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20대 여성 A 씨가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청원 글을 작성한 A 씨의 동생은 “어둡고 낯선 길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누나는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아직 수사 중으로, 진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여성들은 택시에서 불안감을 느꼈던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A 씨가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늦은 시간 택시 안에서 휴대폰을 붙잡고 긴장하거나, 사람이 타 있는 엘리베이터를 그냥 보내거나, 밤거리를 걸을 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이는 여성들의 ‘평범한’ 습관이 됐다. 여성을 표적으로 한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는 사회 속에서 당연하게도 학습된 공포다. 더불어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피해자 책임론은 공동의 문제를 개인의 영역으로 편중시키며 범죄에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부당한 부담을 가중했다.

  사회 속에서 안전을 보장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세대와 지역에 관계없이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은 자명한 실체다. 이를 부정하거나 증명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를 따져 묻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사회와 개인은 무엇보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혐오와 갈등에 뒤덮여 논점을 흐리는 말들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여성과 범죄’라는 지독한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그저 안전하고 싶다는 여성들의 오랜 바람이 이뤄질 날을 간절히 바라본다.

전감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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