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내음이 가득한 3월은 국제 환경 보호의 달이다. 본지는 이를 맞이해 국제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환경 오염을 극복하고자 동참했다. 환경을 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크고 작은 노력을 직접 실천해보며 환경 보호에 한 걸음 다가가 봤다.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장서율 기자 loveyul01@naver.com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최유진 기자 cyj44126@naver.com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투명했던 지구는 어디로 갔는가

△다크데이터의 종류로는 왼쪽부터 △이전 직원 데이터 △로그 파일 △편지 △소비자 정보 △원시 조사 데이터 △이메일 등이 있다 ⓒ구글 이미지
△다크데이터의 종류로는 왼쪽부터 △이전 직원 데이터 △로그 파일 △편지 △소비자 정보 △원시 조사 데이터 △이메일 등이 있다 ⓒ구글 이미지

  산업혁명은 지구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변화로 ‘기술혁신을 통한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의 가장 큰 변화를 ‘이산화탄소 농도’라고 설명한다. 이산화탄소는 단순한 기체를 넘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온실가스로 분류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50년 동안 280ppm에서 400pm로 43%나 증가했다. 이처럼 온실가스의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지금의 지구는 안전할까. 


  먼저 온실가스 증가는 기후재앙을 가져온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100년 지구의 기온이 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남극의 얼음을 절반 가까이 녹일 수 있는 수치다. 강수량 역시 6% 늘어나 열대지역에서는 하루 100mm 이상의 극한 강수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는 동식물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기후이상으로 인해 동물들은 본래의 서식지를 떠나게 되고, 식물 또한 탄산가스 농도의 급증으로 외관의 변형이 일어난다.


  이에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중 첫 번째가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파리협정’이다. 지난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체결된 이 협정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9년 동안 시행된다. 이는 이전까지 유효했던 선진국 중심의 교토의정서와 달리,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뒤따라 우리나라 역시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다. 이는 △숲 조성 △재생에너지 발전 △탄소배출권1) 구매 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도 탄소 배출을 완전한 0으로 만들기는 힘들다. 바로 보이지 않는 ‘다크데이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크데이터란 정보 분석에 활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다량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베리타스코리아의 ‘2020년 환경비용 분석’을 참조하면, 평균적으로 한 기업이 가진 데이터의 52%가 다크데이터로 밝혀졌다. 이들은 약 58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그 양이 80개국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동일한 수준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른다. 이에 베리타스코리아 조원영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크데이터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며, “이제부터라도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고 기업들에 다크데이터 식별 및 삭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라는 말이 참으로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는 본지 기자들이 전할 다양한 ‘환경 이야기’를 읽어보며, 우리가 앞으로의 미래세대에게 선물할 지구가 아름답길 기대해보자. 

1) 탄소배출권 : 일정기간 동안 6대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

 

터벅터벅 나의 일상, 제로 웨이스트

  제로 웨이스트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쓰레기 배출을 ‘0’에 가깝게 최소화하는 원칙을 말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및 포장 서비스, 바이러스 차단 목적의 마스크와 위생 장갑이 폐기물을 급증시키면서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의 제로 웨이스트 언급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47.16% 증가했다.(2022. 3. 14. 기준) 이는 환경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로 웨이스트 상점은 2014년 독일의 ‘오리기날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kt)’에서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빈 용기나 봉투를 가져와 원하는 제품을 무게만큼 구매하는 방식의 소비가 이뤄지곤 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역시 2016년,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상점 ‘더피커’가 문을 열었고, ‘지구샵’ ‘알맹상점’ 등 약 90여 개의 가게가 등장하며 제로 웨이스트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국민의 환경 의식이 고양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한 예로, 스마트서울맵은 제로 웨이스트 상점 지도를 제공해 시민들이 보다 수월한 친환경 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에 기자 역시 직접 제로 웨이스트 상점에 방문해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망원역 부근 ‘알맹상점’에서는 샴푸·린스바부터 다회용 빨대, 천연 수세미까지 다양한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서니 화장품을 용기에 직접 담아가는 ‘리필’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였다. 이중 입문자에게도 어렵지 않다는 고체 치약과 대나무 칫솔을 체험해봤다. 먼저, 대나무 칫솔은 본래 칫솔의 몸통 부분이었던 플라스틱을 대나무로 대체했다는 면에서는 우수했다. 그러나 모 부분이 썩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나일론으로 구성돼 있어 아쉬웠다. 고체 치약은 동그란 사탕 모양으로, 처음에는 딱딱하고 낯선 식감에 “거품이 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칫솔질을 하니 거품이 생각보다 풍부해 상쾌하게 양치할 수 있었다. 결국 대나무 칫솔은 모가 너무 억세 원래의 칫솔로 돌아오게 됐지만, 무엇보다 지구를 지킨다는 기분이 ‘제로 웨이스트 중독’을 불러왔다.


  이처럼 가볍게 시작한 행동이 나아가 청정 지구를 향한 거대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친환경 시대가 아닌 ‘필(必)’환경 시대다. 즉, 제로 웨이스트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착해야 한다. 제로 웨이스트 문화가 ‘보통’의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다짐과 실천이 지속되길 바라본다.

 

식탁의 변화로 만드는 새로운 지구

  ‘제비족’을 들어본 적 있는가.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의 합성어인 제비족은 쓰레기 배출과 육류 섭취를 줄이며 살아가는 이들을 일컫는다. 지난해 3월, 서울환경연합의 ‘제비의 삶’ 캠페인으로 모인 이들은 캠페인 종료 후에도 여전히 제비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이처럼 환경을 위해 비건을 지향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환경 보호와 비건은 어떤 연관성을 갖는 것일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규모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그중 육류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61%로, 이는 소고기 1kg을 생산할 때 자동차 144km 정도를 운전한 것과 비슷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뜻이다. 이렇듯 심각한 온실가스 문제를 낳는 육식에 맞서 새롭게 등장한 식문화가 바로 ‘비건’이다. 비건은 락토 베지테리언1), 페스코테리언2) 등 7가지 단계로 구성된 채식 유형 중 하나로, 육류나 유제품 등 모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식습관을 말한다. 이미 해외에선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며,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비건 산업의 등장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전국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비건 식당들이 등장했다. 수많은 가게 중, 기자는 아늑한 분위기가 특징인 서울 마포구의 ‘슬런치’에 방문해 봤다. 샐러드부터 피자, 파스타 등 여러 먹거리를 선보이는 이곳은 메뉴판부터 남달랐다. 원재료와 7가지 채식 단계가 함께 적혀있는 메뉴판은 개인의 지향점에 맞춰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린 시금치 뇨끼, 그린빈 토마토 리조또 등 채소 본연의 맛을 살린 비건식부터 계란, 버터,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케이크까지 다양한 채식 메뉴가 준비돼있었다. 처음 경험한 비건식은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린 ‘속이 편한 맛’이었다. 맵고 짠 자극적인 맛보다는 토마토의 상큼함과 두유의 고소함이 돋보여 채소를 그리 선호하지 않아도 입에 잘 맞았다.


  우리는 약 수백만 년간 대부분 육식으로 에너지원을 섭취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육류를 소비했고, 결국 위험을 초래하고 말았다. 기후 변화, 신종 감염병 등 환경 파괴는 더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소수의 완벽한 비건보다 다수의 어설픈 비건이 낫다’는 말처럼, 우리의 내일을 위해 비건을 향한 서툰 첫발을 내딛어보자.

1) 락토 베지테리언 : 우유와 같은 유제품은 섭취하되 다른 동물제품(육류, 해산물, 가금류 또는 달걀)을 섭취하지 않는 자
2) 페스코테리언 : 생선 및 해산물의 섭취를 허용하는 자(육류, 가금류를 제외한 모든 식품 섭취)

 

나 하나쯤이야? NO, ‘나라도’ 용기 내야죠

  환경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용기내 챌린지’가 있다. 해당 캠페인은 2020년 4월,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배우 류준열이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을 절감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는 음식이나 식자재 구매 시 다회용 용기를 활용하는 것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환경운동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기자도 용기내 챌린지에 참여해 봤다.


  ‘다회용기 사용, 쉬울 듯!’ 용기 내보기로 마음먹은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려니 어딘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참여를 재고했다. 길고 긴 고민이 끝나고, 기자는 작은 용기부터 내보기로 다짐했다. 바로, 배달 앱 주문 시 표시돼 있는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 항목을 그대로 둔 것이다. 남들이 보면 의아할 수 있지만, 치우는 과정이 귀찮아 한 번에 버리는 것을 선호하는 기자로서는 나름 의미 있는 시도였다.


  오지 않은 일회용 수저에 뿌듯함을 느낀 것도 잠시, 음식이 담겨 온 일회용기를 보자 양심이 콕콕 쑤셨다. 그래서 다음날,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카페에 텀블러를 가져갔다. 날이 쌀쌀해 배달 주문을 하려 했지만, 용기를 내겠다는 다짐을 했기에 직접 가서 음료를 주문하기로 했다. 큰 결심을 안고 신발까지 신었는데, 아뿔싸! 텀블러를 챙기지 않은 게 생각났다. 그냥 가서 일회용 컵을 받아오자는 악마의 속삭임이 있었지만, 이를 물리치고 텀블러를 꺼내 가방에 넣었다.


  한두 번 용기 있는 행동을 하고 나니, 처음에 기자를 망설이게 했던 다회용기 포장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원하는 메뉴에 맞춰 용기를 들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저녁 메뉴인 김밥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통을 챙겨 김밥 가게로 향했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모든 김밥집이 문을 닫은 게 아니겠는가. 빈손으로 돌아가기엔 아쉬웠다. 용기에 담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해봤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실망을 안고 거리를 활보하던 중 만둣가게를 발견했고, 통에 만두와 뿌듯한 마음을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용기내 챌린지 참여 후 느낀 점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밖에서 급하게 음식을 포장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용기에 담아야 했다. 또한, 코앞까지 가져다주는 배달을 포기해야 하고, 원하는 음식에 맞는 용기를 찾기 위해 수납장을 뒤지는 것도 제법 힘이 들었다.


  하지만 불편함이 존재하더라도 환경에 책임감을 느끼고, 계속해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걸음을 내딛자 지구를 위해 무언갈 한다는 뿌듯함이 몰려왔다. 잠깐의 귀찮음을 이기면 보다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은 물론, 더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다. 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나비효과가 돼 환경 보호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환경 보호를 위한 용기 있는 행동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환경지기’ 톺아보기

  환경 보호를 위한 개인의 갖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본교 학우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여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아래 모인 환경 동아리 ‘환경지기’가 있다. 환경지기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결성된 동아리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32명의 보건관리학과 학생들이 모여 함께하는 중이다. 이에 21 환경지기 회장 김유진(보건관리 20) 씨와 부회장 김소연(보건관리 20) 씨를 만나 환경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환경지기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활동이 궁금합니다
  환경지기에서는 견학 체험과 실습, 실험을 통해 환경 보전의 가치를 배우는 ‘성북어린이 환경학교’와 ‘가정의 달 맞이 카네이션 사업’, 그리고 실내 공기 정화를 장려하기 위한 ‘공기 정화 식물 판매 사업’을 주력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해당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현재는 ‘성북구 마을만들기 사업’ ‘한강 공원 봉사 활동’ 등 도시 재생의 일환인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환경지기 동아리가 느끼기에 현재 한국 사회의 환경 인식은 어떤 편인가요
  관심을 갖는 정도에 비해 실현되는 결과물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지만, 계속해서 사회 내에서 개선을 이어나가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이의 연장선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 운동도 성장했죠. 따라서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우리 사회 속 환경 문제들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리사이클 매장 △비건 식당 △용기내 챌린지 등 환경친화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해당 움직임들은 모두 환경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생길수록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게 되고, 더 많은 이들이 친환경적인 물품을 체험해 보거나 에코 캠페인에 도전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향성을 정립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환경지기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환경 보호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사실 생활 속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많습니다. 이에 저희는 최대한 많은 학우분께 환경과 관련된 올바른 지식을 알리고 유익한 환경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해요. 저희 환경지기의 행보에 학우 여러분들의 따듯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지구,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지!

  제로 웨이스트를 향해 개인이 만들어 낸 발걸음에 힘입어, 기업들이 선보인 노력을 살펴보자. 국제사회는 심각한 기후 위기를 실감했다. 이에 따라 각종 기업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추진하는 등 ‘ESG 경영’1)에 힘을 싣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 세계 유명 패션기업들이 뜻밖의 비판을 받았다. 이들이 실제 필요한 양보다 많은 옷을 만들고 쉽게 버린다는 이유에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에 2019년부터 외국의 패션 회사에서는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친환경·리사이클 섬유2)를 사용한 패션의류 생산을 확대 중이다. 대표적으로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불렸던 나이키, 아디다스, 자라, H&M 기업이 리사이클 섬유를 이용해 각종 티셔츠나 신발 등을 제작하고 있다.


  아웃도어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섬유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 행보에 앞장서는 중이다. 세계 시장에서 ESG 경영의 모범기업으로 평가받는 파타고니아는 1993년에 의류업계 최초로, 버려진 폐플라스틱 병을 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소재를 출시했다. 또, 환경과 사람을 위한 농업 기법인 재생유기 농업3)에도 관심을 쏟으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이바지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리사이클 섬유산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들보다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국내 영세 소기업의 녹색 생산성이 타국 기업에 비해 저조하다는 점에 있다. 즉 미흡한 연구개발력과 설비 노후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낮은 경쟁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 리사이클 섬유 후방산업4)의 생태계가 덜 구축된 것 역시 의류 재활용 산업의 한계로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과 소비자는 환경과 생태계를 본디 자연 형태로 균형 있게 유지하며 생활화하는 ‘지속가능성’을 다방면으로 추구해야 한다.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동물 보호의 가치를 내세우며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감소를 위한 비거니즘을 삶의 전반에서 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 길이 곧 지구가 더는 아파하지 않을 방법이 될지도 모르므로.

1) ESG 경영 :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사회공헌 활동은 물론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을 의미
2) 리사이클 섬유 : 버려지는 섬유 폐기물 및 비섬유성 폐기물을 수거해 물리·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제조된 섬유 소재 및 섬유 제품
3) 재생유기 농업 : 간작이나 윤작을 하고 합성 비료 등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땅을 일구지 않은 채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방식
4) 리사이클 섬유 후방산업 : 폐섬유·폐의류의 수거·선별·파쇄·압축해 제품을 가공하는 산업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