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월경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올바르게 월경을 인식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세계 월경의 날(5월 28일). 이날을 맞이해 본지는 지난달 4일부터 9일까지 본교 재학생 112명을 대상으로 월경의 사회적 인식과 월경 관련 오해를 알아보는 설문조사(이하 설문)를 실시했다. 

  또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월경을 둘러싼 다양한 혐오 표현의 실태를 살펴본 후, 이러한 혐오 현상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다큐멘터리 영화 <피의 연대기> 를 통해 알아봤다. 더불어, 약사님과의 자문으로 월경 전 증후군 발병 시 진통제 복용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월경상점을 방문해 일회용 생리대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찾아봤다. 이처럼 본지는 월경을 혐오하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 방향과 건강하게 월경하기 위한 실천적인 방법에 대해 짚어봤다.

장서율 기자 loveyul01@naver.com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최유진 기자 cyj44126@naver.com 


차별과 혐오의 세상에서

차별받는 월경
  월경에 대한 차별은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러한 차별은 오랜 기간 ‘상식’처럼 여겨져 왔기에 월경하는 여성조차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월경을 향한 비뚤어진 시선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월경을 대신하는 표현에서부터 차별이 내포돼 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생리’라는 단어는 월경을 ‘생리현상’으로 에둘러 표현해 월경이 불경스러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고 있다. 이 외에도 ‘그날’, ‘대자연’, ‘마법’ 등 월경을 대신하는 단어는 월경을 마치 숨겨야 할 현상처럼 여기고 있는 표현이 대다수다. 하지만, 본지 설문의 응답자 중 50%(56명)는 생리가 차별적인 단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이는 상당수가 월경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결과다.

  또한, 본지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48.2%(54명)는 월경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예로, “생리해서 예민한 거니?”와 같은 발언을 들 수 있다. A 씨는 “화를 내는 이유가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아 매우 불쾌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월경을 예민함의 원인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은 우리 주변에 실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월경은 여러 상황에서 차별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응답자 B 씨는 “학창 시절 월경통이 심해 체육 선생님께 체육 수업을 빠져도 되는지 여쭤봤지만, 선생님께서는 월경통을 ‘별거 아닌 것’으로 취급하며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경통이 심한 여성은 △오한 △발열 △구토 △설사 △실신을 수반할 정도로, 그 증상이 심각하다. 그럼에도 월경을 ‘꾀병’으로 치부하는 시선 탓에 여성은 월경을 더욱 숨겨야 할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됐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월경하는 여성조차 몰랐던 차별을 인지하고, 월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Google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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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받지 ‘않을’ 월경 
  그렇다면 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겪는 ‘월경’이 혐오의 대상이 됐을까. 본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피의 연대기>를 통해 이에 대한 원인을 알아봤다. <피의 연대기>는 월경 혐오의 역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월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에 따르면, 월경 혐오의 역사는 중세 가톨릭에서부터 시작됐다. 종교와 의학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던 당시 여성의 몸은 영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이었다. 이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여성의 월경을 죄를 지은 증거로 치부했으며, 여성이 월경을 하는 것 자체를 ‘타락의 상징’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또한, 동양의 옛 회화 작품에서는 여성이 핏빛 물에서 벌을 받고 있는 모습,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동양 역시 월경하는 여성의 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고대 중국에선 ‘아기를 낳은 여성은 지옥에 떨어진다’는 속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영화의 내용은 월경에 대한 혐오가 근대 이전부터 실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영화는 중세 가톨릭 시대와 고대 중국의 지식인들이 월경과 월경 혈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그 사회에 올바른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없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월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본지의 설문 결과에서도 112명의 학우 모두가 이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며, 그 이유로 ‘잘못된 정보로 차별받는 일을 막기 위해서’,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에’, ‘남녀 모두가 알아야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기 때문에’ 등을 제시했다. 다만, 사회에 만연한 차별적인 시선을 개혁하기 위해선 이론 위주의 ‘수박 겉핥기’식 강의가 아닌 남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월경은 만화 속에나 등장하는 신비로운 것이 아닌, 현재의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당당한 월경을 위해 나아가다

진통제는 내성이 없다?
  앞서 살펴본 월경을 향한 ‘혐오의 민낯’ 외에도 사회에는 월경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존재한다. 한 예로, 월경 전 증후군이 발병했을 때 다양한 이유로 약물 복용을 꺼리는 현상을 들 수 있다. 월경 전 증후군이란 월경 전에 발생하는 △복부 팽만 △근육통 △우울감 등의 정서적·신체적 이상 증세를 말한다. 본지 설문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112명) 중 89.3%(100명)가 매달 혹은 2~3개월에 한 번씩 월경 전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월경 전 증후군은 여성에게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응답자 중 38.4%(43명)는 월경 전 증후군을 진정시키기 위한 약물 복용을 주저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진통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까 봐’,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어서’, ‘진통제를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까 봐’ 등 다양했으며, 특히 진통제를 먹다 보면 약효가 감소해 효과가 미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이를 알아보고자 모아약국을 방문해 진통제와 내성의 관계에 관해 물어봤다. 이에 장영아 약사는 “특정 진통제를 자주 먹다 보면, 해당 진통제보다 강도가 더 센 약을 복용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월경 전 증후군 완화를 위해 섭취하는 진통제 양은 내성이 생길 정도의 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 약사는 월경 전 증후군의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때 진통제를 1~2알 정도 복용하는 걸 추천하기도 했다.

  일반 의약품으로 판매되는 단일 성분의 진통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몸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월경 전 증후군을 방치하기보다는 전문의의 진료와 처방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또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마그네슘, 감마리놀렌산 등의 영양제를 섭취해야 한다. 월경은 단순한 생리현상을 넘어, 여성의 건강권과 직결된 활동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월경을 올바르게 마주하고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월경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월경상점
  월경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월경 용품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판매되는 일회용 월경대는 월경혈의 빠른 흡수와 표백을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하기에 여성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회용 월경대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설문에서도 ‘일회용 월경 용품의 환경오염 문제는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35.7%(40명)가 ‘매우 심각하다’에 응답했으며 50%(56명)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월경 용품의 각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에는 친환경 월경 용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다만, 해외와 비교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월경 용품은 선택의 폭이 좁다. 게다가, 월경을 폐쇄적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월경 용품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렇듯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품을 접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응해 여성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최초의 월경 전문 오프라인 매장 ‘월경상점’이 문을 열었다. 동작구에 위치한 월경상점에서는 성분이 안전한 일회용 월경대부터 재사용이 가능한 면 월경대, 탐폰, 월경컵 등 다양한 월경 용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이 중 질 안에 직접 삽입하는 월경 용품인 월경컵은 실리콘 질 모형을 통해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더불어, 월경 에디터를 통해 월경컵에 대한 궁금증(△질 길이를 재는 방법 △월경컵 삽입 및 빼는 방법 등)도 해소할 수 있다. 이처럼 방문객은 각양각색의 친환경 월경 용품을 구경하며 자신에게 맞는 월경 용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76.8%(86명)는 월경상점을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궁금해서’, ‘나에게 맞는 월경 용품을 찾고 싶어서’ 등이 그 이유였다. 이처럼 자신의 몸을 바르게 인식하고 알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요구는 늘어나고 있다. 월경상점을 계기로 월경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더 생긴다면 월경은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월경할 때 _가 필요하다
#숨기지_않을_자유  #편견_없는_시선  #당연하게_여기는_인식

  지금까지 월경에 대한 사회적 혐오와 차별의 실태를 살펴봤으며, 건강하게 월경하기 위한 방향을 짚어봤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월경과 관련해 사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본지 설문에서 ‘월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물음에 응답자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와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주로 언급했다. 더불어, “월경 혐오가 여성 혐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월경을 둘러싸고 있는 혐오는 여성 혐오로 확장되는 측면이 있다. ‘생리하는 여성’을 여성 비하의 표현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인터넷 공간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월경에 대한 폐쇄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혐오가 또 다른 혐오를 낳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월경’ 자체가 아닌 ‘월경 혐오’로 고통받는 여성이 없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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