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프로아나’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이다
△트위터에 ‘#프로아나’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이다
△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3배 이상 많다
△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3배 이상 많다
△성별·연령별 통계에서는 10대 여성이 1,296명(14.5%)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별·연령별 통계에서는 10대 여성이 1,296명(14.5%)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요근래 폭식을 멈출 수가 없어서 같이 조이실 프쟁이 구해요.’ ‘나랑 같이 뼈말라 할 사람? 거식 친구 구함.’ 바짝 마른 허리와 갈비뼈 사진이 쏟아지는 이곳은 바로 ‘프로아나’의 세계다. 프로아나란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에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로, 마름을 추구하고 섭식장애를 옹호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마른 몸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을 보이며,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 안에서 자신들만의 견고한 둥지를 틀고 있다. 이제는 더이상 음지의 일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 곳곳에 퍼져나가는 프로아나, 과연 그 실태는 어떨까.

 

강요받는 마름, 증가하는 공포
  본지는 약 2주간 프로아나 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트위터에 ‘#프로아나’, ‘#프로아나_트친소’를 검색해 나온 게시물을 스크랩하며, 프로아나에 대해 취재해봤다. 먼저, 프로아나는 대게 체중 증가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프로아나계(계정)’를 운영하는 A 씨는 단순한 식생활조차 ‘먹임을 당했다’라고 표현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다른 사용자들 역시 물만 먹으며 버티는 ‘생수 단식’, ‘먹토(음식을 먹고 소화되기 전에 토하기)’, ‘씹뱉(음식을 씹고 삼키기 전에 뱉기)’ 등을 반복했으며, 혹시라도 과도한 단식의 후유증으로 폭식을 하게 된 경우에는 크게 자책하기도 했다. 

  KOICD(질병분류 정보센터)의 ‘제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에서는 ‘신경성 식욕부진(고의적 체중감소)’과 ‘신경성 폭식증(반복적 과식발작)’을 식사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즉, 무리한 절식, 금식과 폭식을 동반한 프로아나의 식습관은 섭식장애의 증상에 해당한다.

  게다가, 프로아나는 여성, 그중에서도 10대 청소년들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모두 8,943명으로, 이 중 여성의 수는 남성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또한, 성별·연령별 통계로는 10대 여성이 1,296명(14.5%)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미 뿌리를 내린 프로아나
  그렇다면, 프로아나가 우리 사회에서 싹을 틔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소셜 미디어의 발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김율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이 담당하는 섭식장애 클리닉에서 “마른 체형과 완벽한 몸매에 대한 문화적 압력은 섭식장애를 발병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중매체에서 날씬한 체형을 끊임없이 부추기면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 의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강요하는 SNS와 대중매체는 외모에 대한 관심과 강박이 심한 10·20대를 왜곡된 신체상에 쉽게 매몰되도록 일조했다.

  프로아나가 선망하는 신체상의 대표적인 예로는 ‘뼈말라(뼈가 고스란히 보이는 바짝 마른 사람)’와 ‘개말라(매우 마른 사람)’가 있다. 프로아나는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모방한다. 마른 몸매 사진을 게시하면서 SNS상에서 유명세를 얻으면 언뜻 다른 이들로부터 관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로아나는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으며, 더욱더 견고한 집단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SNS를 통해 나날이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다양한 다이어트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스스로 신체 건강에 무뎌지고,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더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실제로 프로아나로 절식을 반복할 경우, △갑상선 기능 저하증 △기초 대사량 저하 △생리불순 △오한 △저칼슘혈증 △탈모 등의 이상 증세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뇌 성장이 활발히 이뤄지는 청소년기에는 성격장애나 강박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분별한 약물 복용이 낳은 상처 
  더불어, 프로아나가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이들이 때때로 체내 음식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마그밀, 구충제, 장청소약 등을 섭취하거나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곤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과 비향정신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효력이 있다. 때문에 적절한 식이, 운동요법만으로 체중을 감량하기 어려운 비만 환자의 보조요법으로 사용되곤 한다. 다만, 각성제인 암페타민과 유사한 효과를 드러내는 특징이 있는 탓에, 과다 복용 시 정신 질환을 포함한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즉, 이러한 식욕억제제는 강력한 중독성과 습관성을 유발해 심장이나 뇌에 직격탄을 안길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에 방영된 SBS 저널리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또한 이러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오남용 실태를 조명했다. 본 방송에서 프로아나처럼 무리한 다이어트를 일삼았던 한 제보자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먹고 환청 및 환각 등의 부작용이 일어났으며, 감정 기복이나 무기력함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도 경험했다고 밝혔다.

  현재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전문의의 처방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상태로, 안정성과 유효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아 만 16세 이하의 아동·청소년에게는 처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10대 프로아나들은 체중 감량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약을 구매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종종 대리 구매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으며, 중고 거래 사이트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약을 거래하는 현장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런 행위는 현행법상 위법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약물 오남용이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일인 만큼 더욱 위중한 사안이다.

 

몸매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다
  누군가는 프로아나를 향해 노골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던지며, 불편한 눈초리를 쏘아댄다. 물론, 프로아나를 무작정 수용하거나 응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정말로 프로아나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인지는 다시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대중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신체를 두고 우열을 가리기 바쁘며, ‘예쁘고 마른 것이 최고’라는 사회의 기준을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아나는 이러한 시선 아래 수없이 짓밟혀지고 억눌러왔던 고통 속에 탄생한 사회적 질병이다. 그렇기에 사회는 프로아나의 확산에 책임감을 느끼며 개인과 사회 복합적인 측면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우선, ‘#거식증’, ‘#프로아나’ 등을 입력했을 때 수두룩하게 등장하는 노골적인 신체 사진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검색의 제약과 미디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SNS 내 약물 오남용 신고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식욕억제제에 관한 관리 감독도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개인 차원에서 자신의 체형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영양 상태의 회복과 안정을 위해 심리적인 치료와 함께 적절한 식이조절,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섭식장애는 단순히 신체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적 불안 증세도 함께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해 실천하는 자기 통제, 그 노력 자체를 감히 누가 폄하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시작에 앞서 이것 하나 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자기 통제는 결코 자기 자신을 옥죄는 것이 아님을. 진정한 자기 통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자기 존중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말이다.

최유진 기자 cyj44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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