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커리어 플랫폼 '위커넥트' 대표 김미진

  고용 차별부터 유리천장 그리고 경력단절까지. 여전히 우리 사회엔 여성 일자리에 대한 전근대적 인식이 남아있다. 그러나 최근 사회의 전반적인 생활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여성들의 일자리와 삶에 균형을 추구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여성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고민하며, 경력공백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플랫폼 ‘위커넥트’가 있다. 위커넥트의 대표 김미진 씨를 만나 그의 삶과 여성 일자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위커넥트의 대표 김미진입니다. 위커넥트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 일자리와 삶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를 연구하며, 그에 맞는 해결책과 일자리를 제안하는 채용 플랫폼입니다. 저는 주로 회사의 경영 전략이나 기획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어요. 

 

위커넥트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일반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주변에 ‘일하는 여성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더라고요. 이를 보며, 여성은 맡은 일을 훌륭하게 해내더라도 유리천장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실감했죠. 또,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30대에 결혼, 출산과 같은 요인들로 경력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육아, 살림으로 근무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보자, 기업은 ‘왜 항상 근로시간이 40시간 이상인 근로자만을 채용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직원의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정하는 기업도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이 있는 여성에게 일과 삶이 균형적인 유연한 일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탄력적인 근무체계를 가진 기업과 여성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위커넥트를 설립하게 됐죠. 

 

위커넥트에 가입할 때 필요한 기준이 있나요 
  충족해야 할 기준이요? (놀람) 저희 회사는 특별한 기준 없이, 일하고자 하는 구직자와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 모두가 쉽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구직자의 경우, 플랫폼에 프로필과 이력서를 올리면 위커넥트에 가입된 500여 개의 기업 중 원하는 곳에 지원할 수 있어요. 이때 구직자는 경력보유여성으로서 아르바이트가 아닌,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또, 스스로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위커넥트의 채용관리자들이 각 지원자의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직접 연결해주기도 합니다.
  


기존의 채용 중개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위커넥트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퍼펙트매치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채용 과정 전체를 체계적으로 상담받길 원하는 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데요. 퍼펙트매치는 단순히 직무분석표를 통해 채용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상황 등 기업의 수요를 분석하는 방식을 통해 이뤄집니다. 또, 저희는 이 과정에서 채용 후보자들과 전화로 인터뷰를 하며 기업의 가치에 맞는 인재를 심층적으로 찾아봅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된 경력보유여성은 곧바로 채용이 진행되고, 입사 이후 해당 기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3개월 동안의 관리 기간도 지원하고 있어요. 


  
대표님께서 여성 구직자를 표현함에 있어,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보유’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는 보통 통계청에서 사용하는 말이에요. 그대로 번역하면 생산 가능인구 중 비취업 여성인구라는 뜻으로, 일하고 싶지만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가족 돌봄 등으로 잠시 일을 멈춘 여성이라는 의미죠. 이처럼 본래의 단어가 통계언어로 사용됐기 때문에, ‘단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 딱딱하게 느껴졌어요. 또, 이 말은 타자의 시각에서 서술된 단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을 그만둔 시기가 언제든 그 여성은 자신을 위해 스스로 활동을 멈춘,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인 거잖아요. 그런데 경력단절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타인에 의해 경력이 단절됐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관점을 달리해보면 이 여성들은 경력이 단절된 게 아니라 경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다시 살리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기업의 개성이 돋보이도록 직원 소개란을 구상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일과 삶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어요. 때문에, 직업 소개란도 이를 잘 보여줄 수 있도록 구성했죠. 이에 따라 직원들은 아이와 찍은 사진 혹은 반려동물 사진 등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위커넥트의 가치와도 연관돼 있는 동시에, 우리 조직의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에는 일과 삶이 통합돼있다는 ‘워라블’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저 역시 일터에서 얻은 에너지가 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중요시하다 보니, 저희 회사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랄 정도의 사적인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서로의 일과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그 시간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거죠. 


  
현재 우리 사회의 경력보유여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앞서 말했듯이, 경력단절여성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아닙니다. 미래를 위해 잠시 재정비하고 있는 것뿐이죠. 그러나 기업 면접에서는 “아이는 누가 키워요”와 같은 차별적인 질문이 여전히 존재하곤 해요. 그래서 이들이 다시 사회에 나가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려고 할 때,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평한 기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여성 우대’가 역차별적인 인식으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로 인해 기울어진 기회를 수평으로 맞춘다는 인식이어야겠죠. 

  한편, 경력보유여성은 채용 시장 속의 ‘보라다람쥐’라고 생각해요. 보라다람쥐는 희소하지만 뛰어난 구직자를 뜻하는데, 경력보유여성 역시 채용 시장에서 뛰어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희소한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것이 위커넥트를 상징하는 색을 보라색으로 설정한 이유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집을 짓고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플랫폼을 통해 그 집의 벽돌을 끊임없이 쌓아 올리고 있는 거죠. 제가 쌓은 그 벽돌이 주춧돌이 될 수도, 혹은 디딤돌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디딤돌이라도 집 짓는 데엔 꼭 필요한 존재잖아요. 따라서 벽돌 쌓기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견고한 집이 완성될 거라고 믿습니다. 동덕여대 학우들도 이러한 생각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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