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 신상곤 씨(62·남)와 김지원 씨(48·여)

  ‘밤길 조심해라.’ 장난스럽게 들리는 말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정말로 밤길을 조심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난달 20일, 늦은 밤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려던 한 60대 남성이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의 손에 붙잡혀 화두에 올랐다. 어두컴컴한 저녁의 골목은 숨을 공간이 많고 사람들 눈에도 잘 띄지 않아 이전부터 범죄가 자주 발생했던 장소다. 그렇게, 여전히 우리는 범죄의 위협이 도사리는 골목을 가슴 졸이며 지나가고 있다.

  이젠 깜깜한 귀갓길, 두려움에 떨지 말고 ‘서울시 안심이앱’(이하 안심이)에게 도움을 요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안전한 귀가를 돕기 위해 서울시는 2017년 하반기부터 귀가 안심 앱 ‘안심이’를 제공 중이다. 안심이는 24시간 동안 서울 전역에 설치된 6만 대 CCTV와 연계돼 실시간 모니터링은 물론 구조지원까지 하는 서비스다. 주요 기능은 △긴급 신고 △불법 촬영 점검요청 △스마트 보안등 △안심귀가 모니터링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이하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 신청으로, 각종 범죄 및 사고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있다.

  안심귀가 서비스는 월요일=22시~24시, 화~금요일=22시~25시까지 귀가하는 시민을 위해 스카우트 대원(2인 1조)이 동행하는 서비스로, 서울시 전체에서 관할 구역을 나눠 운영 중이다. 앱 이외에도 안심귀가 서비스는 다산콜센터 120번 또는 성북구청 당직실 2241-1900에 연락해 신청할 수 있다. 안심귀가 서비스 예약은 월요일=21시 30분~23시 30분, 화~금요일=21시 30분~24시 30분까지 가능하다. 이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리기 30분 전에 미리 하는 게 좋다. (전화 예약은 22시부터 가능) 서울시 성북구는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이 △고려대역과 안암역 △길음역 △돌곶이역 △보문역 △성신여대입구역 △정릉역 △한성대입구역, 총 7개의 거점 구역을 두고 7개의 조를 각 구역에 배치하고 있다. 남들과는 정반대인 출퇴근 시간, 그들의 일과가 궁금해진 기자는 이번 달 17일, 22시부터 25시까지 고려대역과 안암역 부근을 담당하는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 두 분을 만났다. 이들과 함께 종암동 골목 구석구석을 걸었던 3시간의 여정을 전한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김 씨다.
△핸드폰을 확인하는 김 씨다.

[PM 9:50] 화요일 밤, 누군가는 하루를 마무리할 늦은 시간. 안심귀가 서비스 활동의 시작점인 종암파출소에 도착했다. 경찰관과 담소를 나누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노란색 조끼와 모자를 쓴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 신상곤 씨(62·남)와 김지원 씨(48·여)를 만났다. 인사를 마친 후, 그들은 익숙한 듯 소파에 앉아 출근부를 작성했다. “원래 업무 일지는 집에서 쓰는데 오늘은 보여주려고 일부러 가져온 거예요.” 신 씨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자연스레 우리는 곧장 경찰서 밖으로 나와 아파트 단지 옆 골목을 걸었다. 기자는 생각보다 넓은 활동 범위에 항상 도보로 활동하시냐는 질문을 건넸다. 신 씨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걷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후로도 왠지 걷는 길이 어색해 꼬치꼬치 그들의 업무에 관해 물어봤다. 낯선 이의 질문이 귀찮을 만도 한데 신 씨는 호쾌한 말투로 대화를 이끌었다.

  신 씨와 김 씨는 안암동과 종암동을 담당하는 6조다. 신 씨는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성신여대입구역을 거점으로 돈암1동, 동선동에서 활동하다 3월부터 이쪽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김 씨는 올해 3월부터 안심귀가 서비스 업무를 시작한 새내기다. “활동 정도를 따지자면 고려대역과 안암역이 6대 4 비율인 것 같네요.” 이동 중에도 신 씨는 부지런히 말했다. 그들의 말엔 안심귀가를 향한 남다른 긍지가 담겨있었다.  

 

△종암동 골목의 모습이다.
△종암동 골목의 모습이다.

[PM 10:10] 아침엔 덥다가도 해가 지면 쌀쌀한 5월이다. 밤공기는 왠지 모를 오싹함이 느껴져 스산한 골목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아무래도 이렇게 선선한 날은 괜찮은데, 여름이나 비가 오면 힘들죠.” 그는 조심스럽게 대원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충을 풀어놨다. “우리는 항상 동행하는 고객님의 보폭에 맞춰요.” 힘든 활동에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근무하는 그의 정성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큰 길가 앞 ○국타이어 건물 앞에 도착했다.     

[PM 10:16] “어머, 안녕하세요!”라는 김 씨의 반가운 인사가 정적을 끊었다. 드디어 실제 이용자와 첫 동행을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골이세요. 단골” 김 씨가 말을 꺼내자마자 검은색 벙거지에 검은 가방을 맨 여성이 무언가를 가방에서 건넸다. 꿀 약과였다. 오래된 친구처럼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오른쪽 대로변으로 걸어갔다. 신 씨는 기자 두 명과 함께 두 발짝 떨어진 곳에서 걸었다. “그래서 문과가 힘들다니깐요.” 연이어 들려오는 웃음 섞인 둘의 대화는 엄마와 딸을 연상케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집 앞에 다다랐을 때, 기자는 말을 걸었다. 우리의 첫 고객은 고려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수 씨였다. 도서관 근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종종 안심귀가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그는 이를 통해 서로가 소중한 인연이 됐다며, 기자에게 귀여운 부탁을 건넸다. “이렇게 좋은데,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 많이 이용해달라고 써주세요.”

[PM 10:16]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은 1시간 간격으로, 총 3번 현장 사진을 찍어 실시간으로 담당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성실히 업무를 하고 있는지, 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김 씨는 “학생들이랑 사진 찍으니까 사진이 아주 환해”라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보통 안심귀가 서비스는 ‘취약지역’, ‘우범지역’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활동을 수행한다. 그래서인지 걷는 곳마다 음침하고 어두웠다.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여성분을 발견했다. “서울시 안심귀가 스카우트예요. 안전하게 귀갓길 동행해드리고 있는데···” “괜찮아요! 집이 이 근방이어서.” 그리곤 아쉬운 정적이 흘렀다.

[PM 10:48] 두 번째 거점 지역인 교차로 앞 설렁탕집 앞에 도착했다. 김 씨가 혼자 걷고 있는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에게 다가갔지만, 홀로 유유히 돌아왔다. 벌써 오늘로부터 두 번째 거절이다. “저희는 한 사람이라도 더 해주고 싶긴 해요.” 신 씨는 멀어져 가는 여성분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신 씨의 설명에 따르면, 안심귀가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많이 없어 올해 성북구는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이 80% 정도 줄었다. 또, 총 7개의 거점 지역 중 월곡역(동덕여대)은 포함돼있지 않았다. 여대 근처임에도 불구하고 월곡역을 담당하던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 건수가 적어 올해부터 폐쇄됐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보면 또 성북구가, 동덕여대 부근이 안전하다는 뜻도 되죠.” 오히려 신 씨가 기자를 다독였다.

[PM 11:39] 아까의 좌절은 약과였나 보다. 고려대역 근처에서 연거푸 세 여성분께 거절당했다. 하지만 마침내 권유하는 대원분들의 열정이 골목에 닿은 걸까. 한 여성분이 승낙해 주셨는지 뒤떨어져서 상황을 주시하던 기자에게 신 씨가 따라오라 손짓했다.

[PM 11:49] 원룸, 고시원, 고시텔 등 1인 가구가 지배적인 종암로3길 주택가를 계속해서 걸었다. 꼬리에 꼬리를 문 골목길을 따라가 고개를 드니 가로등 위에 달린 ‘여성안심귀갓길 신고 전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꽤 익숙해진 종암동 우체국 대로변으로 빠져나와 월곡역 방향으로 다시 올라갔다. “지하철이 끊겼으니 순찰 위주로 돕시다.” 오직 가로등 불빛과 김 씨가 쥐고 있는 안전봉에 의지해 발길을 옮겼다.

 

​△기자가 찍은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과의 사진이다.
​△기자가 찍은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들과의 사진이다.

[AM 12:31] 31분이 되자 대원들은 오늘 활동의 마지막 사진을 남겼다. 기자 역시 아쉬운 기분이 들어 핸드폰으로 그들과의 순간을 기록했다. 그렇게 성북구의 밤길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과의 여정은 마무리됐다. 안심귀가 스카우트 대원의 하루를 몸소 겪어보니 앞으로 지나갈 수많은 골목이 두렵지 않았다. 검은 하늘엔 달이 있다면, 으슥한 골목엔 ‘안심귀가 서비스’가 있다. 오늘은 유독 안심되는, 밝고도 환한 달이 뜬 밤이었다.

글 송영은 기자 syet0530@naver.com 
사진 이주은 기자 flowerju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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