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진명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쓴 위문편지의 내용이 알려지자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우편을 받은 군 장병이 인터넷에 게시한 해당 편지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인생에 시련이 많을 텐데 이 정도는 이겨내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등 조롱 조의 말이 적혀 있었다. 위 사실에 누리꾼들은 편지 작성자로 알려진 학생의 신상을 밝혀 ‘xx년 뒤져라’와 같은 욕설 섞인 비난과 ‘납치해서 강간하고 싶다’라며 모욕적 발언을 퍼붓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남성 위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해당 학생을 직접 찾아갈 거라는 협박성 게시글이 뒤따랐다. 

  위문편지 논란으로 알 수 있듯, 현 사회에서는 ‘혐오 생태계’가 조장되고 있다. 이 현상은 디지털 매체를 통한 소통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했는데, 온라인 특성상 전파성이 크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탓에 경각심 없는 언어폭력이 숱하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프로배구 김인혁 선수(삼성화재), BJ 잼미 등이 악성댓글 및 뜬소문에 시달리다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한국 사회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폭력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혐오 표현은 갈수록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져가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규제책은 부재한 상태다. 2021년 5월 국가 인권위원회가 15세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후의 대응 방법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40.5%(540명)가 ‘대응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신고해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는 답변이 그 이유였다. 즉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해도 크게 변화하지 않는 현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 표현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코로나19만 전염되는 것이 아니다. 혐오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져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혐오 표현을 제재하지 않는 행위는 욕설과 성폭력을 방조하며 또 다른 혐오를 재생산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 잇따라 죽어가며 고통받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은 그 심각성을 자각해야 한다. 더는 권고가 아닌 강력한 처벌 수위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인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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