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한 친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번 주 만날 사람?” 언제 마지막으로 만났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였다. “너 언제 시간 돼?”라고 물었다. 그 친구는 피식, “네가 제일 바쁘지 않니?”라며 웃었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 쉴 틈이 있냐며 걱정을 많이 하던 참이었기 때문에 참 민망했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중요한 시험을 보느라 고생한 친구에게 수고했다고 직접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친구는 한숨을 내쉬며, “몰라, 이제 다시 공부해야지. 난 쉬니까 더 불안해”라고 말했다. 시험을 치른 지 얼마나 됐다고 불안해하는지,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크게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23살, 참 오묘한 나이이다. 분명 어린 나이라고 하는데 내 미래는 당연히 정해야 하고 그걸 준비하고 있어야 한단다. 학교에서 전공 지식은 배우지만 미래를 꾸릴 지혜는 내가 알아서 깨닫고 준비해야 한다는 게 쉬는 걸 마치 죄악으로 느끼게 한다. 그래서 여러 활동을 도전해본다. 대외활동, 공모전, 자격증 등등. 어느 순간 가쁜 숨으로 달리는 날 발견한다.

  끊임없이 달리던 도중 근원적 의문이 든다. 나는 무엇을 위해 나를 과열하며 사는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만일 꿈과 열정 때문이라면 나는 달리면서도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나도,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다 못해 감정을 잃어버린 얼굴로 살아간다. 그렇다면 무엇이 원인일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달리는데 나만 멈춰있으면 안 되니까. 그런 감정을 슬퍼할 시간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불안하지 않기 위해 불안해져 버렸다. 모순의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쉬어도 불안하고 달려도 불안한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사실 그건 필자도 풀어나가고 있는 문제기에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채도 없는 삭막함보다는 알록달록한 색들이 조금 더 아름답지 않은가. 자신만의 미래를 꿈꾸면서 각자의 색으로 빛나는 우리는 그 불안감을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 그 회색빛 안경을 내려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어느새 세상은 오색빛깔로 당신을 비추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도 열심히 땅을 박차고 뛰고 있을 당신, 가끔은 쉬어도 된다. 가끔은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빛나고 있으니.

윤지원 학생 논설위원 (문헌정보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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