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숨어있다. 바로, ‘아이의 마음’을 의미하는 동심(童心)과 ‘겨울의 마음’을 의미하는 동심(冬心). 이처럼, 본지는 춥고 쓸쓸한 겨울날의 일상에서 벗어나 따뜻하게 겨울을 즐길 수 있는 과거 추억의 놀이와 오늘날의 이색 놀이를 함께 체험해봤다. 우리, 올겨울 넷플릭스 대신 추억 플렉스(Flex)는 어때?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김한비 수습기자 hanb02@naver.com
최보영 수습기자 choiboyoung01@naver.com

 

영어로 윷놀이 해본 사람? 

  “윷이다~ 윷!” 어릴 적 겨울의 모습은 따뜻한 온돌방에서 온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하는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창밖의 눈발과 매서운 추위도 잠시 잊어버릴 만큼, 우리 가족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윷놀이에 흠뻑 빠져 놀았다. 이처럼 당시에 느꼈던 포근함을 올겨울에도 다시 체감해보고자, 본지 기자들은 학보사실에 다같이 모여 윷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놀이를 시작하기 전, 우리는 보통의 윷놀이와는 달리 새로운 규칙을 추가했다. 바로,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사용할 경우에는 해당 사람이 속한 팀의 말 모두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강력한 규칙을 설정했기 때문일까. 게임 시작 전부터 학보사실 안의 공기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처음 윷가락을 잡은 ‘주은&한비’팀은 무난하게 ‘걸’로 출발했다. 뒤이어 던진 우리 팀(‘수빈&보영’)과 ‘감비&유진’팀에서도 놀이의 판을 흔들만한 한방은 나와 주지 않았다. 그렇게 5분이 지났을 때쯤 보영이 던진 윷가락에서 ‘윷/모/걸’이 순서대로 터져 나왔고, 기쁨을 참을 수 없던 수빈은 “yeah~!, okay~!”라며 영어를 쏟아냈다. 그 순간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한번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 영어는 멈출 수 없었다. 곧이어 주은도 추임새로 ‘okay’를 외쳤고, 게임 도중에는 윷놀이 설정상 존재하는 ‘빽(back)도’라는 단어가 우리의 입에서 자꾸 튀어나와 우승의 발목을 잡았다.   


  무의식중에 영어를 계속 사용하다 보니, 10분마다 세 팀 모두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늘 끝낼 수는 있는 거지?” 이처럼 영어의 늪에 빠진 우리는 점점 말을 아끼기 시작했고, 결국 가장 많이 인내했던 ‘감비&유진’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우리 팀은 마지막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운 분위기와 한 방을 꽉 채울만한 기분 좋은 환호성에 어릴 적 추억을 다시 한번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연이 날았는데 안 날았어요

  윷놀이로 알차게 논 우리는 너도나도 즐기던 민속놀이인 ‘연날리기’에도 도전했다. 사실 연은 설날에 새해의 소망을 염원하며 날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우리는 올해 종강호까지 열의를 다하자는 마음을 담아, 2021년의 끝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연을 날리기로 했다.


  지난 18일, 우리는 연이 하늘 높이 떠오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먼저 가오리연의 살대를 연 상단의 양쪽 주머니와 중앙에 있는 연결 구멍에 꽂아, 연이 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설치했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한 게 무색할 만큼,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씨에 연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렇게 첫날 우리의 연날리기는 대실패였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다음날, 꼭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으로 떠났다. 역시나 바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강바람이 잠깐씩 불어오는 때를 노려보자며 가오리연에 달린 고리에 연줄을 연결했다. 이후 연줄을 고리에 채우고, 연이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휴대용 손잡이에서 줄을 길게 풀어냈다. 바람을 등진 채 연이 날아가는 장면을 떠올리며 연거푸 연을 날렸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연은 날다가 뚝 떨어지기 일쑤였다. 연줄이 묶인 휴대용 손잡이를 꽉 붙잡고 바람이 실어지도록 질주해야만 그나마 낮게라도 날뿐이었다.


  ‘연아 날아 줘’, ‘제527호 학보 무사 발행!’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는 연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그러면 간절함이 하늘에 닿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마지막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의 연은 용이 될 뻔한 이무기에서 그치고 말았다. 성공하길 바라는 절실함이 강했기에 연이 드높이 날지 못한 속상함은 크게 몰려왔다. 그렇지만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야 또 연날리기에 도전하지 않을까. 그땐 우리가 연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하늘 끝까지 닿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집콕? 나는 ‘양궁’한다!

  지금까지 추억의 민속놀이에 푹 빠져 놀았다면, 이번에는 요즘 사람들이 즐기는 이색 스포츠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계 올림픽 시즌마다 한국인들의 잠자고 있던 ‘주몽의 후예’ 정신을 깨우는 종목, 바로 ‘양궁’이었다. 정적이면서도, 활시위를 놓는 순간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하는 양궁을 체험하기 위해 우리는 신촌에 위치한 실내 양궁 카페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양궁 카페에 들어서자, 매장 안쪽 연습장에 진열된 전문 장비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양궁은 화살의 속도는 물론 그 위력도 강력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비 착용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따라 왼팔에는 팔 보호를 위한 암 가드(Arm guard)를, 가슴에는 시위가 옷에 걸리지 않도록 막아주는 체스트 가드(Chest guard)를 찼다. 이후 오른손 중지에는 손가락 보호를 위해 핑거 탭(Finger tap)을 끼고, 마지막으로 허리에 화살통이 달린 띠인 퀴버(Cuiver)를 두르며 양궁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이제 본격적으로 활을 쏠 차례였다. 우리는 과녁 앞 라인에 서서 화살을 활에 꽂은 뒤, 중앙의 지지대 위로 올리고 끝을 시위에 끼워 고정했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화살을 넣어 시위와 함께 잡아당겼다가 가볍게 놓았다. 양궁 경기 속 선수들의 자세를 떠올리며 활을 쏴보니, 금세 감이 잡혔다. 하지만 연습이 계속되자, 약 5kg인 활의 무게 때문에 힘이 빠져 적중률은 낮아져만 갔다. 그러나 이러한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고 과녁에만 집중한 결과, 드디어 ‘10점’을 맞출 수 있었다.


  명중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한 탓인지 왼쪽 팔과 어깨가 욱신거렸다. 하지만 양궁은 이러한 고통을 잊게 할 만큼 신선했고,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올겨울 매서운 추위를 피해 색다르게 놀 곳을 찾고 있다면, 실내 양궁 카페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렸나본데

  마지막으로는 따뜻한 힐링을 선사할 실내 놀이를 만나 볼 차례다. 팬데믹 시국에 갑자기 겨울까지 찾아와, 반강제로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신적으로 지쳐 갔다. 그러던 중, 답답한 마음을 그림으로 달래기 위해 성북구에 위치한 드로잉카페를 찾아갔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형형색색의 아크릴 물감들이 눈에 띄었다. ‘여행’을 주제로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을 그림에 담아보기로 했기에, 선명한 색감으로 매끄럽게 발리는 아크릴 물감을 선택했다. 그 후 자리에 앉아 인터넷을 뒤적이며 도안을 찾았고, 주제와 걸맞게 비행기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을 골랐다.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에 돌입한 우리는 프린트한 도안과 먹지를 캔버스에 대고 선을 볼펜으로 따라 그렸다. 선택한 도안은 여러 층으로 나뉜 구름의 모습이 자세히 묘사돼 있었기 때문에 예상외로 세밀한 작업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굳어있던 손이 도안 밖으로 자꾸만 엇나가 곧 참을성이 바닥날 것 같았다. 하지만,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팝송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며 밑 작업을 이어나갔다.


  밑그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우리는 도안을 떼어내고 캔버스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도안 속 하늘의 모습을 파란색과 보라색의 그라데이션으로 표현하기 위해, 원색에 흰색을 섞어 파스텔 계열의 색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거쳤다. 그래도 붓질이 손에 익으니 채색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안을 참고하지 않고 색칠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온전히 그림을 즐기던 우리는 우리만의 작품에 자부심을 가지며 오늘 하루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여정이 됐음을 자신했다. 사람들과의 마땅한 추억 쌓기가 어려운 요즘, 캔버스 위에 행복을 수놓을 수 있는 드로잉카페는 올겨울 충분히 매력적인 힐링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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