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컨트롤한다고 생각한다. 배가 부르면 그만 먹고, 사고 싶은 물건만 산 뒤 가게를 나선다. 이렇게 나의 행동을 내가 통제하고 조절한다고 믿지만, 알고 보면 사회가 나를 조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주변의 간단한 변화와 장치로 사람을 원하는 방향대로 바꾸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소셜 컨트롤’이라고 말한다.

소셜 컨트롤은 지난 3월 24일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서 방영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은 소셜 컨트롤을 소개하며 아직도 자신의 삶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양한 실험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생각을 조금씩 변하게 만들었다.

소셜 컨트롤의 예로는

구조물의 설치나 장치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 소셜 컨트롤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렇다면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서 소개한 소셜 컨트롤의 예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식습관에 대한 것이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비만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 인식돼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은 무의식적인 다이어트로 과식을 방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뷔페에서는 식당의 조명을 약하게 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먹으면 식사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식당 한쪽을 전부 파란색으로 바꾼다면 식욕을 떨어뜨려 무의식적인 다이어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식욕뿐 아니라 과속도 문제시되는 것 중 하나다. 차가 도로에서 빨리 달리는 것 또한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과속을 줄이기 위해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으로 감속 운전을 하게끔 만드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미국은 66번 국도에서 도로 중 448m 구간을 ‘노래하는 도로’로 만들었다. 도로에 홈을 파 자동차가 규정 속도 미만으로 해당 구간을 통과할 경우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운전자들은 이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 주변의 소셜 컨트롤은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로 소셜 컨트롤의 관심이 급부상하긴 했지만, 사실 이전에도 우리 주변에는 이와 같은 현상이 있었다. 미국에 노래하는 도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지그재그형 차선’이 존재한다. 지그재그형 차선은 횡단보도의 좌우 21m 구간 중앙선과 차선을 직선에서 지그재그형으로 일시적으로 바꿔 운전자의 시각적 감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서울, 전주, 함양 등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또 가장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소셜 컨트롤의 예로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찾아볼 수 있다. 기부하는 건강계단은 지난해 한국야쿠르트에서 시민참여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서울 시민청 입구에 설치했다. 이는 전국 최초의 시도였다.

건강계단은 오를 때마다 10원씩 쌓이며, 이렇게 모인 금액은 취약계층 어린이를 위해 쓰인다. 계단을 밟으면 음악을 들려줘 이용하는 이의 즐거움까지 꾀했다. 기부하는 것뿐 아니라 음악을 들려주는 재미가 있으니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서울 시민청의 계단 이용률은 건강계단 설치 전 6.5%에서 설치 후 22%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약 41만여 명의 시민이 기부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서울시는 지자체로 확대하여 12여 곳(고속터미널역·명동역·시청역·오목교역·잠실역 등)에 건강계단을 조성했다.



계단에 센서를 달고 음악이 들리게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게 됐다. 차선에 선을 그렸을 뿐인데 과속을 방지할 수 있다. 신기한 일이다. 또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생각했던 게 알고 보니 주변에서도 나를 통제하고 있었다.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어쩌면 사회가 나를 컨트롤한다는 말이 기분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변의 작은 변화로 내 행동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내 행동이 바뀜으로써 세상도 바뀐다. 한쪽만의 일방적인 통제와 조절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기꺼이 사회의 컨트롤에 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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