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못한 청년들,
불평등한 한국 사회에 분노를 표출하다

△집회 참가자들이 대학생들의 고난이 적힌 현수막을 찢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대학생들의 고난이 적힌 현수막을 찢고 있다

  “기성정치는 실패했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자.” 지난 14일 오후 3시, 청년들의 울분 섞인 외침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더이상 참을 수 없는 대학생들의 행진, 출격(이하 출격)’ 집회가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이윽고 집결지인 청계천 한빛광장에 300명의 대학생이 모이자, 모두가 손에 쥔 붉은 깃발에 한국 정부를 향한 한마디를 적으며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본격적으로 집회가 진행되자, 참가자들은 ‘최악의 실업난’과 같은 부당한 현실이 적힌 현수막을 찢고, 성명서를 낭독하는 등 변화를 향한 의지를 강력히 표출했다. 이후, 이들은 “더이상 참지 않겠다”고 외치며 시청 광장과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까지 가두행진을 이어나갔다.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습니다”처럼 정치인들의 망언이 적힌 종이를 밟으며 출발한 청년들의 행진은 오후 7시,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마무리됐다.

동덕인도 참여한 청년 행진
  이번 ‘출격’ 집회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와 2022 대학생 대선대응(이하 대학생 대선대응)의 주최로 진행됐다. 대학생 대선대응은 전대넷 소속을 포함한 전국 61개 학생회가 청년들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결합한 조직이다. 또한, 전국의 대학생들이 함께한 본 집회에는 우리 대학의 학우 6명도 참여했다. 제54대 중앙비상대책위원회(이하 중비대위)가 지난달 5일, 줌(ZOOM) 웨비나를 통해 ‘1005 전체학생총회(이하 학생총회)’를 성사시키며 언급했듯이, 우리 대학을 넘어 모든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본지 보도 2021년 10월 11일 제525호 1면) 그렇다면, 지난 학생총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본교 학우들은 이번 집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을까.

  먼저, 대표자 발언에 참여한 중비대위 위원장 유은지(디지털공예 19) 씨는 “이번 집회를 통해 대학가에 공통적인 문제가 즐비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온라인 학생총회를 성사시킨 본교의 힘으로 대학 사회의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거리 행진에서 발언을 이어간 박수빈(국어국문 20) 씨는 “누구나 교육 앞에서 평등해야 하고, 교육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며, 대학 내 등록금 인하를 재촉했다. 그 외에도 학우들은 학내 거버넌스 보장, 사학비리 근절 등 대학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나아가는가
  한편, 지금까지 입학금 폐지나 2020년 등록금 일부 반환 등의 성과를 내왔던 전대넷은 지난 7월, 새로운 정부에 요구할 안건을 상정하고자 ‘대학생 문제 및 2022 대선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2,440명 중 약 91.9%(2,242명)가 실질적 반값 등록금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불어, 5년 이내에 자신의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수치는 약 54%(1,317명)에 달하기도 했다. 대학생 대선대응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22 대선 대학생 의제 연구원’을 모집해 6대 요구안을 작성했으며, 본 집회를 통해 이를 가시화했다.

  특히 이주원 전대넷 의장(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본 요구안은 조사 결과 및 현행 대학 운영 제도의 체계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됐다”며, 주거권, 대학 거버넌스 등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우선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생 대선대응은 해당 요구안에 △고지서상 등록금 인하 실현 △공공기숙사 및 청년 주택 공급 확대 △민주적 총장선출제도 확립 등 구체적인 청년 정책을 담아냈다. 또한, 해당 요구안은 집회 개최 전 제20대 대선 예비후보자들에게 전달됐다.

  끝으로, 이 의장은 “이번 집회는 코로나19로 경직됐던 학생 사회에 연대와 행동에 대한 의식을 환기했다”며, 학생들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만이 대학 사회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1997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20대 투표율이 증명하듯, 청년들은 누구보다 우리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길 바라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분노가 이번 대선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한비 수습기자 hanb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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