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책방지기

최근 동네마다 독립서점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독립서점은 거대 출판 기업에서 거래되지 않는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작은 책방으로, 일반 서점과 달리 주인의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검정고양이 ‘까순이’와 함께 서점을 운영해 눈길을 사로잡은 책방이 있다. 바로,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프루스트의 서재’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세심하게 큐레이팅하며 책을 전달하는 이곳에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발길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루스트의 서재를 운영하는 박성민 책방지기를 만나 그의 삶과 독립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서점 프루스트의 서재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있는 책방지기 겸 작가 박성민입니다. 책방을 열면서 있었던 일들을 위주로, 에세이 『되찾은 시간』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프루스트의 서재를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헌책방이나 대형 서점에서 일하기도 했죠. 이렇듯 책을 가까이 접하는 경험들이 쌓이자, 책 다루는 일이 더욱 좋아졌어요. 이후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보며,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프루스트의 서재를 열게 됐습니다.

프루스트의 서재라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프루스트의 서재’라는 이름은 프루스트 작가가 쓴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착안했습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저는 제 시간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시간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에, 책방 이름을 프루스트의 서재라고 짓게 됐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곳은 제게 작업실이자 안식처이기도 해요.

독립서점과 일반 서점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일단 크게 보면, 일반 서점은 책을 많이 팔기 위한 판매 시스템 아래 존재하고 있는 거잖아요. 따라서 상업적인 면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독립서점은 상업성 측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수 있죠. 판매 수량도 원하는 만큼 정할 수 있고, 특정 주제나 소재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책방지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선정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독립서점은 동네 곳곳에 위치해 있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손쉽게 책을 볼 수 있는데요. 이렇듯 지역주민들에게 다채로운 독립출판물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또한 독립서점과 일반 서점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출판물은 어떻게 제작되고 유통되나요
  기본적으로 독립출판물은 책을 쓴 작가 본인이 제작부터 홍보, 유통까지 담당합니다. 책 인쇄를 맡기거나 제작된 책을 알리는 것도 작가의 몫인 거죠. 작가가 스스로 본인의 책을 유통해야 하는 이유는 독립출판물이 국제 표준 도서 번호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제 표준 도서 번호는 일반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에 찍혀 있는 바코드의 일련번호예요. 이 번호가 없다는 것은 정식 출판물로 인정받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독립출판을 하시는 분들은 책 입고도 직접 해야 하죠.
책을 유통할 때는 작가 본인이 원하는 책방에 책의 서지정보와 관련 이미지를 메일로 보내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해당 책방에서 유통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오면, 완성된 책을 적게는 5부, 많게는 10부 정도 입고시킵니다. 입고 방식은 주로 직접 방문하거나 택배로 부쳐요. 이 과정이 끝나면 이제 책방에서 그 책이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독립서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있다면요 
  동네 주민뿐 아니라 여러 지역 사람들이 책방을 방문하고, 책을 많이 구매해주시면 독립서점의 주인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죠. 그러나 한 책방을 여러 번 방문하고, 이곳에서 많은 책을 구매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잖아요. 그렇기에 꾸준히 신간 도서를 구매해야 하는 지역 도서관이 동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이 동네 서점의 책을 구매한다면 책방이 수익을 유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니까요. 이 외에도 사람들이 책과 책이 판매되는 공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서 관련 지역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프루스트의 서재에서 앞으로 계획 중인 활동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에 낭독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했어요. 보통 낭독 모임은 자유롭게 진행됩니다. 읽고 싶은 책을 낭독하기도 하고, 모임 회원끼리 하나의 책을 선정해서 같이 읽기도 하죠. 또한, 책방에서는 글쓰기 모임 혹은 그림 작가분을 초청해 관련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추후 코로나가 잦아든다면 낭독 모임을 재개하고 싶어요. 그리고 동네에 계신 작가 겸 심리 상담사 한 분을 모셔서 보드게임을 통한 심리상담을 진행할 계획도 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는 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네에서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원동력을 얻어요. 대화를 통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이로써 제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삶의 큰 즐거움이거든요. 이렇듯 제가 애정하는 공간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꾸준히 책방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 동네는 재개발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판자촌이었어요. 방문자 중 이런 비슷한 처지인 동네에서 지내시던 분이 계셨는데, 그분께서 이 자리에 책방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어요. 그 말이 지금까지 제가 이 공간을 지키는 이유가 됐네요.

프루스트의 서재는 방문자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책방을 방문한 많은 이들이 이 공간을 사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번 방문했던 사람이 이전의 좋은 기억을 좇아 다시 찾아와주길 바라죠. 이유 없이 다시 찾아오고 싶은 그런 공간, 그래서 다시 찾았을 때 예전 그대로의 좋았던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프루스트의 서재가 떠올리고 싶은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되길 희망합니다. 더불어, 이 책방을 저 말고도 방문자들이 잘 이용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신만의 책을 한 권 써보시길 추천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짧게나마 일기 형식으로라도 글을 쓰시면 좋겠어요. 기록하지 않는 시간은 언젠가 사라지더라고요. 조금이나마 글쓰기에 붙임성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자기 자신을 넘어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까지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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