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달 음식 주문량과 배달 쓰레기 증가율이다
△올해 배달 음식 주문량과 배달 쓰레기 증가율이다

 

 

△올해 경기도 파주시에 방치된 2만 톤가량의 쓰레기 산이다
△올해 경기도 파주시에 방치된 2만 톤가량의 쓰레기 산이다

 

 

△지난해 플라스틱 수거량은 증가했지만 재활용량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플라스틱 수거량은 증가했지만 재활용량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띵~) “고객님이 주문하신 메뉴가 70분 이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새벽배송 1박스 문 앞으로 배송 완료했습니다.” 방역 모범생 A 씨는 오늘도 방역 수칙에 따라 외출을 자제하기 위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며 새로운 마스크를 꺼낸다. 이처럼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시대에서 비대면 소비는 일상이 됐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전술에도 허점이 있는 것처럼, 비대면 소비에도 보이지 않는 진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배달 음식의 포장재로 사용되는 일회용 용기, 주문한 물건이 담긴 택배 상자, 매일 새롭게 착용하는 마스크. 이들은 사용 후 모두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위생과 방역, 그 이면에서 코로나를 능가하는 또 다른 녀석이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방역’을 위한 쓰레기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 일상 속에는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그 결과, 온라인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가 실시한 ‘2021 상반기 모바일 앱 사용자 수 TOP 100조사’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각각 8위(2020만), 36위(772만)에 올랐으며, 2019년에 출시된 쿠팡이츠는 55위(550만)에 올랐다. 특히, 쿠팡이츠의 사용자 수는 출시한 지 2년 만에 약 26배 급증했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국민들의 비대면 소비는 온라인 쇼핑에서도 이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온라인 쇼핑 애플리케이션(△오늘의집 △GS SHOP △홈앤쇼핑 △지그재그 △에이블리)은 차례대로 52위(569만), 63위(498만), 82위(397만), 89위(370만)에 올랐다. 더불어, 우리나라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은 사용자 수 2612만을 보유해 4위에 올랐고, 매출 역시 7조 원에서 코로나 이후 14조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해 큰 호황을 맞고 있다. 

  이렇듯 배달 업체와 온라인 쇼핑 업계는 팬데믹 상황의 최대 수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대면 소비량이 많아질수록,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올해 배달 음식 주문량은 하루 270만 건을 웃돌았고, 이로 인한 배달 쓰레기는 매일 830만 개씩 발생하고 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78% 증가한 수치며, 각 폐기물은 폐플라스틱이 19%, 스티로폼이 14% 늘어났다. 

  더불어, 팬데믹 상황에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쓰레기들은 다양한 이유로 재활용되지 않는다. 먼저 택배 박스는 겉면에 접착제가 붙어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종이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된 마스크 또한 플라스틱이 포함된 부직포로 만들어져, 재활용은 차치하더라도 자연분해만 450년이 소요된다. 방역을 위해 선택했던 일들이 오히려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위기의 지구,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잘못된 분리수거 방식 역시 지구의 쓰레기를 증가시키는데 한몫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페트병은 비닐과 뚜껑을 제거한 후 분리 배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보통 통째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음식이 묻은 플라스틱 용기가 재활용 선별장에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에는 베이킹소다를 사용해 음식의 기름기를 완전히 헹궈내거나, 그럼에도 기름이 벗겨지지 않는다면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규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이렇듯 잘못된 분리수거 방식은 쓰레기를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생활 폐기물 연도별 선별 수량 대비 재활용률 현황’에 따르면, 플라스틱의 경우 수거량은 지난 5년 동안 14만 톤이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재활용량은 2만 톤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졌음에도 가치가 있는 재활용 쓰레기는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들어설 곳 없는 매립장, 버려질 곳 없는 폐기물
  그렇다면 폐기물 처리 방식은 어떨까. 현재 정부는 두 가지 방법으로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바로 버려진 폐기물을 땅에 그대로 묻는 ‘직매립’ 방법과 태운 뒤 부피를 줄여 매립하는 ‘소각’ 방법이다. 그중 소각 방법의 경우, 직매립했을 때보다 쓰레기의 부피를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매년 배출되는 약 50만 톤의 쓰레기들은 이론상 모두 소각장을 거쳐 매립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약 3만 톤의 폐기물이 직매립된다. 이전까지였다면 소각장을 거쳐 매립장으로 운반됐겠지만, 현재 우리나라 소각장들은 크기가 작고 설치된 수가 적어 급증한 쓰레기의 양을 모두 감당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향하는 인천의 제1 매립지의 경우 2000년 10월에 매립이 종료됐으며, 제2 매립지 역시 3년 전인 2018년 10월에 매립 불가 상태가 됐다. 이로써 현재는 마지막 매립장인 제3 매립지에 모든 쓰레기를 묻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혐오 시설로 여겨지는 소각장과 매립지의 특성상 증설 역시 어렵다. 결국, 처리하지 못한 채 방치된 쓰레기들의 광경은 마치 전쟁과 흡사해 ‘쓰레기 대란’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천만 톤의 쓰레기도 한 걸음부터
  하지만, 이러한 쓰레기 대란에 대항하려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친환경 기업은 ‘씨아이에코텍’과 ‘오이스터에이블’이다. 씨아이에코텍은 매립된 폐기물을 퍼내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다시 선별하는 기업으로, 자원을 순환시킨다는 이점이 있다. 더불어 오이스터에이블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면 식음료를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해주는 분리수거함 ‘Webin’을 개발했으며, 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의 연구에 따르면, Webin 분리수거함 설치 지역의 종이팩 회수율은 80%에 달할 정도다. 이에 따라 현재 해당 분리수거함은 전국 6개의 지역(△서울 △경기 △광주 △세종 △울산 △부산)에서 운영하게 됐다.

  이러한 흐름에 가세해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쓰레기 줄이기’를 시도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음식 주문 시 일회용 수저와 포크를 제외하고 받을 수 있는 체크 박스를 설계했으며, 마켓컬리는 ‘박스 회수 서비스’를 통해 불필요한 종이 박스 생산을 줄였다. 이렇듯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과 개인이 등장했다는 것은 분명 환경 보호 측면에서 유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쓰레기 대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하려는 이들이 더욱더 늘어나야 할 시점이다. 

 

SF영화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SF영화 <승리호>는 쓰레기 과부하로 황폐해진 2092년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쓰레기 청소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쓰레기들로 뒤덮인 잿빛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 방독면을 쓴 채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더불어 영화 속에서 처리 시설을 혐오하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 현상은 우리가 사는 실제 사회와도 너무나 닮아 있다. 현실의 지구 역시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무분별하게 배출되는 쓰레기로 황폐해져 가고 있다는 뜻이다. 

  방금까지 내가 쓴 물품들이 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더러운 쓰레기로 전락해버리는 상황은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이제는 버려진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 대신 쓰레기를 버린 개인들의 삶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함께 발휘되지 않는다면 쓰레기들은 매립장을 넘어 우리의 일상까지 침범해 들어올 것이다.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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