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체 내 다른 장기나 기관에 비해, 뇌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면, 뇌는 해부학적 변화나 움직임을 통해 직관적으로 그 기능이 관찰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에게 뇌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 기억이나, 감정, 생각, 상상 등은 조금 더 미지의 세계로 존재한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런 뇌 활동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초능력자가 다른 사람과 신체적 접촉을 통해 접촉한 사람의 기억을 읽어 내거나, 기억을 특정 저장장치에 보관한다. 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지니기도 하고, 가상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현실의 신체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이 2022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그 설정들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뇌의 활동은 대부분 전기신호에 의해 일어난다. 뇌 활동의 현상 또는 결과가 아닌 그 과정이 모두 과학적(신경학적)으로 밝혀진다면 어떤 것들을 해볼 수 있을까? 실제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지 않고 감정 자체로 전달이 가능할까? 기억을 언어로 설명하지 않고 기억 자체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사고나 인지가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면 통역이나 번역이 필요 없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언어 자체가 불필요해질 수 있겠다. 가상현실을 정말 현실처럼 느낀다면 이를 구분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수만 가지 상상이 가능해진다.

  점점 더 허공으로 가는 이런 질문들과 상상 속에서, 그렇다면 2022년 3월에 내가 의미를 둬야 하는 맥락은 무엇일까?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은 여전히 대부분이 미지의 영역이고 적어도 내 수명이 다하는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밝혀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미 밝혀진 결과물 중에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뇌신경과학에서 밝혀낸 것 중 하나는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나의 가중치는 1/n이라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보통 나와 다른 타인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은 나의 가중치가 1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나의 가중치를 1/n로 줄이면서 조금 더 관대해지고, 조금 더 관대해지면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여정 속에서 위에서 했던 말도 안 되는 상상 중 몇 가지를 경험해 보는 날이 오기를, 또 그날에는 관대함으로 더 행복해져 있는 우리를 기대한다.

유기연 (약학대학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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