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이번 달 5일까지는 제16회 도쿄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기간이다. 이를 기념하며, 장애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 책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과 미국의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크립 캠프 - 장애는 없다>를 감상해봤다.
장애 인식 개선에 한 걸음 다가가다
‘모든 사람이 장애인도 우주선에 타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 아닐까요?’ 책 『특별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속의 한 구절이다. 이 작품은 장애인복지위원회와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등 여러 장애 인권 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장애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우선, 이 책은 장애인이 겪는 불편한 문제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세 살 무렵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 장애를 갖게 됐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오른쪽 다리에 보조기를 끼고 생활한다. 이러한 작가의 생생한 경험이 책 곳곳에 적혀 있어, 장애인이 살아가면서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된다.
다만, 문제 상황만 제시하고 있을 뿐 이에 대한 해결책은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한 예로, 작가는 갖은 문제를 지닌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등장한 ‘장애인 콜택시 제도’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운영 중인 택시 수가 부족해 실제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었다. 더불어, 책에서 문제 상황을 주장하는 그의 말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점도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그의 주장 대부분이 공식 통계자료나 인터뷰 인용 없이 작가 개인의 생각으로만 적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에 대해 느꼈던 거리감을 좁힌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누구나 하루아침에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장애가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을 유념해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장서율 기자 loveyul01@naver.com
공감에서 시작하는 장애 인권 높이기
1952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뉴욕주에선 여름마다 ‘캠프 제네드’가 열렸다. 캠프 제네드는 청소년 장애인에게 적합한 공동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작된 캠프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크립 캠프 - 장애는 없다>는 이곳에 모인 장애인들이 자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기록했다.
캠프 제네드에서 참가자들은 평소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다. 다 같이 모여 민주적으로 저녁 식사 메뉴를 의논하기도 하고, 기타를 연주하거나 서로 도와가며 야구나 수영을 하기도 한다. 특별한 연출 없이 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영화는, 현실과 극적으로 대비돼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캠프 제네드의 자유로운 생활을 통해 실제 사회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더욱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의 미국 사회로 전환된다. 당시 미국 정부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장애인 차별을 금지한다’라는 조항의 『재활법』 504조를 무효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과거 캠프의 참가자들은 이러한 사회에 맞서 약 한 달간의 농성에 참여하고, 투쟁 끝에 『재활법』 504조가 집행되는 쾌거를 이뤄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부당한 사회에 대항하는 그들의 굳센 의지를 느낄 수 있어,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재활법』 504조는 2007년 제정된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크립 캠프 - 장애는 없다>는 장애 인권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담아내, 앞으로도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김수인 수습기자 cup09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