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습관은 참으로 지독했다. 교정기구의 도움이 닿지 않는 곳에선 어김없이 불균형한 자세가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지난 3개월간의 노력이 수포가 될 수는 없었기에, 이번에는 굽은 어깨에 특화된 어깨 교정 밴드를 통해 자세를 교정해보기로 했다. 

  어깨 교정 밴드를 착용하기 시작한 처음 5일간은 마리오네트가 된 기분이었다. 밴드의 양쪽 끈이 어깨를 고정시켜 몸의 움직임이 크게 제한됐기 때문이다. 마치 어딘가에 결박된 것처럼, 자의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밥을 먹거나 글을 쓰는 등 팔을 움직여야 할 때도 교정 밴드가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행동해야만 했다. 때문에 초반에는 이러한 강제력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어깨를 확 잡고 있는 듯한 압박감도 익숙해지자 마냥 고통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균형 잡힌 자세가 주는 안정감 덕분에, 잠을 잘 때도 꾸준히 밴드를 착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교정 밴드와 함께 생활한 지 보름째부턴 일상생활에 변화가 찾아왔다. 수면 버릇이던 새우 자세가 곧은 자세로 바뀌더니, 아침마다 몸을 짓누르던 찌뿌둥함이 사라졌다. 또한, 등을 받쳐주는 지지대가 시시각각 어깨를 잡아줘 오랜 기간 동일한 자세를 유지해도 불편하지 않았다.

  그간 자세 교정은 더는 굽어버린 몸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사소한 마음에서 시작됐으나, 생각보다 큰 결실을 얻었다. 장기간 고통을 감내하며 몸의 미세한 변화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올바른 자세를 체화하기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움츠러든 어깨와 구부정한 허리가 쭉 펴질 나의 몸을 고대해본다.

최유진 기자 cyj44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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