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부터 아동방임, 심지어는 아동 살인 사건까지. 요즘 아동 관련 이슈가 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에 알려진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있어, 아동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는 이러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아동센터가 법제화됐다. 지역아동센터는 설립 당시 895개소로 시작했으나 2019년에는 총 4,217개소가 운영될 정도로 확대됐다. 이를 이용하는 아동 또한 2000년대 초반에는 대략 2만 명이었으나, 2010년대로 가면서 약 1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오늘날 아동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음을 나타내는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아동이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지금,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자 사랑의꿈터 지역아동센터(이하 사랑의꿈터)를 찾아갔다. 2004년, 파주시 2호 지역아동센터로 출범한 사랑의꿈터는 현재 정부의 보조금과 교회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 식료품 꾸러미에 넣을 반찬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 식료품 꾸러미에 넣을 반찬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 그리고 소외 아동
  지난 16일 오전 11시, 금촌에서 열린 5일장을 가로질러 사랑의꿈터가 위치한 금촌중앙침례교회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방역을 마치고 교회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사랑의꿈터 사무실이 보였다. 사랑의꿈터 이금숙 센터장과 여러 직원은 그 앞을 오가며 양손 가득 짐을 들어 옮기고 있었다. 그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사무실 앞에 즉석식품과 과일이 쌓여갔다. “원래는 센터에서 아이들 급식을 제공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급식을 운영할 수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 가정에 식료품 꾸러미를 배달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장은 염려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는 꾸러미를 보내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가 있을까 봐, 항상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아이들이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먹길 바라는 마음에 최대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찾는 버릇도 생겼다.


  사무실 앞에 물건들이 쌓이자, 이 센터장을 따라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지하 식당은 반찬 준비가 한창이었다. “최대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을 넣다 보니, 거의 인스턴트 제품으로 채우게 되더라고요. 그것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센터에서 직접 만든 반찬도 함께 넣고 있어요.” 이 센터장이 파전과 짜장이 담긴 포장 용기의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 그의 옆에 있던 직원들도 합심해 주방에서 방금 만든 반찬들을 건네받아 포장 작업을 도왔다. 하나둘 포장을 마친 용기들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정도로 열기가 남아있었다.

 

△ 사무실 앞에 식료품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 사무실 앞에 식료품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 식료품 꾸러미 배달을 앞둔 차량의 모습이다
△ 식료품 꾸러미 배달을 앞둔 차량의 모습이다

 

아동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반찬 포장 업무를 마친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센터 탐방에 나섰다. 센터 곳곳에는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는 화분이 놓여 있었으며, 한쪽에는 아이들이 땅따먹기를 할 수 있도록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주변을 둘러보던 중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공부방 문에 부착된 ‘아동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종사자 행동강령’ 포스터였다. 아동 존중에 대해 적혀있는 이 포스터에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기에 앞서 숙지해야 할 사항이 명시돼 있었다.


  한 선생님은 이와 같은 행동강령이 아동과 직접 소통하는 센터 관계자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어떤 아이가 탕수육 소스를 부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지, 찍어 먹는 것을 선호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무심결에 그건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질문하는 것과 같다고 대답했죠.” 이 말을 들은 직후 아이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고 했다. “아이가 말하길 본인은 아빠가 없다고, 자기가 싫다고 집을 나갔다고. 그 말을 듣는데 정말 철렁했어요.” 이 일을 계기로 그는 센터의 아이들을 대할 때 포스터에 적힌 내용에 따라, 아동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아동기, 관심이 필요한 때
  오후 1시가 되자, 아이들이 사랑의꿈터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센터장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반겼고, 환영을 받은 아이들은 곧장 공부방으로 향했다. 아이들이 모두 공부방으로 들어가자, 이 센터장이 사무실 벽면에 붙어있는 공부방 시간표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센터에는 한글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요. 초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3학년 사이에 11명 정도 있죠.” 이에 따라 사랑의꿈터는 아이들이 공부의 기초를 잡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면 좋겠지만,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그저 본인들도 무언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만 했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전하는 이 센터장의 얼굴은 하루 동안 본 표정 중 가장 간절해 보였다.


  아이들이 공부방에 들어간 지 30분 정도 지나자, 먼저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기자는 그들의 제안으로 보드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보드게임이 놓인 테이블에 다른 아이들도 금세 몰려왔다. 모여 있는 아이들 가운데 내복 차림의 몇몇 아동이 눈에 띄었다. “여기는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이 와요. 한부모 가정인 친구도 있고, 맞벌이 가정인 친구도 있답니다.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다 보니 자녀들에게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사랑의꿈터 관계자가 아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역아동센터에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동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규정한 아동 선정 기준에 들어야 입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먼저, 아동의 나이는 모두 18세 미만이어야 하며,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이어야 한다. 또한, 아동의 유형은 소득수준과 가구특성기준에 따라 돌봄취약아동과 일반아동으로 구분된다. 이 중 돌봄취약아동은 가구원수별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의 소득수준을 충족하면서 가구특성기준(△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을 만족하는 아동이며, 일반아동은 소득기준에 해당하진 않으나 연령 기준을 충족하는 아동이다. 지역아동센터는 돌봄취약아동을 우선으로 선발하며, 일반아동도 센터 아동 전체의 40% 내에서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조건에 부합해도 지역아동센터에 들어오지 못하는 아동이 다수 있다. “친구랑 같이 온 아이였는데, 부모님이 센터에 오지 않아서 등록을 못했어요. 너무 안타깝죠. 그런데 그런 아이가 한둘이 아니에요.” 이 센터장은 센터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맞이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역아동센터는 보호자가 지역아동센터 혹은 주민센터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 즉, 보호자가 나서지 않으면 등록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아동 복지를 위한 제도가 있더라도 무관심하거나 바쁜 보호자를 둔 아동은 센터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센터장은 두 손을 꼭 쥔 채 말을 전했다. “한 아동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보호자분들, 부디 소외 아동이 생기지 않게 지켜봐 주세요. 소외되는 아동이 없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길 바라요.” 그의 말처럼 보호자는 책임감을 갖고 아동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보호자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사회에서라도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는 아동 보호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사회 밖으로 엇나가거나 상처받는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외 아동에 관심 갖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가야 할 때다.

글 장서율 기자 loveyul01@naver.com
사진 노희주 기자 nnwrig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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