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18일, 광주와 전남 일대 청년들은 신군부의 등장으로 퇴화하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계엄군의 공격에 맞서 싸웠다. 그날의 역사를 담은 영화 <택시운전사>와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민주화를 향한 당대의 움직임을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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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선이 비춘 그날의 기록
  암울했던 1980년대, 당시 광주에서는 ‘민주정부 수립’을 쟁취하기 위한 청춘들의 항거가 이어졌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이를 취재하기 위해 광주로 향한 독일의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이하 페터)와 그를 광주까지 데려다준 택시운전사 김사복(극 중 이름 김만섭)의 여정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에서 김만섭은 민중항쟁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시위 목적에도 관심이 없던 인물이다. 이는 광주 시민을 제외한 국민들은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페터의 취재를 동행하면서 투쟁의 의미를 깨닫게 된 김만섭은, 신군부 세력의 갖은 방해에도 페터를 무사히 공항까지 바래다주며 협력하는 모습으로 변모한다. 이에 관객은 사건의 본질을 깨닫고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김만섭의 태도를 자신과 동일화하게 된다.

  또한, 영화는 민중항쟁을 주도했던 광주 시민의 노력이 돋보인다. 한 예로, 극 중 시민들은 언론통폐합으로 기울어진 보도를 행하는 언론사를 향해 분노하며 화재를 일으킨다. 이는 실제 ‘광주 MBC 화재 사건’을 바탕으로 해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 이 외에도 영화는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인해 다친 시민들,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택시운전사의 모습을 드러내며 그들의 희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위한 사명감으로 항쟁 결의를 불태운 이들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불순세력’이라는 억울한 누명까지 써가며 민주화를 외친 80년대 청년들. 그중에는 처참한 죽음으로 자유를 누리지 못한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곳, 광주에서 민주화를 소리친 그들의 정신이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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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당신은 안녕하셨나요
  1980년 5월 18일, 민주주의를 되찾는 첫걸음을 뗀 동시에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날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광주민중항쟁(이하 민중항쟁)의 당시 상황과 그 이후의 삶을 희생자와 생존자 그리고 유족의 입장에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여섯 명의 인물을 화자로 내세우며 당시 상황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그중 죽음 이후에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정대’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2장 「검은 숨」은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절실히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이 뿐만 아니라 작가는 독백체를 활용해 서사의 비극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이렇듯 영혼의 시점에서 사망자가 느낀 사후 감정을 서술하는 방식을 통해 독자는 희생자의 입장에서 민중항쟁을 되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화자의 이름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중심으로 서사를 이끌어간다. 게다가, 대사를 표현할 때도 의도적으로 큰따옴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자칫하면 독자에게 혼란을 유발해, 글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선 두 가지 표현 방식 모두 소설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 몰입감을 높였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암울했던 민중항쟁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표현해, 독자가 그날의 비애를 절감하게 만든다.

  젊은 세대에겐 민중항쟁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시선을 향해 소설 『소년이 온다』는 숱한 이들의 아픔이 모여 만들어진 민주주의를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5월, 이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것은 어떨까.

장서율 기자 loveyul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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