가 아니고 평가를 위한 경
쟁일 뿐이다.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경쟁하지 말
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경쟁을 하려해도 평가가 아닌 공부를 해야 하고,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삶을 위한 공부라는 말이다. 대학생이라면 이제 적어도 자신이 하고 싶
은 공부를 할 수 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힘과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좋은 평가를 가져다준다. 평가냐 공부냐 이제 현명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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