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해군 부사관 A 씨가 부대 상관으로부터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지 5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공군 부사관 B 씨가 부대 내 선임 중사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고발하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약 3개월 만으로, 당시 B 씨의 죽음 이후 실시됐던 ‘성폭력 피해 특별신고기간’마저 군 내 성범죄 예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렇듯 각종 법률과 제도가 무색하게, 여군 대상 성범죄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각 부대에선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를 또다시 협박·회유하는 2차 가해도 만연하게 벌어진다. 이러한 행각이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는 이유는 군 내 상급자인 지휘관이 부하의 진급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 생활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방관자는 침묵하고 피해자는 사건에 대한 대응을 포기하고 만다. 

 더불어, 군 내 소수자인 여성을 온전한 군인이자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모습도 성범죄 발생에 한몫했다. 여군은 여전히 군대 내에서 돌봄의 역할을 강요받기 일쑤고, 실제로도 특정 보직에 한해 편향된 배치를 받는 경우가 많다. 여군을 폄하하거나 성적 대상화하는 왜곡된 시선 역시 군대 내외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에는 여성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부여하자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여군의 증가가 평등한 사회에 다가가는 일종의 방안이 될 순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여군이 안전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여군의 인권을 보장하고, 군대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희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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