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스트리밍서비스 ‘FLO’에 나와 있는 둘째이모 김다비 씨의 프로필이다
△음원스트리밍서비스 ‘FLO’에 나와 있는 둘째이모 김다비 씨의 프로필이다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부 캐릭터(이하 부캐)’의 열기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부캐는 주로 게임 속에서 사용되던 언어로, 본래 캐릭터(이하 본캐) 이외의 또 다른 캐릭터를 일컫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부캐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나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추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산슬, 둘째이모 김다비, 카페 사장 최준, 아이돌 매드몬스터가 그 대표적인 예다. 부캐 열풍이 도래한지 약 2년째, 그 시작과 인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유행은 또 다른 유행을 낳는다
  우선 부캐 유행의 시작은 MBC 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 속 유재석의 부캐, ‘유산슬’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유산슬은 신곡 발매 후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안착해 트로트 대란을 일으키고, 2019년 MBC 연예대상에서는 신인상을 꿰차기도 했다. 이후 김신영의 부캐인 트로트 가수 ‘둘째이모 김다비’, 유재석, 이효리, 비의 부캐로 이뤄진 ‘싹쓰리’ 등이 가요계에서 성행하며 부캐의 인기는 커져만 갔다.


  이렇듯 부캐가 지난해 가요계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면, 올해는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마주했을 만한 일상 속의 다양한 캐릭터로 또 다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부캐 컨텐츠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채널 ‘피식 대학’은 구독자가 123만 명(2021.05.28. 기준)에 달한다. 그리고 그 인기의 주역인 ‘비대면 데이트’와 ‘한사랑 산악회’ 컨텐츠의 조회수 역시 100만 회를 웃돌아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데이트 속 주인공 최준은 여러 유행어를 생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궁무진한 변화를 보여주는 부캐
  그렇다면 부캐가 이처럼 지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부캐는 연기자에게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둘째이모 김다비 씨가 45년생이고, 그의 취미가 ‘킬 힐 신고 약초 캐기’ 인 것처럼 나이, 직업, 취미 등 캐릭터의 개인 설정값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즉, 부캐는 또 다른 나를 만드는 데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부캐는 말 그대로 부 캐릭터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이 적다. 새로운 시도에 실패했다면 본캐로 돌아가면 되고, 원한다면 다시 새로운 부캐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부캐를 가진 연기자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본캐를 모른 척하는데, 이는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를 높임과 동시에 시청자에게 재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청자의 공감 역시 부캐의 인기를 유지하는 데 한몫한다. 사람들은 모두 각각의 상황에서 동일하게 행동하거나 대응하지 않는다. 학교에서의 모습과 직장에서의 모습 그리고 집에서의 모습이 모두 다른 것처럼 말이다. 결국 TV 속 연기자들의 부캐는 시청자로부터 공감과 흥미를 끌어내기에 충분한 주제인 것이다. 이처럼 부캐라는 컨셉 자체가 시청자와 연기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주다 보니, 그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다
이러한 부캐의 인기는 기업 사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본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화제가 된 ‘플냥이 선발대회’ 역시 ‘LG 유플러스’의 부캐 ‘플’이 진행한 행사였으며, ㈜에치와이(한국 야쿠르트)는 자사의 인기 제품에 부캐를 적용해 ‘HY-FIVE’라는 그룹으로 마케팅을 시도했다. 더불어 최근 카카오톡이 선보인 ‘멀티 프로필’ 기능 또한 지정된 상대에게 원하는 모습을 설정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캐를 만드는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각 분야로 이어진 부캐 유행은 이용자에게 재미와 홍보 효과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물밀 듯 쏟아지는 부캐의 등장이 지겹다는 반응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부캐는 여전히 분야의 한계를 넘어 왕성하게 이용되고 있다. 과연 부캐의 활용이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가희 기자 skyballoon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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