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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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 포켓몬 빵!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울려 퍼지는 기타의 선율) 어릴 적, 어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던 포켓몬이 우리 삶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 2월 24일, 포켓몬 빵이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로 재출시된 것이다. 포켓몬 빵은 1998년에 SPC삼립이 출시한 제품으로, 그 당시 함께 동봉된 포켓몬스터 캐릭터 스티커가 수집 열풍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누렸다. 다들 마음 한구석에 포켓몬 빵을 두고 지냈던 걸까. 16년이란 긴 시간이 무색하게도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는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50만 개를 돌파하며 독보적인 존재 가치를 증명해냈다.


  물론 인기의 주역은 예나 지금이나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이다. 한 제품에 하나씩 무작위로 담겨 있어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 띠부씰은 없어서 못 산다는 ‘품귀 현상’까지 빚어냈다. ‘이거 맞음? 포켓몬 차 쫓기 시작함’ 최근 한 커뮤니티에선 ‘포켓몬 빵을 사생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렇게 빵을 구하기 힘들어 꼭두새벽부터 물류 차량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물량이 입고되는 시간에 맞춰 ‘오픈 런’하는 사람들, 심지어 빵 품절 소식을 듣고 난동을 부린 손님 때문에 경찰관 6명이 출동한 웃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


  띠부씰 열풍은 한 분야에 몰입하는 MZ세대의 디깅(Digging)1) 문화와 관련이 깊다.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 또는 ‘포카(포토 카드의 줄임말)’를 모으고 이를 SNS에 자랑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 특히, 앨범을 개봉해 구성품을 확인하는 행위인 ‘앨범깡’이 띠부씰 수집과 매우 흡사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포카를 얻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팬처럼 원하는 띠부씰을 위해 포켓몬 빵을 최대한 많이, 무더기로 구하는 것이다. 일명 ‘띠부깡’을 향한 이들의 열정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 중고 직거래 사이트에서 희귀 포켓몬 ‘뮤’의 띠부씰은 35,000원으로, 포켓몬 빵보다 약 23배 비싸진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는 맛이 그립던 프로슈머(Prosumer)2)의 재출시 요구 덕분에 포켓몬 빵은 물론 ‘와클’, ‘링키바’와 같은 그때 그 시절 먹거리와의 만남도 가능해졌다. 어른들은 안다.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고, 모든 걸 꿈꿨던 그 아이로 돌아가기엔 자신이 너무 커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단종 제품의 부활은 그들을 잠시나마 순수했던 ‘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늘도 어른들은 지우 일행과 함께 로켓단 삼인방을 물리쳤던 ‘유년 시절’에 도착하기 위해 1,500원의 교통비를 들여 추억 여행을 떠나고 있다. 철없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레트로 음식 대장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자 이제 시작이야!

1) 디깅(Digging): MZ세대의 두드러진 소비 트렌드로, 자신이 선호하는 품목이나 영역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
2)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로,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까지 관여하는 참여형 소비자를 뜻함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익숙한 선율에서 새로움을 만나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Funny how all dreams come true 나를 지켜 줄 거야~” 이 두 곡은 아이유의 ‘너의 의미’와 에스파의 ‘Dreams come true’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에겐 산울림의 ’너의 의미’, SES의 ‘Dreams come true’로 더욱 익숙할 것이다. 이처럼 예전 곡을 리메이크하거나 7080 디스코 풍 사운드를 추가한 노래들이 계속해서 21세기 음악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레트로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음악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옛 감성을 선물하고 있을까.


  그 시절, X세대들에게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세상도 정의 내리지 못한 그들의 개성은 음표의 움직임과 가사를 통해 비로소 드러났다. 하지만 소박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던 당시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템포와 기계음 사이로 점점 잊혀 갔다. 이때 레트로 음악은 다시금 그들의 청춘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동시에 당시를 경험해보지 못한 MZ 세대들에게는 기존의 음악과 차별화된 색다름을 선사했다. 리메이크곡은 당시의 분위기를 익숙한 멜로디로 재현하면서도 약간의 변형을 통해 ‘힙’함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박혜경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레드벨벳 조이의 ‘안녕’은 기존 음악보다 속도감을 높이고, 브람스 연주를 가미해 청자가 더욱 다층적으로 음악에 빠져들 수 있게 했다.


  한편,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단지 노래만이 아니다. 레트로 열풍은 음반 자체를 넘어 음악을 즐기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단연 두드러지는 것은 Vinyl·Long Playing Record(이하 LP)의 부흥이다. 이에 기자는 LP의 매력을 실제로 느껴보고자 서울의 LP 명소로 알려진 명동 회현역 지하상가에 직접 다녀와 봤다. 수많은 가게 중 가장 음반의 양이 많아 보이는 가게에 들어서니 이미 LP를 구매하고자 하는 손님들로 북적여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에 기자도 가족들과 평소 즐겨 듣던 노래를 LP의 감성으로 다시 느껴보고자 ‘소녀’,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등 이문세의 명곡들로 구성된 LP를 골랐다. 가게 사장님께 청음을 부탁드린 후, 턴테이블 속에서 LP가 돌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찰나에 ‘깊은 밤을 날아서’의 첫 소절이 흘러나왔다. 이내 바늘과 음반의 마찰로 생기는 치지직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고 뒤이어 함께 나오는 멜로디를 감상하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들어간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LP로 그의 노래를 듣는 소녀 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약 3분간을 상상에 허우적거리고 나서야 현실로 돌아오게 됐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멜로디가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레트로 음악은 지나간 나의 최애곡을 방 한구석에 박아두는 것이 아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음악과 내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익숙함과 새로움 그사이, 음악을 나의 동반자로 만들어주는 레트로 열풍은 당신의 감성을 분명 충족시켜줄 것이다.


김수인 기자 cup0927@naver.com

 

ⒸtvN 공식 사이트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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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을 듣다 보면, 패션 그 아이는 도대체 몇 번의 전생을 거쳐 현생으로 온 것일까 궁금해진다. 그만큼 우리가 착용하는 옷과 신발, 액세서리 등은 이전 시대의 유행을 거쳐 또 다른 유행으로 찾아온다. 현세대를 다시 둘러싸고 있는 ‘레트로 패션’, 그 시작과 끝을 지금부터 샅샅이 파헤쳐보자.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하던 스타일을 ‘Y2K(Year2000)’ 패션이라 부른다. 패션계에 부는 90년대 복고 스타일 열풍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인물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바닥을 쓸어버릴 정도의 통 넓은 바지부터 하이웨이스트 데님 팬츠, 레터링 프린트가 새겨진 크롭 티셔츠, 그리고 머리에 포인트 주기 좋은 넓은 헤어밴드나 곱창밴드(스크런치)는 드라마 곳곳에서 개성 있게 드러난다. 신기한 점은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딱 조화롭게 어우러진 레트로 패션을 2022년 길거리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에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의 패션도 마찬가지다. 푸른빛이 감도는 블루블랙 헤어 스타일뿐만 아니라, 저절로 직각 어깨가 되는 헤링본 재킷, 아가일 체크(마름모꼴 패턴)의 니트 조끼나 꽈배기 모양 니트, 둥근 안경, 앞코가 네모난 스퀘어토 구두 등은 옛 스타일이지만 세련됨을 갖췄다. 약 30년 전 스타일인데도 빈티지스러운 동시에 도회적인 분위기까지 있다는 점이 더욱 멋스럽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복고 패션의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레트로 감성을 담은 매체가 꾸준히 나오는 데에 있다. 더불어 블랙핑크 제니, 선미, 제시 등 국내 연예인들이 개인 SNS에 올리는 다양한 복고풍 스타일링 역시 한몫을 한다. 이들은 레트로 콘셉트로 꾸미고 찍은 사진들을 자주 올리면서 ‘세기말 감성’ 트렌드를 보여준다. 지난해 가수 태연의 ‘Weekend’ 앨범 콘셉트 화보도 비슷한 맥락이다. 패리스 힐튼이 유행시켰던 핑크와 블루 계열의 2000년대 트레이닝복 패션을 그대로 재연하며, 대중들이 복고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했다.


  왜 우리는 또다시 90년대 속 스타일을 즐겨 입게 됐을지 고민해봤다. 기자가 겪어본 적 없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해석하기 힘들지 모른다. 그러나 형용할 수 없는 90년대만의 매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자신감 가득한 모습과 그로 인한 진취적 기상이 돋보이는 그 시대의 패션은 현재로도 이어져, 특유의 마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simple’의 기준을 넓히는 건 어떨까. 과감해 보일지도 모르는 스타일이더라도 좋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꾸안꾸’ 스타일로 옛 감성을 되살려봐도 괜찮겠다. 다채로운 소재들로 어우러진 아이템을 사용해 자신만의 ‘단순한’ 스타일을 뽐내보자.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레트로 디자인, 추억을 사로잡다

  ‘레트로 디자인을 더한 OOO’ 냉장고, 라디오, 전기포트, 텔레비전과 같은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휴대용 선풍기, 휴대폰 거치대, 티슈 케이스까지.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제품군에서는 레트로 디자인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거를 다시금 기억하게 해주는 복고풍 디자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2019년 서울우유가 출시한 ‘밀크홀 1937 레트로컵’ 3종이 있다. 이 제품은 과거 서울우유 홍보를 위해 제작됐던 컵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밀크홀 1937 레트로컵 1차는 준비한 1,000세트가 3일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 음향 전문 기업 브리츠가 출시한 ‘BA-TAP1 화이트 리미티드 에디션’ 또한 아날로그 디자인 상품이다. 이 라디오는 카세프 테이프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각진 몸에 양쪽의 동그란 스피커, 긴 손잡이까지 갖춘 이 제품은 90년도에 사용하던 라디오의 모습과 똑 닮았다. “이 라디오를 틀면, 왠지 테이프로 음악을 듣던 그 시절로 돌아갈 것 같아요.” 해당 제품을 본 A 씨의 감상처럼, 옛것과 생김새가 비슷한 제품은 ‘그때’를 추억하게 하며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그렇다면, 레트로는 같은 품목의 디자인을 모방하기만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예로, 엘라고의 ‘엘라고 에어팟3세대 AW3 케이스’를 들 수 있다. 이 물품은 애플컴퓨터가 1984년 발표한 ‘매킨토시’ 컴퓨터의 디자인에 착안해 제작됐다. 이처럼 신문물에 담긴 구세대의 감성은 트렌디함과 정겨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레트로 제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복고풍 디자인이 물건에만 한정되는 것 또한 아니다. 국내 곳곳에는 레트로 컨셉의 카페, 식당 등이 늘어나며, 소비자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페희다’와 ‘읍천리 382’가 있다. 우선, 카페희다는 예전엔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진 ‘병우유’를 판매한다. 이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종이갑 우유와 차별점을 지니며 색다름을 선사한다. 또한, 읍천리 382는 모든 점포가 획일화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 달리 각 지역의 분위기에 맞는 인테리어를 선보여 대중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레트로를 컨셉으로 한 카페의 확대는 ‘옛것’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자가 높아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레트로 물건을 만지고 있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그 시절 속으로 돌아가 있다. 이건 그 시절 속에 실존했던 사람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본 이들도, 주변인들에게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들도, 겪어보지 않은 시간이 그리운 이들도 모두 이 시간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보고 싶은 시간 그리고 만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레트로 물건을 매개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장서율 기자 loveyul01@naver.com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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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그리움을 찾고 있는 그대들에게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 이들이 살았던 ‘그 시절’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흔히들 경험해본 자만이 추억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보며 그 시절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공감하며 위로받는다. 이러한 점에서 1990년대 감성의 매체가 주는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그렇다면, 몇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트로 감성의 매체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미디어 콘텐츠의 흐름은 ‘복고’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에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선두로, 영화 <써니>, 피식 대학의 <05학번 이즈 백>, 얼마 전 종영한 <스물다섯 스물하나> 까지. 급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복고풍 매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쉼터가 돼준다. 실제로 <05학번 이즈 백> 시리즈의 ‘연애불변의 법칙’을 감상한 사람들은 “화면 비율, 자막, 편집, 중간 광고, 진행 스타일 등 모든 요소들이 그때의 감성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정말 감동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사람들은 매체에서 재현해내는 복고 감성을 통해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가장 순수했던 날들을 추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해당 세대에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한 장면처럼, 긍정적인 정서를 환기하며 복고 감성에 더욱 열광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편, 복고를 즐기는 문화는 40대 이상의 중년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응답하라>,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매체를 보고 몰입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이러한 매체들은 복고 감성이 젊은 세대에는 신선함을, 그 이전 세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조금 더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작품 속에 다양한 장치들을 숨겨놓는 것이다. 
 

  먼저, 유선 텔레비전을 생각나게 하는 화면의 색감과 투박한 자막 스타일 같은 외적인 요소가 있다. 이것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작품을 시청하기 전부터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또한 삐삐, 공중전화, 만화방, 카세트테이프 등의 작품 속 디테일은 시청자를 해당 소품들과 관련된 각자의 유년 시절로 데려다 놓는다. 한 예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속 오프닝은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흐릿한 화질, 정돈되지 않은 자막, 돌풍과도 같은 청춘을 상징하는 음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가는 그 시절의 감성을 표현해내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1020 세대는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을지라도 자신들의 문화로 새롭게 재구성한다. 1020 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레트로는 ‘이미 지난 것’이 아니라 새로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복고 감성의 매체를 본 뒤 각종 커뮤니티, 플랫폼에 패러디를 만들어내고 하나의 유행하는 밈을 선도하는 것이 그 예다. 


  어쩌면 ‘그 시절’을 경험했던 세대와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 모두 각각의 과거가 아닌 우리의 과거를 함께 추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 이제 눈을 감고 그 세계로 들어가 보자. 당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의 ‘레트로 퓨처’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장수빈 기자 subin5308@naver.com 


#동덕인의 레트로 Pick!

 

△ 본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 중 일부
△ 본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 중 일부

 

  이렇듯 ‘레트로’의 인기는 분야를 막론하고 나날이 고공행진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 소비의 중심이자 미래 소비의 핵심인 2030세대가 있다. 이들은 과거의 향수에 젖은 채 어릴 적에 즐겼던 문화를 다시금 즐겨보거나 자신이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옛것에 관심을 갖고 다가가곤 한다. 이에 본지는 MZ 세대의 일원인 본교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레트로 열풍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먼저, 레트로 열풍을 실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142명) 중 90.1%(128명)가 ‘실감한다’고 답했다. SNS와 대중매체에서 레트로 트렌드가 빈번하게 노출되면서 자연스레 레트로를 ‘핫이슈’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실제로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디지털 기기에 친화적이기에 각종 미디어 플랫폼에서 레트로와 관련된 콘텐츠를 접하기 쉽다. 또 실물경제에서도 레트로 감성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더욱이 사회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마케팅 업계에서조차 레트로를 주된 요소로 삼고 있다 보니, 눈길을 돌리는 족족 ‘레트로’와 마주할 기회가 많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다방면에서 레트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은 응답을 얻은 것은 ‘현재(2022년)와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일반적으로 시대에 따라 사회상은 각기 다르게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름’은 때때로 ‘색다름’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록 옛날 모습이 조금 덜 세련될지 몰라도 그 촌스러움이 한편으로는 새로움을 선사하며 신선함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것은 ‘과거의 추억을 느낄 수 있어서’였다. 현대에 들어서 사회의 변화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이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수많은 유행이 ‘반짝’하고 생겨났다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지만, 옛 시절의 추억은 조금 다르다. 늘상 마음 혹은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그 때의 기억과 순수했던 시간은 당시의 행복을 극대화하며 우리가 레트로에 환호하도록 만든다.


  한편, 학우들은 ‘레트로’와 관련된 것 중 관심이 가는 것으로 △패션=(102명) △음악=(71명) △소품=(70명)을 꼽았다.(복수 응답 허용) 한 학우는 “과거의 디자인이 더 독특하게 느껴져서 좋아한다”며,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더욱 낫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우리 세대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예전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신기한 기회”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 학우들의 답변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한 이 문장처럼 옛 추억을 읊는 바람은 때때로 시대와 관계없이 불곤 한다. 감정을 잃고 사는 일명 회색 사회. 실패와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어둠에 그을린 나날들을 보내다 보면, 찬란하게 빛나던 시간을 추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그러니 그저 무조건적인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이전의 형태를 답습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 번쯤은 ‘아날로그’를 향해 시선을 옮겨 보는 건 어떨까. 과거를 현재의 대척점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때 비로소 과거를 이해함과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따스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떠나는 ‘레트로’란 합법적인 시간 여행.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 이상(理想)의 공간으로 자신을 초대해보길 바란다.


최유진 기자 cyj44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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