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표지다 ⓒ예스24 이미지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의 표지다 ⓒ예스24 이미지

  당신의 마지막 그림책은 언제였는가. 우리는 흔히 그림책을 아이들의 것으로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 그림책은 더는 유치하게만 볼 수 없는 하나의 예술로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그림과 음악을 접목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가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입증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열린 이수지 작가의 개인전 <여름 협주곡>을 통해 먼저 주목받았다. 여름날 물놀이 풍경을 생생하게 담아낸 전시에, 방문객들은 홀린 듯 그림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 악장에 모티브를 둔 『여름이 온다』는 경쾌한 멜로디가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재생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그림책의 변화는 어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문학계에 꽃을 피우고 있다.

 

뻗어나가는 그림책 열풍
  그림책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함축해 그림으로 표현해낼 수 있어 가수들의 음악적 장치로도 활용된다. 먼저, AKMU의 이찬혁은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 ‘ALIEN’을 이윤우 작가의 그림으로 재해석한 『에일리언』을 출간해 자존감이 낮은 이들에게 세상에 맞설 용기를 선물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입지를 굳힌 BTS도 ‘RUN’, ‘Save ME’ 등 대표곡을 일러스트화한 『그래픽 리릭스』를 출간했다. 다섯 권으로 나뉜 이 책은 ‘함께라면 웃을 수 있다’는 공통적인 메시지로 위로와 희망을 표현한다.


  한편 그림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매체도 떠오르고 있다.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 ‘책읽는곰’은 유튜브 채널 ‘그림책왓’을 통해 국내 최초 ‘그림책 영상 잡지’를 표방했고, 구독자와 함께 그림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창립한 ‘독서습관연구소 모두북’은 ‘오늘의 그림책 랄랄라’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매일 아침 키워드와 어울리는 그림책을 서로 추천하기도 한다.

 

어른이들을 울린 그림책의 온기
  이처럼 그림책의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중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성인 독자들의 그림책 후기와 추천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을 매료시킨 그림책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유튜브 채널 지식플랫폼 ‘하우투 : 하루를 우리에게 투자한다면’에서 최혜진 작가는 그림책 작가들이 ‘돌파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힘은 작가가 옮기는 대사 속에 녹아 들어가 고스란히 주인공에게로 전달된다. 주인공들이 지닌 꿋꿋한 의지는 앞으로 사회에서 주인공이 될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믿음을 심어줬다.


  그러나 비단 ‘돌파하는 힘’이 어린이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작가가 전하는 긍정적인 울림은 팍팍한 현실에 지친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 일례로 루리 작가의 그림책 『긴긴밤』에서는 끔찍하고 치열한 밤 끝에서 부단히 자신의 길을 찾는 코뿔소 ‘노든’이 등장해 어른들의 많은 공감을 받았다. 노든이 자신의 실수를 후회하고 존재가치를 고민하는 장면에서 독자들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어서 동물원을 탈출하고 사막을 넘어 전진하는 것은 원치 않은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는 그의 강인함을 대변한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꿈과 그것을 향한 투지를 되찾을 수 있다. 이 책은 1년간 18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의정부시와 안산시 등에서 2022 올해의 책으로 꼽히며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증명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가 단순한 그림으로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림책을 찾는 것은 당연한 순리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먼지 쌓인 상자 속에 꼭꼭 담아뒀던 그림책에서 요즘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억제하고 감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 황폐해진 마음에 물을 주고 싶다면, 서점의 어린이 도서 판매대로 향해보자. 선함과 순수함, 그리고 뭐든 꿈꿀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당신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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