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역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월곡역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최근 4년간 서울과 월곡 내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전세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최근 4년간 서울과 월곡 내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전세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20대 마이너스 대출 잔액과 청년층 대출 비율 모두 꾸준히 올랐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20대 마이너스 대출 잔액과 청년층 대출 비율 모두 꾸준히 올랐다

  100년. 지금의 20대가 저축을 통해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중소기업 대졸 평균 초봉인 3,000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꼬박 37년이 걸린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많은 청년은 좌절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중 15.4%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었다고 답했다. 또, 약 53%의 청년이 ‘부모님 없이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다’며 자포자기했다. 서울에 위치한 본교 재학생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고 있다는 재학생 A 씨는 “월세에 관리비, 공과금, 게다가 생활비까지 더해지니 부담이 막심하다”며 터무니없이 높아져만 가는 집값에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거실 같지도 않은 거실, 두 명에게는 좁디좁은 원룸, 복층의 탈을 쓴 단층집에 사는 것도 이제는 지쳤다는 A 씨. 그리고 조금 더 나은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청년들. 그러나 좀처럼 나아질 생각 없는 현실에 이들은 오늘도 ‘내 집 마련’의 꿈에서 한 발짝 멀어져간다.
 

집값, 도대체 얼마나 비싼가
  지난 몇 년간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는 서울의 부동산. 이는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이에 본지는 본교를 포함한 총 7개의 대학이 모여 있어 많은 청년이 밀집해있는 성북구의 부동산 상황을 알아봤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 시스템을 통해 성북구가 속해있는 서울 동북권 지역의 연립·다세대 주택 한 해 평균 전월세가를 살펴본 결과, 2021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1억 5천만 원대를 유지하던 전세가는 1억 9천만 원대에 진입했고, 평균 4천만 원대에서 머무르던 월세가 역시 5천만 원대를 넘어섰다.

  본교 재학생들의 자취 선호 지역 1순위로 꼽히는 월곡동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지난 4년간 상·하월곡동 다세대주택들의 전월세 실거래가를 비교해보니, 약 10평 이하 원룸 기준 평균 1억 원대를 유지하던 전세가는 2020년을 기점으로 모두 2억 원대를 웃돌았다. 월세 역시 평균 40만 원대에서 지난해 60만 원으로 1.5배 증가했으며, 특히 상월곡동의 경우 2천 5백만 원대에 머물던 보증금 시세가 2021년 평균 4천 5백만 원대로 급증했다. 이처럼 과도하게 높아진 부동산 시세 때문에 서울 평균보다 낮은 집값에 한숨 돌렸던 월곡 청년들은 또다시 갈 곳을 잃었다. 이러한 추이는 서울 전체 평균 전월세가 변화 흐름과 매우 유사하다. 즉, 서울권 전반에 닥친 주택시장 불안과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던 대학가의 재활성화로 인해 전월세가가 2021년 하반기부터 큰 증가 폭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청년의 마지막 발악, 남은 건 빚더미뿐
  끝을 모르고 높아져만 가는 부동산 시세에 청년들은 외로운 혈투를 벌이고 있다. 2030 세대의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하기)’ 트렌드는 이들의 각박한 현실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주택을 단지 미래를 위한 대비책으로 여겼던 기성세대와 달리, 청년층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했다. 좋은 채광, 넓은 평수, O세권 같은 조건들을 따질 여력도 없이, 그저 내 몸 하나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찾았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 절반 이상이 10억 원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그들의 수입만으로 부동산 상승세를 따라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본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분기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중 새로 가계대출을 받은 비율은 약 58.4%로, 2018년(51.9%) 이후 줄곧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대 청년 전세 대출액은 2017년 4조 3,891억 원에서 지난해 24조 3,886억 원으로 무려 5.6배나 폭등하기도 했다. 주택 관련 대출 이후에는 신용 대출에 불이 붙었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근거하면, 2021년 기준 금융권의 마이너스 상품을 이용한 20대의 대출 잔액은 2조 5,787억 원에 달한다. 조사 시작 이래로 20대 대출 잔액이 2조 5천억 원 선을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여기에 대출보다는 용이하지만, 금리가 높은 카드론도 성행하기 시작했다. 2021년 20대 카드론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18.5% 급등한 1조 1410억 원에 이르렀다. 이를 통해 주택에 대한 청년들의 투기적인 접근이 얼마나 과열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러한 청년들의 영끌 흐름에 아파트 청약시장도 덩달아 치열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64.3 대 1로, 2020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1인 가구인 청년층은 청약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민간분양 주택청약제도는 가점제로 이뤄지는데,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합해 총 84점 만점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무주택기간은 미혼자의 경우 만 30세부터 기간을 상정하기 때문에, 청년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가점은 무주택기간 15년(32점)+부양가족 수 0명(5점)+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으로 최대 54점에 불과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서 발표한 청약 당첨 가점의 평균이 63.3점인 것을 고려할 때, 이는 턱없이 부족한 점수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오직 추첨제로만 진행하는 무순위·잔여세대 청약에 2030 세대가 몰려든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주거 지원,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극한으로 치닫는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부동산 규제와 완화를 끊임없이 반복했고, 청년 대상 주거 사업도 꾸준히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청년매입임대 △청년전세임대 △행복주택 사업을, SH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역세권 청년주택 등의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청년 주거 빈곤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전체 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 비율은 2015년 기준 12%로 1995년(47%) 대비 급락한 반면, 서울의 1인 청년 가구 중 주거 빈곤 가구 비율은 2015년(37%) 이후 상향세를 띠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갖가지 정책을 내놓은 정부의 대응에도 청년 주거 빈곤이 개선되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세자금으로 최대 1억 2천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청년전세임대주택. 하지만 실질적인 계약률은 50%대로, 지원 대상자의 절반은 입주할 주택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임대인이 절차가 복잡한 LH와의 계약을 꺼려,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LH 전세임대포털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월곡동 내 거래 가능 전세임대주택은 1가구뿐이며, 주변 종암동과 미아동까지 포함해도 총 6가구만이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2. 4. 8. 기준) 턱없이 부족한 매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남아있는 집조차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주변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측정하는 임대주택 특성상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교 졸업생 B 씨는 “임대주택을 구하려고 해도 높아진 주변 시세 탓에 목돈이 없는 서민들은 실질적으로 구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지원을 토대로 집을 마련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현실에 윤석열 당선인 역시 주거 정책 공약으로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청년원가주택 3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목돈 마련을 위해 연 3.5%의 복리를 제공하는 청년도약계좌의 도입도 예고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맘 편히 쉴 곳 하나 찾지 못하는 세상. 그 와중에 그들에게 내려진 결혼과 출산을 통한 사회 유지라는 압력. 나날이 부담만 늘어가는 현실이지만, 오늘도 청년들은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속 한 줄기 빛을 좇아 살아간다. 집을 위해 청춘을 바치며 지칠 대로 지친 청년들이 더이상 좌절하지 않도록, 가시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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