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11월 1일부터 2021년 11월 17일까지의 ‘갓생’ 검색량 추이다
△ 2019년 11월 1일부터 2021년 11월 17일까지의 ‘갓생’ 검색량 추이다

 

  ‘내일부터 진짜 갓생 산다.’ 20대 여성 A 씨는 새벽 무렵, SNS에 글을 올리며 다짐한다. 갓생이란 대단하거나 좋은 것을 과장해서 표현할 때 붙이는 접두사 ‘갓(GOD)’이 ‘인생’과 합쳐져 탄생한 신조어로, 기존에는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덕생(덕질+인생)’과 반대되는 말로 사용됐다. 이후 이 단어는 유행처럼 번져 훌륭하고 모범적인 삶을 나타내는 의미로 확장됐고, 현재는 MZ세대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한 사례로, 갓생 사는 B 씨는 아침 7시에 일어나 유산균을 챙겨 먹고, 30분 동안 공복 유산소 운동을 한 뒤, 직접 요리한 아침밥을 먹는다. 오후에는 영어 회화와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고, 좋아하는 책의 문구를 필사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갓생’의 흔적이 생생하게 담긴 계획표와 체크리스트를 SNS에 게시하고 일기까지 쓰면 맘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갓생 살기’가 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랜드 사이트에 의하면, 19~39세의 갓생 검색량은 2020년 3월부터 미미하게 증가하다가,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를 기점으로 외부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주어진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갓생 살기다.

갓생의 3요소: 일과, 성취, 공유
  M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일컬어지는 세대답게 자신이 실천하는 갓생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SNS는 물론, ‘투두메이트(todo mate)’,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 등의 앱을 통해 체크리스트나 공부 시간을 인증하며 자신의 갓생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이를 소재로 타인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다만, 숨 쉬듯 접하게 되는 타인의 일상은 누군가에겐 억압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갓생은 단어에 내포된 신(GOD)이라는 의미처럼 간혹 빈틈없는 완벽한 생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갓생’을 검색해보면 하루 10시간이 넘는 공부 타이머와 높은 시험 점수 사진 등이 적극적으로 전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불특정 다수에게 좋은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부담과 위기의식을 부여하기도 한다. 일례로, 취업준비생 C 씨는 “갓생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이렇지’라는 자괴감이 든다”며, 이 때문에 일부러 SNS에 들어가지 않은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갓생러(갓생+er)’의 계획에 거창하고 대단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불 정리하기, 하루에 물 1.5L 마시기, 휴대폰 5시간 이하로 하기 등 ‘소확성(소소하고 확실한 성취)’을 목표로 둔다. 이는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어 곧바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다음날 얼마든지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일과이기에 실패했을 때의 낭패감도 적다. 실제로, 대학생 D 씨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혼자 정체된 듯한 좌절감과 무력감이 있었지만, 일상에서 작은 성공을 맛볼 수 있는 ‘갓생’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고 고백했다.

변화하는 이상향 속에서 변치 않는 것은
  4~5년 전, MZ세대에게는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 즐기자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했다. 따라서 최근 유행하는 갓생은 한탕주의인 욜로와는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두 가지의 생활 방식은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에 적응하려는 MZ세대의 노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갓생을 보다 확대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경쟁의 시대, 모든 기준이 상향 평준화된 사회에서 오늘날의 청년층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확실한 행복이다. 이를 위해 작은 성취를 이루는 것도, 더 나아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도 모두 진정한 갓생 아닐까. 각자만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한 갓생러일지도 모른다.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