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치킨, 피자, 그리고 면 요리를 사랑하는 내게 밀가루는 영혼의 단짝이었다. 하지만 맛의 즐거움만 좇다 보니, 매일 몸은 붓고 속은 점점 더부룩해져 갔다.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 나의 몸을 지키기 위해, 한 달간 밀가루 없이 살아보기로 했다.


  초반에는 그저 밀가루로 만들어진 음식만 피하자고 다짐했는데, 안일한 생각이었다. 세상에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너무 많았다. 밀가루 면 대신 찾은 메밀 면에는 쫄깃한 식감을 내기 위한 용도로 밀가루가 포함돼있었고, 심지어 샐러드 안에도 잘게 잘린 과자 토핑이 마치 나를 놀리듯 숨어있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밀가루의 출현에, 앞으로의 도전이 막막해졌다.


  더는 밀가루를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2주 차부터는 본격적으로 밀가루의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참기 힘들었던 밀가루 면은 쌀국수와 두부 면으로 대신했다. 비록 맛과 식감은 조금 아쉬웠지만, ‘면’을 먹을 수 있음에 만족했다. 주전부리로는 과자 대신 제철 과일을 먹었다. 과일은 자극적이지도, 인공적이지도 않아 속이 편안했다.


  이렇게 식습관이 달라지자, 신체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무거운 몸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개운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시달렸던 소화불량도 개선됐고, 장 건강의 회복은 피부 트러블까지 사라지게 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는 달콤한 밀가루의 유혹을 이겨내고 있다. 밀가루 끊기가 선물해준 쾌적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밀가루를 줄여나가려 한다.

김한비 수습기자 hanb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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