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뭐예요?” 누구나 살면서 한번은 받아 봤을 법한 질문이다. 살면서 똑같은 질문을 수십 번쯤 받아 봤지만, 아직도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얼음이 된다. 누군가에겐 이 질문이 “생일이 언제예요?”처럼 툭 치면 답변이 툭 튀어나올 만한 쉬운 질문으로 느껴질지 몰라도, 나에게는 “전생이 있을까요?”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나요?” “사후세계라는 게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답하기만큼 어렵다. 어쩌면 별생각 없이 의례적으로 질문을 던졌을 수도 있는 상대방을 오히려 당황하게 할 정도로 한참을 고민하다가, 더이상 침묵하면 상황이 이상해질 것 같아 “글쎄요…. 음… 잠자는 거…?”라고 겨우 대답하며 헛웃음으로 상황을 어물쩍 넘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대화 주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나는 저마다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마주한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번지는 미소와 초롱초롱 반짝이는 그들의 눈빛을 바라보며 나는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한다. 좋아한다는 것은 뭘까. 이유 없이 좋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감정일까. 없으면 미쳐 버릴 만큼 푹 빠져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너무 좋아서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은 도대체 어느 정도로 좋아해야 가능한 일일까.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게 뭐든 간에 나는 아직 그런 대상을 만나 본 적이 없어서일까. 그토록 좋아한다는 게 도대체 뭔지 마음속에 확 와닿지는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고민해 볼 기회조차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게 고민한다고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지금부터 몇십 년을 더 산다고 해서 죽기 전까지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는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은 든다. 나에게도 이유 없이 좋아하는 것, 그런 게 있으면 삶이 조금은 더 든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혹시라도 삶을 포기하고 싶어 주저앉아 있을 때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는 힘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잘 모르겠지만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상상만 해 본다. 언젠가는 나도 저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박채연 학생 논설위원(프랑스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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