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부터 인디(indie)는 너무 멋져

 ‘내 맘대로 살 거야 말리지 마’. 이 짧은 가사가 말해주듯 우리는독립을 갈망하는 인디 시대 속에 있다여기서 인디(indie)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돈(자본) 또는 규범에 간섭받지 않고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는 모든 것을 일컫는다. 크게 음악과 영화 두 산업에서 인디문화가 주목받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출판, 패션 분야까지 뻗어가 우리의 삶 속 깊숙이 침투 중이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인디는 뷰티 산업에도 출현했다지난 3, 인디 브랜드 라카(LaKa)젠더 뉴트럴1) 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워 신제품 프루티 글램 틴트를 글로벌 뷰티 플랫폼 큐텐(Qoo10)재팬의 종합 랭킹 1위로 안착시켰다. 이외에도 디어달리아 (DEARDAHLIA)’, ‘헉슬리(Huxley)’는 각각 비건과 미니멀리즘이란 키워드를 뷰티 제품에 그대로 녹여내 깐깐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한편에서는 평범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한 예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악뮤 (AKMU)의 이찬혁은 특유의 바이브와 몸짓으로 대중들에게 지디병(GD)’2) 이라는 조롱 섞인 수식어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개성 넘치는 음악적 면모를 보여줬고, 2년이 지난 현재 그가 등장한 영상엔 찬혁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찬며들었다와 같은 긍정적인 내용의 댓글이 가득하다. 한때는 비주류였던 힙합이 주목받은 이유도 이와 같다. 서서히 청춘들에게 다름의 가치가 반짝이는 문화로 스며든 것이다.

  남들과 다른 게 꼭 틀린 것은 아니다. () 평범 함. 누군가는 청개구리 같다고 고개를 저을지 몰라도 개성을 고집하는 반항적인 마음 또한 인간 본연의 욕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부터 형식의 파괴가 가지는 찬란한 인디 세계 속으로 당신을 초대 한다.

1) 젠더 뉴트럴: ‘성 중립을 뜻하는 단어로, 남녀 구분 자체를 없애고 중립성을 지향해 사람 자체로만 보려는 움직임

2) 지디병(GD): 가수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G-DRAGON)’ 를 따라한다는 의미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이렇게 감동을 줘도 되는 거임? 독립영화도?

ⓒ네이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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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이 상업영화의 매력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연출, 톱스타가 연기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어디서든 관람할 수 있는 접근성까지. 하지만 최근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인디문화가 성행하면서 사람들은 흥행과 수익보다 창작자의 의도에 집중하는 독립영화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중을 끌어당긴 독립영화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를 몸소 체험해보고자 한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플레이스로 향했다.

  홍대에 위치한 영화관에 들어서니 독립 단편영화 기획전을 진행하는 오렌지 필름의 무대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5월에는 관찰과 애정을 주제로 한 영화 세 편, <영화전대 춘화레인저>, <두 여자>, <순자와 이슬이>가 상영됐다.

  그중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영화전대 춘화레인저>. 영화과 학생 요훈과 비디오 가게 사장 춘화의 전대물1) 제작기를 담은 이 영화는 노인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신선한 설정이 눈에 띄었다. 기존 상업영화와 달리 굳이 교훈을 담지 않으려는 독립영화만의 담백한 매력이 오롯이 드러났다. 더불어 주인공의 변신 장면과 악당을 물리치는 특별한 기술을 B급 감성으로 재치 있게 표현해 일반적인 전대물과는 또 다른 참신함을 보여줬다.

  또한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따스한 시선을 담은 영화 <두 여자>, 28살 순자와 68살 이슬이의 세대를 뛰어넘은 우정을 담은 영화 <순자와 이슬이> 역시 보편적인 상업영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인물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통해 관객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선사했다. 이렇듯 독립영화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배우와 관객이 공감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한다. 담담한 이야기로 감동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독립영화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1) 전대물: 일본에서 시작된 특수 촬영물로 다수가 팀을 이루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지구를 구하거나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주로 다루는 장르

김다연 수습기자 redbona@naver.com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꽃 핀 인디 게임

ⓒSteam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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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 영화를 감상해봤다면 이제는 인디 게임에 빠져볼 차례다. 인디 게임이란 개인 또는 소규모 집단이 자율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대형 게임과 달리 개발자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기존에 없었던 소재를 게임에 접목하는 등 차별화된 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1월,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 한 ‘전염병 주식회사’는 영국 인디 게임 회사인 Ndemic Creations가 제작했다. 마치 전염병이 창궐한 현 시국과 닮아 있는 이 게임은 전염병을 퍼뜨릴 국가를 선택하며 시작된다. 그리고 전염병 매개체를 퍼뜨려 전 세계를 멸망시키면 게임이 종료된다. 여기에 개발진은 2년 전부터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는 ‘치료 모드’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과 정반대의 규칙을 활용해 위생 및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해준다.

  이에 기자도 직접 ‘전염병 주식회사’를 체험해봤다. 매개체로 박테리아를 고르고 발원지로 중국을 선택한 후 게임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DNA 포인트를 모아 전염성과 증상을 진화시키며 감염자 수 를 늘려나갔다. 또 가짜 뉴스를 유포해 백신 개발 속도를 지연시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대중의 위생 인식이 높아지고 백신이 개발되자, 끝내 게임 에서 지고 말았다. 다음으로 플레이한 치료 모드에 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능력을 사용해 성과를 거뒀다. 전염병과 치료라는 주제로 게임이 만들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더욱 신선하고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인디 게임은 난해할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스토리나 그래픽 측면에서 대형 게임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단순한 조작법과 독특한 스토리텔링은 그 상승세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천서윤 수습기자 1000seoyun@naver.com

 

잔디밭에서 찾은 인디 밴드의 여름

  ‘내귀에 도청장치’, ‘전기뱀장어’, ‘이날치’… 하나같이 강렬한 이름의 주인공은 인디 밴드다. 그들은 독립된 소규모의 자본으로 활동하며, 주로 홍대나 신촌의 작은 클럽에서부터 몸집을 키운다. 인디 밴드의 독특하고 길들지 않은 감성은 그간 마니아층 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했다.

  인디 밴드는 사실 1990년대, 비정형의 결정체로 불리던 ‘X세대’부터 존재했다. 허나 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2000년대, 우리가 특별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획일화된 장르가 아닌 솔직함을 노래하는 인디 가수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매년 개최되는 ‘Beautiful Mint Life’ 도 그 산물 중 하나다. 이에 기자도 그 매력을 맛보기 위해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으로 향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라쿠나’의 개회사와 함께 베이스와 기타,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귓가를 스치는 ‘그댄 나의 여름이야’라는 가사와 간지럽게 부는 산들바람은 일상 속 스트레스를 잊게 했다. 이어 구슬픈 멜로디의 ‘서도밴드’, 매력적인 보컬의 ‘디어클라 우드’, 가벼운 리듬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솔루션스’, 그리고 몽환적 분위기를 지닌 ‘아도이’의 무대가 차례로 펼쳐졌다. 어느새 하늘이 어둑해지고, 마지막 순서인 ‘잔나비’의 무대가 시작됐다. 강렬한 비트로 시작한 공연은 서서히 ‘잔나비’ 특유의 아련한 감성으로 채워졌고, 관객들은 잔잔한 선율에 몸을 맡겼다.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악기 소리의 여운은 여전히 온몸을 감돌았다.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날 것 의 목소리가 어쩌면 가장 대중적일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인디의 속뜻이 independent(독립된)가 아닌 indispensable(없어서는 안 될)로 바뀔 시간이다.

최보영 기자 choiboyoung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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