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를 추억할 때 그곳에서 맛봤던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 것처럼, 지역의 특색 있는 먹거리는 여행의 필수요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성행하면서, 해외에서 즐기는 현지 음식은 ‘그림의 떡’이 된 지 오래다. 이에 본지 기자들은 우리 대학 아트컬처 캠퍼스타운 사업단이 제작한 ‘월곡문화지도’를 참고해 월곡 일대 음식점을 탐방하며 세계여행 분위기를 느껴봤다.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최유진 기자 cyj44126@naver.com

 

가까이에서 느끼는 태국의 맛, 누들아한타이 

  월곡문화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니, 실제 월곡 음식점의 외관을 그린 일러스트가 펼쳐졌다. 그중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가게는 ‘누들아한타이’였다. ‘태국으로 잠시 떠나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태국 전통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앱의 ‘길 찾기’ 기능을 통해 누들아한타이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음식점에 도착하자, 입구부터 이국적인 멋이 물씬 느껴졌다. 각 기둥에는 태국을 대표하는 동물인 코끼리 모형의 장식이 매달려 있었으며, 벽면에는 그곳의 이색적인 풍경을 담은 현지 사진들이 장식돼 있었다. 여기에 붉은빛의 안락한 조명까지 더해져, 실제 태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는 태국 전통 수프인 ‘똠얌꿍’과 볶음면 ‘팟타이 탈레’, 채소와 고기를 넣고 튀긴 ‘스프링 롤’을 주문했다. 동남아 음식이기에 향신료 특유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곳의 메뉴는 거부감 없이 술술 들어갔다. 그 알싸하면서 달큼한 냄새가 오히려 식욕을 자극할 정도였다. 똠얌꿍은 라임과 토마토, 코코넛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새콤하면서 얼큰한 맛의 육수가 일품이었다. 각종 채소와 해물, 버섯이 육수와 어우러져 더욱 깊은 태국의 맛을 선사했다. 이어, 해물과 숙주에 간장 소스로 볶아진 팟타이 탈레는 ‘단짠의 정석’을 선보이며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끝으로 스프링 롤을 칠리소스에 찍어 한입 베어 물자, 바삭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흔히 여행 베테랑들이 말하곤 하는 ‘음식으로 나라를 여행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누들아한타이에서 즐긴 태국 분위기에 푹 빠져버렸다.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태국 음식점을 찾고 있다면, 굳이 해외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충분히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를 풍미하다, 화덕과 베토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을 음미해보고자 ‘화덕과 베토벤’으로 향했다. 예지관에서 약 3분 정도 직진하면 등장하는 화덕과 베토벤은 건물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뭇가지와 넝쿨이 건물을 뒤덮고 있어, 마치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이탈리아의 외딴 숲속에 온 기분이었다. 으스스한 분위기를 느끼며 우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곳곳을 장식한 물건들에서는 다년간의 손길이 묻어 있었다. 골동품 시계나 가지각색의 병들, 그리고 벌레 모형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배치된 장식품들은 연결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생뚱맞았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이질감이 신비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가게를 구경하다 보니, 주문했던 ‘고르곤졸라 피자’와 ‘해물 토마토 파스타’가 식탁 위에 자리 잡았다. 기다림 끝에 맛봤기 때문이었을까. 피자와 파스타를 한 입씩 먹어보자 엄지를 저절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 고르곤졸라 피자는 이탈리아 현지 주방장의 솜씨가 느껴질 정도였다. 치즈는 쫀득한 식감을 자랑했으며, 도우는 중간 부분은 쫀쫀하지만 겉은 바삭해 먹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진 달콤한 꿀은 피자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해물 토마토 파스타는 홍합, 조개, 오징어, 새우 등 너나 할 것 없이 신선한 재료들이 감칠맛 도는 토마토소스와 어우러져 눈이 번뜩 뜨이는 맛이었다.

  느끼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구미를 당기게 하는 이탈리아의 맛을 제대로 경험했다. 더불어 가게의 실내장식이 만들어낸 오묘한 기운에 푹 빠져들기도 했다. 이탈리아를 방문한 이방인이 된 기분을 만끽할 음식점을 찾고 있다면, 화덕과 베토벤을 추천하고 싶다.

 

신선함과 감칠맛의 조화, 시즈널그릭

  무거운 음식으로 배가 채워진 후엔, 가벼운 후식이 끌리기 마련이다. 어느 디저트 가게를 갈지 고민하며 월곡문화지도 앱을 둘러보던 중 ‘시즈널그릭’의 홍보 영상을 접했다. 영상에서 “우리 가게 요거트는 크림치즈 같은 맛이 난다”는 사장님의 인터뷰에 흥미가 생겨, 곧바로 ‘시즈널그릭’으로 출발했다.

  시즈널그릭은 심플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새하얀 벽지에 파란색 계산대로 포인트를 준 가게 내부에선 아름다운 산토리니섬의 모습이 떠올랐다. 벽면에 배치된 거울과 가게 선반에 놓인 꽃병 등 내부 곳곳을 장식하는 깔끔한 소품도 눈에 띄었다. 

  우리는 시즈널그릭의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했다. 그중 하나인 ‘숲속의 버터’는 요거트 1스쿱과 아보카도, 수제 그래놀라와 꿀로 만든 메뉴였다. 이를 적당히 섞어 입에 넣자,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쌌다. 그릭요거트는 인공 첨가물이 없어 맛이 다소 밋밋하지만, 숲속의 버터에는 꿀이 첨가돼 적당히 단맛이 났다. 으깨진 아보카도가 자아내는 담백함도 일품이었다.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인 ‘바이올렛 드림’은 토핑 조합이 완벽했다. 요거트 1스쿱과 석류청, 적포도, 블루베리와 수제 그래놀라로 구성된 이 요거트에서는 부드러운 식감과 상큼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릭요거트는 본래 발효 후 유청을 걸러내는 제조 방식에 의해 신맛이 나지만, 바이올렛 드림은 이를 활용해 풍성한 맛을 자아냈다. 

  사장님의 말씀은 사실이었다. 그릭요거트만의 쫀득함은 스푼을 놓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디저트 하나로 그리스 정통의 진한 맛에 잠기게 된 순간이었다. 한 끼의 식사만큼 포만감이 높은 그릭요거트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정겨운 우리 음식, 두메산골쌈밥

  외국 음식을 잔뜩 먹고 잠시 해외여행 분위기에 취했던 하루였다. 그러나 이대로 귀가하기엔 어쩐지 허전했다. 결국 얼큰하고 든든한 한국 밥상이 그리워진 것이다. 우리는 잠시 이별했던 한국 음식과 재회하기 위해 소박한 밥집, ‘두메산골쌈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두메산골쌈밥은 시즈널그릭에서 1분 정도 직진한 후 왼쪽 골목으로 꺾으면 바로 찾을 수 있다. 가게의 문을 열자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풍겨와 침샘을 자극했다. 곧바로 신발을 벗고 좌식 식탁에 앉은 우리는 주인 이모의 추천으로 고등어조림 정식과 쌈밥 정식을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 행렬이 이어졌다. 먼저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냉이된장국이 나왔고, 매콤한 고등어 조림이 뒤를 이었다. 두부구이, 콩나물무침, 매실장아찌 등 한국 밥상이라면 없어선 안 될 친근한 반찬들도 식탁 위에 놓였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다채로운 쌈 채소는 그야말로 쌈밥집의 화룡점정이었다.
찰진 흑미밥과 수육, 여러 반찬이 함께 어우러진 두메산골쌈밥의 음식에선 ‘집밥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밥 한 공기를 비우자, 비로소 기력이 보충되는 느낌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이곳을 또 찾게 될 것만 같았다.

  월곡문화지도에 담긴 가게들을 직접 순회해보니, 우리 지역 맛집을 통해 색다른 여행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마저 어려워진 지금, 아쉬운 대로 월곡 일대를 돌아다니며 세계 음식 일주를 해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해외에서 로컬 푸드를 먹을 그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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