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외모로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 ‘무민’. 무민은 알아도, 무민의 창작자인 토베 얀손이 그의 동성 배우자인 툴리키와 45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국 현행법상으로는 여전히 토베와 툴리키는 가족이 될 수 없다. 결혼을 하진 않았지만 많은 자식을 둔 무민 이야기 속 밈블 아줌마는 물론, 무민 가족과 잠시 함께 산 닌니, 스니프, 리틀미, 결혼 전 무민파파와 함께 살던 친구들도 ‘법적 가족’이 될 수 없다. 홀로 살아가는 1인 가구인 스너프킨 또한 가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3인 가구의 비중은 지난 2010년 37%에서 10년 만에 30%로 줄어든 반면, 1인 가구의 비율은 24%에서 30%로 늘었다. 한편, 연예인 사유리 씨가 자발적 비혼 출산 소식을 알리며 ‘정상 가족’ 이데올로그에서 벗어난 행보로 주목받기도 했다. 페미니즘 부흥과 함께 가부장적인 현재의 결혼 제도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 안에서 기존의 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시민결합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법적 가족’의 정의와 규범은 변화하는 인식과 현실에서 뒤처진 채 여전히 ‘정상 가족’만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적 가족’ 범주의 확대를 통해 실제적인 가족의 변화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이번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은 희망적이다.

  존재하지 않는 적을 두려워하듯, 누군가는 기존 사회구조의 붕괴를 과도하게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가족 개념이 ‘기존 가족’을 파괴하며 성립하리라는 우려는 지나치다. 무민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 보자. 주인공 무민은 부모와 함께 ‘핵가족’ 형태로 살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그들의 삶으로 받아들였다 해서 그들 가족이 부정당하거나 파괴되는 일은 없다. 다른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공생한다. 토베의 무민 이야기 속 ‘가족’은 부부, 혈연만의 공동체가 아니다. 친밀성과 돌봄에 기반한 모든 관계가 ‘가족’이다. 그래서 가족은 그 형태, 해체, 재구성에 있어 자유롭다. 그 자유 위에서 그들은 서로를 자유롭게 수용하고, 이해하고, 존중하고, 위로하고, 사랑하고 때로는 헤어지며 각자의 원하는 삶을 실현한다. 토베는 그렇게 행복을 그렸다.

조효빈 학생 논설위원(국어국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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