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이하 코로나) 상황은 미술 분야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술계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편으론 소극적으로 이뤄졌던 새로운 시도들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코로나 이후에는 오히려 주도적인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점쳐본다. 필자는 미술이 동시대인들의 삶을 반영하고 변화의 조짐들을 드러낸다고 보며, 우리 동덕인들에게 그 양상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전시 형태의 다양화다. 작가와 전시기획자들은 개별 작품 못지않게 전시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코로나의 확산으로 예정됐던 전시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 VR을 통한 가상전시다. 참고로 본교 회화과에서도 작년 졸업작품전의 경우 VR전시로도 제작해 예상외의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회화과 홈페이지에서 감상 가능). 현 수준에서도 VR전시가 실제 작품을 보는 것 못지않은 퀄리티를 구현하고 있으며, 애초부터 가상전시로 기획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

  둘째로, 작품 내용의 다변화다. 작가들에게도 어느 때보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재발견하는 시기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두산 갤러리의 <un-less>전은 부재와 결여의 상황에서 가능성을 찾는 것을 주제로 코로나 시대를 조망한다. 참여작가인 무진형제의 <그라운드 제로>라는 영상 작품은 땅 위의 보잘것없는 대상이 모호한 변화를 거친 후 개미굴 같은 구조로 전환하는 상태를 나타냄으로써 구체화한 사물과 추상적 구조가 혼합된 새로운 상태를 보여줬다.

  세 번째로, 디지털 기반 미술의 활성화다. 최근 NFT아트는 디지털 이미지나 영상, 캐리커처, 텍스트 등 소위 디지털 자산에 포함되는 대상들에 암호코드를 주입해 마치 화폐처럼 언제든 거래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단지 예술작품의 범위를 확장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의 거래방식, 소유방식, 더 나아가 예술품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시각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앞서 미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탐색과 시도에 못지않은 큰 변화가 타 분야에서도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코로나 이후 각자가 속한 분야에서의 변화가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그로부터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해보는 것도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단언할 순 없지만 이미 우리가 가늠하는 것보다 더 큰 대전환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박성환 (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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