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킹처벌법이 가결되기 전과 후로 나눈 스토킹 처벌 기준이다
​△ 스토킹처벌법이 가결되기 전과 후로 나눈 스토킹 처벌 기준이다

 

△ 상황에 따른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보호 절차다
△ 상황에 따른 스토킹범죄 피해자의 보호 절차다

 

△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집계한 20대 여성 온라인스토킹 실태 조사 결과다
△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집계한 20대 여성 온라인스토킹 실태 조사 결과다

  “왜 안 만나줘”, 스토킹의 주요 범행 동기로 꼽히는 말이다. 일명 ‘왜 안 만나줘 범죄’로 불리는 스토킹범죄의 신고 건수는 2018년 2,772건에서 2019년 5,468건, 지난해에는 4,515건이 접수됐다. (2021.03.25. 기준) 이처럼 스토킹범죄가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24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22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순애보’, ‘구애’ 정도로 여겨지던 스토킹이 강력범죄에 해당한다고 명문화한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다
  스토킹처벌법이 가결되기 전 스토킹범죄는 경범죄로 취급돼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10만 원 이하의 벌금 혹은 구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가결된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을 본인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접근하거나 진로를 막는 행위 △주거·직장 등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로 명확히 정의했다. 이러한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거나, 행위를 하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명백한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스토킹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도 마련됐다.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신고 직후 경찰이 해당 사건에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접근금지명령(△서면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통신매체를 통한 연락 불가)에 의해 스토킹 행위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최대 1개월까지 잠정조치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스토킹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해지면서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할 경우에는 조치의 실효성을 높일 전담조사제도가 시행된다. 이는 형사처벌 및 전담검사·경찰을 지정하게 하는 제도다.

완벽할 수만은 없는 스토킹처벌법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사회적인 개입이 필요한 강력범죄로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의를 지닌다. 그렇다면, 가결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해당 법안의 한계와 스토킹 인식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김다슬 정책팀장에게 자문했다.
우선, 스토킹처벌법의 한계로 지목되고 있는 첫 번째 내용은 스토킹범죄로 성립되는 구성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토킹은 ‘정당한 이유’가 마련된다면 범죄 성립이 어렵다. 그렇기에 김 팀장은 “정당한 이유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스토킹에 관한 합당성을 변별할 수 있는 규범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스토킹처벌법은 법안의 목적조항이 모호하다는 한계가 있다. 스토킹처벌법 제1장 제1조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스토킹처벌법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건강한 사회질서’가 아닌 피해자의 자유와 인권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조항이다.

  스토킹처벌법의 세 번째 한계점은 스토킹처벌법이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를 따른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합의 혹은 협박을 받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해당 법안은 스토킹 피해자의 범위를 좁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비판이 일고 있다. 분명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을 ‘피해자 본인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스토킹처벌법 제2조 3항에서는 스토킹범죄의 피해자를 ‘해당 범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 상황에서는 피해자를 한정적으로 취급할 우려가 있다. 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이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동거인과 가족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김 팀장은 “이번 스토킹처벌법으로 스토킹을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임을 확실하게 강조해, 많은 이에게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전했다”며 강력처벌 조치가 가능하도록 분명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극심한 비극의 연속, 온라인스토킹
  최근 스토킹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한, 온라인스토킹은 반영구적으로 기록이 남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언제 어디서나 피해자를 따라다니며 상처를 남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온라인스토킹이 디지털 성범죄나 오프라인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조 범죄’라는 점이다. 물론,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의 한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가해자가 SNS 프로필을 피해자와 함께 있는 사진으로 올리는 등 교묘하게 관련 사항을 피해간다면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지난 3월 31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발표한 ‘온라인스토킹의 실태 및 대응 방안’에 의하면, 온라인스토킹은 △개인정보를 알아내 저장하기 △사생활 캐내기 △원치 않는 글·이미지 전송하기 등이 해당한다. 여기서 스토킹범죄의 주된 통로가 되는 SNS 계정이나 메신저 프로필 등은 누구나 일상처럼 마주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온라인스토킹범죄의 심각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스토킹을 경험한 사람 10명 중 8명은 온라인 형태의 스토킹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이나 상담기관은 온라인스토킹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다. 따라서 피해자 역시 신고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며, 피해 상황을 가볍게 여기고 만다. 그러므로 온라인스토킹 피해 경험을 밝힌 피해자들을 위해 해당 범죄가 심각한 현상임을 일깨우고, ‘온라인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김 팀장의 견해다.

스토킹범죄 너머에 잊기 힘든 아픔이 있다
  오늘도 스토킹범죄는 ‘안 만나줘서’, ‘약하니까’ 등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일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스토킹 행위자가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린 변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가해자 본인이 스토킹을 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드러냄으로써, 본인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가해자의 태도가 스토킹범죄를 안일하게 여기는 현상을 부추긴 것이다.

  여성을 향한 스토킹 피해의 심각성은 최근 ‘김태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본지는 청년 여성들이 갖는 ‘스토킹과 그에 따른 처벌법에 대한 견해’를 알아보기 위해 본교 학우를 대상으로 2주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응답자들은 “스토킹은 개인의 삶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증거입니다. 여성은 사회에서, 법으로써 보호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 다음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막는 것이 법의 역할입니다” 등 스토킹범죄에 고통받는 피해자 처지를 헤아리며, 사회 변화를 촉구했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연락할 수도 있지. 왜 그런 것까지 처벌하냐”는 황당한 말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처럼, 한국 사회의 스토킹에 대한 가벼운 인식은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이러한 인식과 함께 스토킹을 ‘범행 준비 단계’로 여기는 판단 역시, 스토킹범죄의 심각성을 무마시킨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토킹범죄에 피해를 겪는 여성이 없는 그날까지, 스토킹을 향한 우리의 꾸준한 관심과 비판적인 시선은 필요하다. 이제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도 있다”를 절실히 외칠 차례다.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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