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은 정신질환에 관한 관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제정된 ‘정신건강의 날’이다. 이를 맞아 강박장애를 가진 인물의 극복과정을 그린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우울증으로 파괴돼가는 개인을 다룬 책 『검은 개가 온다』를 감상해봤다.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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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로 치유되는 마음의 병
  베스트셀러 작가 ‘멜빈 유달’은 같은 식당, 같은 자리에서 같은 종업원이 서빙하는 음식을 오직 개인 수저만으로 먹는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비누를 한 번 쓰고 버리거나, 잠금장치를 다섯 번이나 돌리며 문을 잠그고,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으려 애쓰며 걷기도 한다. 이러한 유달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원치 않는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장애의 치유과정을 조명한다.


  족쇄와도 같았던 유달의 강박은 반려견 버델을 만나면서 서서히 호전된다. 사실, 처음에 유달은 버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달은 자신과 똑같이 보도블록의 금을 피하는 버델을 발견한 순간, 버델에게 애정이 샘솟기 시작한다. 이후 그는 식당 문밖에 묶어둔 버델을 보기 위해 평소와 다른 자리로 향하며, 매번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강박을 덜어내기도 한다. 사소한 공통점이 강박장애를 치유하는 시작점이 된 셈이다.


  한편, 유달이 짝사랑하는 캐럴 역시 만성적인 우울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캐럴은 아픈 아들을 간호하기 위해 결근했고, 평소 캐럴이 서빙하는 음식만을 먹었던 유달은 그의 집에 의사를 보내며 캐럴에게 출근을 부탁한다. 이를 계기로 유달과 점점 가까워진 캐럴은 잊고 있었던 사랑의 감정을 깨달으며 권태를 극복한다. 이처럼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며 각자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은 뭉클하게 다가온다.


  유달과 버델, 캐럴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은 커져만 간다. 이들이 나누는 따뜻한 마음은 관객에게까지 전달돼 큰 위로를 선사한다.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Yes24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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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쫓는 검은 개에 맞서기 위해
  이웃을 무차별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전학수’와 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대학생 ‘설리사’. 책 『검은 개가 온다』는 이러한 두 인물이 겪은 사건의 수사 과정을 긴장감 있게 풀어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전학수는 아내의 퇴직 이후 생긴 우울증으로 회사 업무에서 실수가 빈번해지며, 운전마저도 안전하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로 인해 전학수의 내면에서 자기혐오와 수치심이 계속 생겨난다. 그러던 중 그는 이웃과 시비가 붙고, 당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결국 살인을 저지른다. 여기서 작가는 전학수의 범행에 우울증이 어떤 작용을 했는지에 주목하며, 독자가 점차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한편, 설리사의 죽음을 추적하던 형사 ‘이평서’는 <우울증은 없다>라는 블로그를 통해 항우울제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퍼뜨리는 ‘반탁신’의 존재를 알게 된다. 반탁신은 설리사가 속해 있던 항우울제 반대 모임을 추진한 인물이었다. 이후 이평서는 그가 만든 모임의 멤버들을 찾아가며, 과거 이들이 단체로 여행을 갔던 행적을 캐묻는다. 여기서 풀어지는 여행의 내막은 액자식 구성으로 서술되며, 덕분에 그 여행 속에서 설리사가 품었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더욱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소설에서 ‘검은 개’로 형상화되는 우울증은 잊을 만하면 되돌아와 인물을 좀먹는다. 이에 벗어나지 못하고 잠식돼버리는 이들의 상처는 결말에 이르러서도 회복되지 못하지만, 독자들은 역설적으로 검은 개에 맞설 용기를 얻게 된다.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책의 메시지처럼, 우울한 감정이 약점으로 여겨질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최보영 수습기자 choiboyoung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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