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폐합 없다
‘혁신클러스트’로 전공 간 유연성 높일 뿐

학생: 학과별 특징 및 커리큘럼 이해가 우선
혁신보다 문제점 개선

 

△ 줌(ZOOM)을 통해 학사구조 개편 1차 설명회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 줌(ZOOM)을 통해 학사구조 개편 1차 설명회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오후 2시, 학사구조개편 설명회가 줌(ZOOM)을 통해 개최됐다. 설명회는 학사구조개편안(이하 개편안)에 대한 신기현 기획처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3시간 동안의 질의응답을 거쳐 오후 5시 50분경 끝을 맺었다. 학사구조개편 논의가 불거진 이유는 2022년을 기점으로 시작될 대학혁신지원사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편안을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신 처장은 “이는 1차 설명회에 불과하다”며,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설명회와 교학소통ARETE를 개최할 예정임을 밝혔다.

 

드디어 열린 소통의 장, 시작부터 의견 분분
  신 처장의 발제 전, 약간의 마찰 상황이 빚어졌다. 제55대 총학생회 루트(이하 루트)가 본격적인 설명회 시작에 앞서 △사전자료 미제공 △공청회→설명회 명칭 변경 △설명회 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에 대해 지적했기 때문이다. 

  먼저 사전자료 미제공과 관련해 신 처장은 지난 2월 16일 교학소통ARETE를 개최하기 전 개편안 자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박수빈(국어국문 20) 씨는 “교학소통ARETE와 설명회는 엄연히 다르다”며 일반 학우들을 대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자료를 배포해야 했음을 꼬집었다. 공청회를 설명회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 신 처장은 “공청회는 주로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하고 있기에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수정했다”며 어떻게 불러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설명회 결정 과정과 관련해서는 팽팽한 논쟁이 오갔다. 학교 측의 입장에 따르면 설명회가 줌(ZOOM)으로 진행된 이유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보다 많은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루트는 이 모든 과정을 포털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행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연이어 총학생회장은 설명회 참석 시 공결 처리가 미흡했음을 지적했다. 신 처장은 “공결은 학사지원팀 및 학생지원팀의 소관이라 신경 쓰지 못했지만, 추후 개최될 설명회에서는 유념하겠다”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번 공결 처리는 학과 대표자가 직접 교수님께 문의해 일부 수업에서 출석 인정 및 녹화 자료 제공이 이뤄진 바 있다.

 

혁신클러스트, 진정한 혁신일까
  신 처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학과 통폐합은 없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국제경영학과 △경영학과 △경제학과의 통합이 유일하게 고려됐으나, 학생들의 반대로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그렇다면 개편안의 중점 방향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혁신클러스트(=전공 간 협력체계)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클러스트의 구분은 크게 △경영 △데이터사이언스 △문화예술융합 △바이오웰니스로 나뉜다. 분류에 따라 △비교과 프로그램 공유 △심화/연계 전공 개발 △전공과목 코드쉐어링 활성화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학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협력 및 융·복합 체계를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설명회 말미에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크게 세 갈래의 반발 및 우려를 제기했다. 첫째, 혁신클러스트로 묶인 전공들이 학과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개괄적인 묶음이라는 반발이다. 실제로 설명회에서 한 학우는 피아노과가 어떻게 시각예술이라는 구분으로 큐레이터학과와 묶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던졌다. 신 처장은 개편안 자료에 오류가 있었다며 학과 간의 연계는 1:1 대응도, 필수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현재 존재하는 부전공, 자유선택 수강신청과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는 의문도 제기됐다. 비판의 핵심은 혁신클러스트의 명확한 방향성이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과, 이를 도입했을 때 학업과 전공 능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신 처장은 “현재는 틀만 제안한 상태이고, 혁신클러스트의 구체적인 방안과 효과는 순차적으로 전문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공을 넘나드는 수업과 비교과 프로그램이 계속된다면 결국 학과가 통폐합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 바로 두 번째 우려다. 개편안에는 학과를 전공으로 변경하고, 각 전공을 학부로 묶어놓은 표가 존재한다. 신 처장은 명칭만 변경하는 것일 뿐 학과 통폐합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타 학교에서 이미 많은 문제가 발생한 학부제를 추진하는 단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감을 느꼈고, 결정적으로 학부제가 지속되다가 결국 전공이 통폐합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본교가 지난 2021년, 90%가 넘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자연과학대와 정보과학대를 일방적으로 통합한 전적이 그 근거다.

  세 번째는 현재 각 학과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반 부족 및 폐강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우려다. 연계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결국 학과 고유의 전공은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이어졌다. 현재도 수강 인원으로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국가고시 과목, 실습 과목의 폐강 위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처장은 학과에서 들을 수 있는 최소 학점 및 특수 수업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고민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설명회, 변화의 시발점이 돼야
  설명회를 끝마치며, 신 처장은 앞으로 진행될 교학소통ARETE와 설명회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망라하기보다 준비된 사항부터 세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총학생회장은 마무리 발언으로 “학생 의견 수렴도 중요하지만, 실제 결정 과정에서 학생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으며, 혁신보다 전임교원과 교육비 확대, 법인의 책무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했다.

  설명회 당일,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개편안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질문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학생들의 불만 섞인 글이 다수 게시됐다. 이제야 첫발을 내디딘 학사구조개편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다만 설명회를 통해 학생 의견 수렴의 장이 열리고 △각 학과의 고충 △기존 학사구조의 문제점 △민주적 학생 참여 방안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것은 분명한 의의가 있다. 실제로 신 처장은 “학생들이 만족할 때까지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열띤 관심과 기획처의 응답으로 개최된 이번 설명회가 추후 어떠한 기반으로 작용할지 모두의 관심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전감비 기자 rkaql0502@naver.com

 

*지난 16일, 학교는 앞선 약속을 어기고 ‘학과를 학부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루트에게 전달했다. 대학평의원회 자료 하단에는 ‘구성원 의견수렴 진행하였으며, 학제개편 반대안에 대하여 답변 조치하여 이견없음’이라는 거짓 합의 보고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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