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회의 민주주의 실현,
42년 전 광주에서 해답을 찾다

  지난 14일 오전 7시, 제55대 총학생회 ‘루트’(이하 루트)를 포함한 18명의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서울역에 모였다. 올해로 42주년을 맞이한 5·18광주민중항쟁을 기리고자 기획된 ‘2022 대학생 5·18 광주역사기행(이하 기행)’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기행은 본교 학생들과 더불어 건국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등 총 53명의 학생이 모여 진행됐다.

광주에서의 9시간, 그날 속으로
  오후 12시, 꼬박 5시간을 달려 광주에 도착한 학생들은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했다. 열사들이 폭도로 치부될 당시 몰래 만들어진 이곳은 1997년,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약 5만여 평의 부지에 새롭게 조성됐다. 참가자들은 먼저 참배광장의 추모탑에서 헌화와 묵념을 한 후 추모탑 뒤쪽에 위치한 신묘역으로 향했다.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정 이후 기존의 국립묘지에서 123기의 묘를 이장하면서 만들어진 이곳은 현재 5·18민중항쟁 열사와 그의 배우자를 포함한 893기가 안장돼있다. 학생 기행 해설사와 함께 신묘역을 돌며 수많은 열사의 생전 행적을 공부하니, 그날의 아픔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 후, 민주 묘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원묘역으로 향했다. ‘망월동 옛 5·18 묘지’라 불리는 이곳에는 58명의 민족민주 인사가 묻혀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외친 최헌열 열사부터 쌀값 안정화를 위해 투항한 백남기 농민까지. 5·18민중항쟁에 참여하다 숨진 자들뿐만 아니라 오월 정신1)을 계승해 활동한 시민들 또한 안장돼있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투항한 열사들이 잠들어있는 원묘역에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묘역 참배를 통해 수많은 열사의 희생정신을 배운 우리는 자유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던 광주 시내를 지나 전남대학교 내의 민주길로 향했다. 이 길은 오월 정신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 10곳을 연계한 1.4km의 도보 순례 코스다. 참가자들은 약 1시간 동안 순례길을 걸으며 당시 민주주의를 외쳤던 학생들의 정신을 되새겼다. 5·18민중항쟁의 시발점이었던 정문을 시작으로, 수많은 집회가 개최됐던 봉지 5·18 광장을 거쳐 윤상원 열사 공원에 도착한 기행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역사를 기억하고, 교훈을 얻다
  이번 광주 기행은 5·18민중항쟁의 역사를 배우고, 현 학생 사회에서 계승해야 할 민주주의 정신을 알아보고자 진행됐다. 그 때문에 전대넷에서는 참가자들의 역사 공부를 위해 8개 조를 꾸린 뒤, 각 조에 미리 교육받은 학생 기행 해설사를 배정하는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또, 기행 종료 후 교류회를 진행해 새로운 학습의 장을 마련했다. 전대넷 집행위원장 서울교육대학교 김민정(24·여) 씨는 “광주를 기억하기 위해 오랜 시간 모두 함께 달려왔다는 점에 벅차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여러 움직임을 이뤄낸 총학생회 구성원들이 광주 기행을 바탕으로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 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루트는 우리 대학 참가자들이 기행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예비 교육을 시행했으며, 이동 중인 버스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참가자들에게 광주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번 기행에서 예비 교육 진행과 기행 해설사를 맡은 루트 집행위원장 박종화(국사학과 16) 씨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학우들 덕분에 기행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광주 기행을 바탕으로 학생회로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참가자들은 이번 기행을 통해 광주의 역사를 톺아보며 학생 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깊이 탐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안겨준 5·18광주민중항쟁. 시민들은 끝없이 변화를 외쳤고, 결국 오늘날의 민주 국가를 만들어 냈다. 온몸을 바쳤던 그들의 노력이 헛되이 돌아가지 않도록, 우리 대학 학생들도 오월 정신을 본받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1) 오월 정신: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집권자에 맞서 국민의 주권을 되찾음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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