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민 영화 저널리스트

 

 

   오늘날 영화는 현대인이 사랑하는 문화생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영화 산업의 범위 또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분야인 영화에 전문성을 갖춰, 일과 취미를 동시에 즐기는 김현민 씨를 만나 그의 삶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저널리스트 김현민입니다. 현재 메일링서비스 <목요일 어떻습니까>에서 영화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으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의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해요. 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을 선정하고 홍보하는 것은 물론, 영화제 안에서 크고 작은 이벤트도 기획합니다. 이 외에도 잡지나 신문에 칼럼 및 평론을 기고하거나, 영화 배급사에서 주관하는 ‘관객과의 만남 행사-Guest Visit(이하 GV)’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지난해 여름 단편영화 <파란>을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합니다.

 

메일링서비스 <목요일 어떻습니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목요일 어떻습니까>는 영화에 대한 비평이나 감상과 더불어, 영화와 관련된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영화 에세이예요. 매주 목요일 아침 8시에 한 편씩 신청자분들의 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일링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힘든 상황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해보자는 신념 때문이었어요. ‘코로나19’라는 큰 변수로 인해 정체된 영화계를 보면서, 저는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목요일 어떻습니까>라는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게 됐죠.
   <목요일 어떻습니까>는 작년에 3개월씩 기간을 나눠 두 차례 챕터를 진행했고, 올해는 4월부터 세 번째 챕터를 맞이했습니다. 세 번째인 만큼 이번에는 특별 집필진의 글도 실어보려고 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인 아티스트 니키리, 배우 이주영, 영화감독 임대형, 소설가 조우리 씨가 참여할 예정입니다.
   한편, 서비스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의 영화 에세이를 목표로 하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저의 일상을 다룬 에세이의 비중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서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에 특히 감명을 받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쓴 글의 분량만큼 답 메일을 보내주시는 독자분도 계셨어요. 덕분에 저 역시 진정한 소통을 알아가며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GV의 진행자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GV의 진행자를 맡았던 모든 순간이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하나를 선정하기가 무척 어려운데요. (공백) 지금은 지난해 11월 24일에 진행한 영화 <윤희에게>의 GV가 떠오릅니다. GV는 영화를 본 이후 관객과 영화인이 서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오프라인 행사인데요. 이날 ‘쥰’ 역할을 맡은 나카무라 유코 배우님께선 일본에 계셔서 ‘zoom(화상회의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GV에 참석하셨어요. 아무래도 질문마다 약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거죠. 따라서 지연이 발생할 때면 이를 어떻게 메워야 할지 난감해 관객석을 살펴봤어요. 일종의 눈치를 봤달까요. 그런데 진행을 재촉하거나 화를 내는 관객은 단 한 명도 없더라고요. 모두 하나가 된 마음으로 정성스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 순간, 진행자인 저까지 온전히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GV 진행자의 일과 영화 관련 글을 쓰는 일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GV는 관객과 영화인이 비교적 가깝게 접촉할 수 있는 희소하고도 매력적인 시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관객이 영화인에게 영화에 대해 직접 물을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GV를 진행할 때는 관객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여기고 있습니다. 더불어, 본격적인 행사는 영화를 감상한 이후에 진행되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느꼈던 첫 감정에 충실해 영화를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면, 영화를 소재로 한 에세이나 평론은 관객이 중심이 될 필요가 없어요. 나만의 시점에서 쓰는 독립적인 이야기죠. 그렇지만 영화도 누군가의 창작물이잖아요. 따라서 영화 관련 글을 작성할 때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도한 치장이나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글도 좋지만, 솔직하게 쓰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다가올 수 있거든요. 그러니 자신의 글을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늘 주의해야 합니다.

 

독립영화 <파란>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됐나요
   <파란>은 출출할 때도, 퇴근 후에도, 심지어는 점심을 먹기 전에도 한결같이 떡볶이를 찾는 한 여자의 삶을 그린 단편영화입니다. 이를 제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썼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본의 주요 장면을 그림으로 정리하는 스토리보드 작업에 들어갔어요. 이후 촬영 장소를 찾아 섭외하고, 함께 영화를 만들 스태프진과 배우들을 모집했습니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영화를 찍을 수 있었죠. 모든 촬영이 끝난 후에는 각 영상을 연결하고 후보정을 거쳐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어떤 과정에도 제 손길이 안 들어간 곳은 없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독립’영화라고 할 수 있죠.
   주변에선 영화를 찍는 일이 너무 힘들지 않았냐고 묻곤 했지만 저는 너무 재밌고 행복했어요. 영화 연출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었거든요. 여유가 생긴다면 또다시 도전하고 싶네요.

 

영화와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저 또한 여느 사람들처럼 ‘앞으로 뭘 하며 살지?’라는 고민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어요. 한번은 종이에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적어본 적도 있었죠. 이렇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영화’와 ‘글쓰기’만큼은 제가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왔던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영화는 아버지께서 부업으로 영화관을 운영하셔서 일상적으로 접했고, 글쓰기는 취미로 소설을 썼었거든요. 이처럼 좋아하는 두 가지 일을 연결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 저널리스트라는 길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한편, 저는 한 자리에 머무르기보단 거침없는 도전을 즐기는 성격입니다. 하나의 분야에 대해 배우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더라고요. 매번 또 다른 분야가 궁금해지고, 그 궁금증에 직접 부딪혀봐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아요. 이런 성향이 영화와 관련한 분야의 스펙트럼을 넓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우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소통은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은 물론, 세상과의 소통 그리고 나 자신과의 소통까지 포함하는 의미예요.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서 자신만의 소통법을 깨우치면 힘든 일을 만나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젊은 날을 응원합니다.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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