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습, 공연 예산 부족이 근원
교수진과 학교의 노력 더해져야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실음과악습’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실음과악습’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는 실용음악과(이하 실음과)의 악습을 고발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이로 인해 에타에선 ‘#실음과악습’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으며, 교내 포털에는 실음과 악습 폐지를 건의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학과 측의 피드백이나 가시적인 변화는 없었으며, 화력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러한 악습이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채 묻히는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3월과 10월에도 실음과의 악습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지만, 마찬가지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오랜 시간 실음과 악습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지는 학우들의 제보를 통해 실음과 악습의 자세한 내막을 살펴봤다.

 

공연과 함께 부활한 악습
  실음과 악습의 가장 큰 원인은 공연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스태프 인력을 확충하는 과정에 존재한다. 따라서 지난 1년간에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공연이 진행되지 않아, 악습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백신 보급으로 대학가에서 대면 수업이 확대됨에 따라 실음과 측에서도 다시 정기 공연을 준비하자, 악습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실음과에서 준비하는 정기 공연은 크게 두 가지로, 3학년이 참여하는 정기 공연과 4학년의 졸업 공연이 있다. 이는 매년 12월 무렵 개최되며, 리허설을 포함해 각 이틀 정도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학과의 1, 2학년은 필수적으로 공연의 스태프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아침 8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의무적으로 노동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당한 금전적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심지어, 노동 환경도 열악하다. 제보자 A 씨는 “손님 응대나 티켓 판매 등 비교적 쉬운 업무를 맡은 스태프들은 리허설에 할 일이 없는데도 무제한 대기를 명령받는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 이유가 “리허설에 할 일이 있는 스태프의 노고를 고려해야 하기 위함”에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연 준비 현장에선 필요 이상의 노동을 준수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져, 저학년은 이에 대해 반박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또한, 과 회비(이하 과비)를 납부받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과비는 학생이 개인 의사에 따라 납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본래의 원칙이다. 하지만 실음과의 경우, 학과 차원에서 강제로 과비를 납부받으며 학생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초, 실음과의 각 학년 단체 채팅방에는 1, 2학년은 5만 원, 3학년은 10만 원의 과비를 납부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해당 금액은 정기 공연 진행 시 스태프의 식사 비용이나 포스터 및 소책자 제작 비용 등 공연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즉, 실음과 학우들은 무임금으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매년 과비라는 이름으로 공연에 들어가는 비용을 개인이 충당해야 하는 고충마저 겪고 있는 것이다.

 

악습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그렇다면, 이러한 악습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보자 B 씨에 따르면, 모 교수는 “재학생이 무임금 스태프 일을 하면서 과비까지 필수로 납부해야 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지원을 덜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고려했을 때, 악습은 학과에 지원하는 실험실습비가 저조하다는 근원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실음과의 공연 예산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B 씨는 “학교에 지원금을 계속해서 요구하거나 비용이 적게 드는 학과 행사를 고안했으면 한다”며, 학교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근거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과비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악습이 유지되는 이유는 “나도 겪어왔으니까”라는 보상적인 사고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로 모두의 관심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악습의 피해자는 계속 생겨날 것이다. 악습을 특정한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고 비난한다면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과 교수진, 학교가 한마음으로 악습을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이다.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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