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연진이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 그곳 지역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형식의 예능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송이 많이 제작되는 까닭은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보는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자영업자가 생계를 위협받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마스크 없이 여행을 즐기는 유명 연예인들의 모습은 불편함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이어지는 심각한 현실과 다르게, ‘노마스크’인 채 상당수의 인원으로 촬영을 진행하는 방송계는 마치 ‘코로나 없는 세상’인 듯하다.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는 방송 촬영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항의 예외 상황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촬영 시간과 대기 시간이 모호한 방송 현장의 특성상 촬영 시간 외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선 약 10명의 출연진이 대기실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결혼 축하 파티를 벌여 시청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바 있다. 정부의 방송 제작 단계별 방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송계에서도 대기실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폐지돼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는 ‘권고’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이들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이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예인들의 마스크 미착용은 집단 감염 및 공공 방역에 위험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지난 8월 방영한 SBS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또한 결혼을 앞둔 연예인과 그 가족들이 모두 모여 ‘노마스크’로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장면을 송출해 시청자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미뤄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봤을 때 해당 장면은 연예인의 특권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방송 세계와 현실 세계의 괴리는 시청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할뿐더러 방역 경각심을 약화하는 결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본 프로그램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촬영했습니다’라는 자막 한 줄이 방역 수칙 위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만능열쇠가 될 순 없다. 방송에서 얼굴을 비추는 것이 마땅하게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 지금은 안전을 지키면서 더욱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계가 되도록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전감비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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