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기간의 나는 허리와 목 부근에 느껴지는 강한 통증으로 침대와 한 몸이 되기 일쑤였다. 게다가 호르몬의 영향 때문일까. 이번 학기에는 꼭 ‘갓생’을 살아보겠다는 다짐도 월경통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 면 월경대가 월경통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소식을 접해 인터넷에서 면 월경대를 구매했다.


  면 월경대를 사용한 첫날, 뛰어난 흡수력으로 하룻밤 사이 새어나가는 월경혈 없이 비교적 산뜻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속옷과 촉감이 비슷해 이질적이지 않았다. 다만, 재착용 시 일일이 손빨래를 해야 한다는 점은 꽤나 번거로웠다. 머릿속으로는 친환경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었지만, 손빨래를 할 때마다 월경혈이 굳지 않도록 냉수를 사용하니 손끝이 무척 아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밀려왔다.


  그러나 면 월경대가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 것은 분명했다. 비교적 쉽게 침대에서 벗어나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몸이 한결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심했던 복통은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그래도, 월경 동안 날 괴롭히던 불쾌한 냄새는 자취를 감췄고 피부도 더이상 짓무르지 않아 좋았다. 무엇보다, 월경통을 핑계로 매번 미뤘던 과제는 기한 안에 여유롭게 제출하는 뿌듯함을 맛보기도 했다.


  세탁 후 말끔해진 월경대를 차곡차곡 정리함에 넣다 보면 매달 월경하는 나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기분이 들었다. 효과 좋은 진통제도 해결하지 못한 내 무기력을 물리친 면 월경대, 다시 그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

최보영 수습기자 choiboyoung01@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