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김언경 소장, 이봉우 객원연구원

  온갖 거짓 정보와 혐오가 판치는 시대. 언론은 정치적 수단으로 변모했고, 미디어는 흥행을 위해 자극적인 요소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매운맛’이 돼버린 사회를 ‘순한맛’으로 바꾸고자 언론과 대중 매체의 선한 영향력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이다. 모니터 안팎에 있는 모든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김언경 소장(이하 김)과 객원연구원 이봉우 씨(이하 이)의 ‘뭉클’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저는 김언경이고요. 민주언론시민연합에 공동대표로 있다가, 현재는 봉우 씨, 딸 진주와 함께 뭉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이봉우라고 합니다. 저도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근무했었고, 지금은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은 어떤 곳인가요
김:
현재 저희가 하는 일은 기고와 연구, 이 두 가지예요. 기사, 드라마, 영화 등 모든 미디어에서 인권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고 이에 관한 글을 씁니다. 그리고 ‘뭉클했슈’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많은 사람과 인권에 대해 더욱 재밌게 소통하고자 시작했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이거 좀 심하지 않나요”, “불편하지 않나요”라고 화두를 던져서 많은 이들이 인권 감수성을 가질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인권 관련 활동을 해서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사업자 등록을 한 사업체입니다.

‘뭉클’이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이:
사실 거창한 뜻은 없습니다. 인권 운동이 다 함께 행복해지자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인권을 생각하면 투쟁, 희생과 같은 단어가 떠올라서 어딘가 서글픈 이미지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인권 운동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어요. 이를 토대로 인권 운동으로 뭉클해지거나 기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뭉클’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습니다.

유튜브 채널 ‘뭉클했슈’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김:
따로 정해둔 방향성은 없어요. 그저 시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하고 싶은데, 언론이 제공한 정보를 모아서 그대로 전달하는 건 싫었습니다. 사이버 렉카1)가 되고 싶지 않았던 거죠. ‘뭉클했슈’만이 할 수 있는, 우리가 실제로 고민했던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현재의 인권 이슈를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세대별로 각기 다른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희가 20대, 30대, 50대로 구성돼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채널 구독자의 연령대도 다양하게 분포돼 있어, 다각도에서 더 나은 세상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라디오에 출연해, 한 주간 있었던 뉴스를 인권 관점에서 돌아보고 계십니다. 근래 있었던 소식 중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요
김:
지난달 26일에 방송한 미디어 비평 주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지하철 시위로 살펴보는 장애 인권에 대한 언론 보도’였어요. 그 방송이 끝난 직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시위에 대해 “시민을 볼모로 삼고 있다”며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우리 사회가 관련 생활환경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하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을 비판할 사안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논란을 보도하는 언론의 시선도 중요해요. 받아쓰기처럼 ‘이준석이 이렇게 말했다’며 사건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지점을 명확하게 꼬집어서 비판해야 합니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는 미성년자와 성인의 연애를 다뤄 논란이 일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인과 미성년자의 교제를 다루려면 정말 정교한 장치가 마련돼야 해요. 이를 위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극적 장치나 스토리 맥락, 수위 조절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성인과 미성년자의 연애는 성 착취나 성희롱으로 연결될 위험이 다분하기 때문이에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맥락을 살펴보면, 해당 드라마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연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권 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김:
공영방송 정상화 운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017년에 언론노동자와 시민들 5,000명이 모여서 KBS·MBC 정상화 시민 행동을 진행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저희 둘이 상황실을 맡고, 제가 상황실장으로서 집회를 이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시민들과 거리에서 공영방송의 문제점과 필요성을 외치는 돌마고 파티2)를 열었죠.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언론 적폐가 심각해진 상황이었거든요. 해당 집회가 발판을 마련했기에 오늘날의 언론이 당시보다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순간이 아직도 마음 깊숙이 남아있어요.

오늘날 미디어의 인권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몇 점으로 평가하고 싶으신가요
김:
한 5점 정도 되려나요. 한국에서 ‘인권’은 대부분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내가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을 때 인권이라는 잣대를 들먹이지만, ‘내 편’이 타인의 인권을 무시했을 때는 모른 척하곤 하죠. 그래서 점수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뭉클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김:
그냥 뭉클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열심히 하고, 사람들에게 미디어의 문제를 잘 설명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꼭 거창한 ‘운동가’라거나 ‘언론 비평가’ 등의 단어로 정의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미디어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해주는 ‘역할’로 남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이:
주변을 많이 둘러봤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원래 자신의 주변 환경을 위주로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소수자가 존재합니다. 또, 그들은 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본인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타인의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이를 의식적으로 찾아보고 연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생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가장 많을 때예요. 많이 생각하고, 공유하고,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1) 사이버 렉카: 교통사고 현장에 잽싸게 달려가는 렉카(Wrecker·견인차)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재빨리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조회 수를 올리는 이슈 유튜버들을 의미
2) 돌마고 파티: ‘돌아오라! 마봉춘(MBC)·고봉순(KBS)’의 줄임말로, KBS와 MBC 노조의 총파업을 응원하고 공영방송을 정상화하기 위해 진행된 집회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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