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의해, 여성을 위해 제정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전 세계 여성들이 하나가 되어 연대하는 날인 만큼, 본지도 이 순간을 함께 기념했다. 여성 참정권을 위해 세상과 맞서 싸웠던 과거 여성들부터,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을 부수기 위해 노력하는 동덕인들까지. 먼 미래가 아닌, 오늘의 성평등을 위해 앞장서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수인 기자 cup0927@naver.com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우리의 목소리가 사회에 닿기까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1908년 3월 8일,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모인 15,000여 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생존권과 참정권 등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다. 참았던 분노를 터뜨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 시위를 계기로 이듬해 2월 28일 미국은 첫 번째 ‘전국 여성의 날’을 선포했고, 뒤이어 유럽국가에서도 여성 지위 향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이후 1977년 UN의 공식적인 지정으로 ‘3.8 여성의 날’이 탄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퍼진 여성의 날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혜석, 박인덕 등 여성 운동가들은 1920년부터 매년 3월 8일, ‘국제부인데이’라는 이름으로 강연과 집회 등을 추진했다. 일제강점기로 그 맥이 끊기는 듯했으나, 1985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개최한 제1회 ‘한국여성대회’는 지금까지도 여성들이 삶 곳곳에서 겪는 문제들을 드러내며 연대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한편, 2018년 2월 20일에는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기업들도 매년 각종 이벤트를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을 응원하곤 한다. 지난 1월 26일, 모금 운동 사이트 ‘카카오 같이가치’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 캠페인’을 열어 여성을 위한 모금함에 응원기부금을 지급했다. 또한 디즈니에서는 대표 캐릭터 ‘미니마우스’에게 기존의 원피스 대신 수트를 입혀 시대의 변화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여성들은 마땅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워왔고, 이는 진보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 행진이 멈추지 않도록 여성 인권에 대한 우리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성 참정권의 시작, 영화 <서프러제트>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 인권을 위한 투쟁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당시 여성들은 어떤 노력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해냈을까. 이를 알아보고자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 역사를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를 감상해봤다.


  <서프러제트>는 20세기 초 당시 여성들에게 적용된 영국의 불평등적인 사회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같은 일을 해도 남자와 여자의 시급이 달랐고,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법적 권리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는 투표를 할 수 없어서, 즉 사회에 대해 발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들의 권리가 배제되며 빚어진 결과였다. 


  현재의 삶에 안주하던 주인공 왓츠는 여성 참정권 법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동료를 대신해 열약한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발언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여성 참정권 운동에 눈을 뜨며, 서프러제트(sufferagete)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하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다. 이러한 왓츠의 변모는 당시 자신이 처한 현실과 불평등을 자각하고 거리로 뛰어든 수많은 여성을 대변한다. 영화의 말미에서 그들이 마침내 투표권을 획득하게 되는 모습은 현시대의 여성들에게도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 역시, 처음 여성의 투표가 시행된 것은 1948년으로, 채 100년도 되지 않은 여성 참정권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국내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5%로 여성들의 의사결정 직위로의 진출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들을 향한 차별이 만연했던 그 당시 사회는 오래전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직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므로 영화 속 그들처럼 오늘날의 여성도 실질적인 평등을 위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여성학 강의 들어보신 분 있나요?

  이렇듯 권리를 위해 오랜 기간 투쟁해 온 여성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은 남성 중심의 교육 제도에서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여자대학교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설립 배경과 페미니즘에 대한 학우들의 높은 관심 덕분에 본교는 매 학기 15개의 여성학 강의를 개설하며 학생들에게 여성학 공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당 여성학 강의를 직접 수강한 재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본지는 지난달 9일부터 13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해 학우 8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학우들은 본교의 여성학 강의에 대한 종합 만족도를 평균 ‘4.4점’(5점 만점)이라는  점수로 평가했다. 이러한 높은 만족도의 주역은 단연 이해진 교수님이었다. 교양 대학 이해진 교수님의 ‘여성과 휴머니즘’, ‘성과 사랑’ 강의에 대해 학우들은 “강의력과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수님께서 여성학에 관심이 많다는 게 느껴져 배운 점이 많았다”고 답하며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한편, 일부 교육 과정에 아쉬움을 표한 학우들도 있었다. 본교는 지난 2021학년도부터 여성학 교양 영역이었던 ‘글로벌여성과 자기계발영역’을 폐지한 후, 해당 강의를 다양한 영역으로 재분류했다. 이러한 개편에 대해 학우들은 “여성학은 ‘여성’이라는 개별 영역으로 분류돼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학우들은 현재 개설된 여성학 강의 외에도 성폭력 예방 호신술 강의, 여성 철학자 관련 강의 등의 개설을 요구하며, 학문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여성을 넘어 우리 모두의 삶을 위한 학문인 여성학. 이번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우리 모두 여성학에 입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페미니즘이 만개한, 여기는 동덕입니다

  “ㅠㅠ, 애기어 지양해주세요” “연애 전시는 연애 게시판에서!”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은 새 학기를 앞두고 페미니즘 담론으로 뜨겁다. 22년 상반기 BEST 게시판이 이미 ‘여성 생존권’ ‘여성 착취’와 같은 젠더 관련 이슈로 가득 찰 정도다.


  22학번 새내기, 일명 ‘새솜’이 에타로 대거 유입돼 ‘암묵적인 규칙’으로 인한 충돌이 야기되는 현시점에서 에타 내 페미니즘 논의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응답자의 대부분은 에타에서의 애기어 지양, 비밀게시판 코르셋·연애 전시 금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우들이 임의로 정한 원칙이 여성 인권 신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페미니즘 논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다소 강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며 지나친 검열과 강요는 피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다.


  나아가, 스스로 매기는 성인지 감수성 점수를 통해 동덕의 성평등 수준도 가늠해봤다. 30명의 학우가 생각한 동덕여대의 성인지 감수성 점수의 평균은 ‘4.2점’(5점 만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었다. 가장 만족하는 동덕의 성평등 관련 활동으로는 △불법 촬영 정기 점검 △생리공결제 △여성학 강의를 꼽았으며, 건의 사항으로는 여성 인권 주간을 갖자는 의견을 시작으로 여성학 건물(현 르네상스 홀) 명칭을 돌려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외에도 사회에 나간 선배들이 성차별적인 발언과 상황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처럼 학우들은 본교의 각종 젠더 활동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평등한 사회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외침은 매 순간, 대학 사회를 포함한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앞으로도 동덕의 페미니즘, 여성 인권을 향한 담론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위해, 더 나아가 세상을 위해 학우들이 흔들 연대의 깃발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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