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강의와 과제의 늪에 빠져 무기력한 하루를 반복하던 참이었다. 문득 일상으로부터 행복이 멀어져 가는 것 같다고 느껴, 행복한 일을 매일 하나씩 종이에 적어 저금통에 넣는 ‘해피저금’을 3주간 실천해보기로 했다. 

  해피저금을 시작한 첫날에는 매일 행복한 일이 생긴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져, 무슨 일을 적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의 기억을 곱씹어보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방금 전까지 친구와 영상통화 했던 일을 쪽지에 적었다. 낯섦도 잠시, 이처럼 소소한 순간도 확실한 행복이었음을 깨닫자 일상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행복한 일을 찾는 것이 즐거워지자, 급기야는 날이 저물기 전에 행복한 일을 적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해피저금의 마지막 날, 저금통엔 꽤 많은 쪽지가 쌓여 있었다. 궁금증을 갖고 꺼낸 첫 쪽지에는 “맛있는 와사비크랩마요 샌드위치를 먹었다”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쪽지를 보자, 와사비 덩어리를 한꺼번에 베어 물어 머리까지 찡했던 기억에 웃음이 나왔다. 두 번째 쪽지에는 “날씨가 좋아서 방에 걸어둔 빨래가 뽀송하게 잘 말랐다”는 문장이 보였다. 이후 펼친 쪽지들에서도 쑥스러울 정도로 소소한 일이 적힌 문장이 쏟아졌다. 그리고 쪽지를 하나하나 펼칠수록, 그날 내가 겪은 행복한 상황에 점차 빠져들었다. 

  특별한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던 행복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었다. 무기력한 일상 속 지나쳐버렸을 순간들을 소중하게 만들어준 3주간의 해피저금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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