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SNL 코리아’가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 농인의 제1의 언어인 수어를 비하하고 희화화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문제가 됐던 코너에서는 기자의 말을 수어로 통역하는 ‘AI 통역사’가 다소 과장스럽고 우스꽝스럽게 행동하면서 수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모욕감을 선사했다는 항의가 불거졌다. 이에 제작진 측은 사과문을 게시하고 해당 영상을 공식 계정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사과 대상이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면피성 사과라는 오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SNL 코리아를 향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드높은 화제성을 보여줬던 캐릭터 ‘주기자’는 사회초년생들의 어리숙한 모습을 개그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발표 트라우마를 유발하고, 말투조차 검열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특히 20대 여성을 부정적이고 언행이 치밀하지 못한 이미지로 각인시켰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외에도 가품 사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일반인 출연자를 풍자하는 등 힘없는 자에게 유독 더 박한 개그를 가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풍자는 권력과 권위에 대응하는 특성을 가진다. 그렇기에 풍자 대상이 사회적 약자를 향하는 순간부터 웃음의 가치는 없어지고 만다. 이는 그저 조롱과 괴롭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상처를 입히는 것이 단순히 ‘재미’라는 좋은 허물 아래 하나의 개그 문화로 인정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색적이고 표피적인 비난이 사회의 곪은 부분을 저격하는 ‘풍자’와 동일시될 수는 없지 않는가. 

  빠르게 성장하는 미디어와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규범. 이의 간격으로 발생한 ‘아노미’ 상태는 때때로 수많은 혼란을 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제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에 비방, 모욕의 근거가 될 만한 요소는 없는지 재차 확인해야 하고, 소비자는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여기에 미디어 플랫폼과 정책 당국은 적절한 규제 마련을 통해 올바른 미디어 생태계를 유지할 근본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 때 비로소 불편함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진정한 품격 있는 개그가 만개하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유진 대학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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