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미운 그대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의 폭염을 견뎌 낸 당신에게 묻고 싶다. 혹시 처서 매직을 기다려본 적 있는가? ‘처서 매직24절기 중 하나인 처서와 마술을 뜻하는 영어 ‘magic’의 합성어로, 더위가 한풀 꺾이는 처서가 지나면 마법처럼 날씨가 선선해진다고 해 생긴 신조어다. 이렇듯 하루 빨리 시원한 날이 오길 바라는 누리꾼들의 간절함은 한국 여름의 극심한 무더위를 짐작하게 한다.

  녹음을 느껴 보기도 전에 푹푹 찌는 날씨로 한국인들의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만드는 여름. 한국의 여름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통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삼복이다. 삼복은 양력 7월부터 8월 사이에 있는 초복, 중복, 말복을 통칭하는 단어로, 흔히 24절기 중 하나로 알고 있지만 기타 절기인 잡절에 속하는 절기다.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삼복더위라고도 불리는데, 우리 조상들은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이겨내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영양소 보충을 위해 보양식을 챙겨 먹는 풍습과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열로 더위를 다스리는 이열치열정신은 오늘날까지 전해져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여름은 피서를 떠나기에도 아주 적합한 계절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다. 동부지역에서는 해수욕을 즐기고, 밀물과 썰물이 생기는 서남부지역에서는 시간대별로 다른 바다를 경험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든든한 기둥이 돼주고 있는 큰 산맥들에서는 계곡 여행과 레저 스포츠가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자연이 만들어주는 다양한 놀거리는 혹서에 지친 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강렬한 태양에 과감히 맞설 수 있게 한다.

  한국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장마 전선은 때때로 우리를 기진맥진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지리적, 문화적 요소에 집중했을 때 발휘되는 그 진가를 맛보게 된다면, 어느새 한국의 여름을 사랑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뜨거운 햇볕에 질려버린 그대에게, 여름의 숨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며 기자들의 행복했던 여름방학의 한편에 초대한다.

김다연 수습기자 redbona@naver.com

 

더위의 권모술수엔 백전백승 백숙

  맴-맴-맴-맴. 잠을 깨우는 매미 소리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무더위는 여름을 더욱 실감나 게 한다. 계속된 폭염에 지칠 대로 지친 사람들은 주목하길 바란다. 지금부터 이번 여름방학 동안 기자가 더위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그 비결은 바로 백숙! 예로부터 백숙은 보양 음식으로 우리 조상들의 여름철 건강을 책임지는 효자 음식이었다. 원래는 ‘고기나 생선 따위에 양념 하지 않고 맹물에 푹 삶아 익혀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었지만 현재는 흔히 닭백숙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닭백숙이 여름철의 대표적인 보양식이 된 이유는 단백질 등의 풍부한 영양분 때문이다. 여름마다 식을 줄 모르는 백숙의 인기 덕에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닭백숙에 한약재인 당귀, 엄나무, 황기 등을 넣어 한방백숙으로 즐길 수도 있고 물에 불린 찹쌀을 밑바닥에 깔고 닭고기를 얹어 삶아낸 누룽지 백숙은 고소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에 또 다른 별미로 여겨진다.

  기자 역시 방학 동안 복날을 맞아 백숙을 맛봤다. 넓은 전골냄비에 닭과 함께 나온 한약재와 채소, 전복과 같은 다양한 재료들은 시각과 후각을 자극해 맛을 보기도 전에 즐거움을 주었다. 입에 한입 넣자마자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코기와 짭짤하고 쫄깃 한 전복의 식감은 최강의 궁합을 자랑하며 미각까지 사로잡았다. 이전에는 어른들이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시원하다고 말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백숙을 먹으며 속이 후련해지는 걸 느끼자 선조들이 말하는 이열치열 정신을 체감할 수 있었다. 담긴 닭고기를 다 먹었다고 식사를 다 끝낸 줄 안다면 오산이다. 닭죽까지 먹어야 비로소 백숙을 먹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닭죽 또한 든든함과 맛까지 무 엇도 놓치지 않은 음식이다.

  삼복더위와 입추를 지나 벌써 여름의 끝자락, 가을이 시작되는 시점에 와 있다. 더위가 완전히 가시 기 전 백숙을 먹으며 몸보신하고 다가올 개강을 힘차게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천서윤 수습기자 1000seoyun@naver.com

 

똑똑, 여기 ‘여름의 빌라’ 맞나요?

ⓒ알라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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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맛을 신나게 즐겼다면, 이제는 문학을 통해 더위를 이겨내볼 차례다.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음료 한잔과 함께 즐기는 독서만큼 여유로운 순간도 없다. 이런 여름의 온기에 젖어드는 시간을 마주할 때면 항상 떠오르는 책이 있다.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다.

  푸르른 나무가 그려진 매력적인 표지에서부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 책은 각기 다른 8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집이다. 고등학생부터 30대 남녀, 그리고 백발의 할머니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주인공들이지만, 이들은 모두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먼 나라 프랑스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시간의 궤적>, 은행 차장이 돼 지난 학창 시 절을 되새겨 보는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나갔던 엄마와 재회하는 <폭설>등.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성장통을 겪어 내는 이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는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조용하고 단정한 인물들과 상반되는 ‘공간’에 있다. 독일, 미국, 캄보디아,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국적인 환경과 낯선 사람들, 이질적이고 두려운 요소들과 마주하게 된 주인공들은 타인의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한층 더 성장해나간다. 이러한 모습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운 현대인들에게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존하는 사회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여름철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잔잔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책 『여름의 빌라』. 쉼 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일상에 찾아온 그들의 이야기는 잊고있던 청명한 여름 햇살을 만끽하게 했다. 오늘 하루 색다르게 여름을 즐겨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며 일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여보자.

김한비 기자 hanb02@naver.com

 

강: 강릉으로 여행 가는 것이 릉: 능사여~

  여름은 바캉스의 계절이다. 휴가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여행’을 떠나곤 한다. 특히 학기 중엔 길게 시간을 내기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여름 방학은 어디론가 떠나기 안성맞춤이다. 여름이 주는 젊음의 열기를 따라 기자도 이끌리듯 버스에 몸을 실어 봤다.

  기자가 선택하고 직접 다녀온 여행지는 바로 ‘강릉’이다. 왜 많고 많은 한국의 여름 여행지 중 강릉이지? 라는 의문이 든다면, 지금부터 주목해보자. 먼저 강릉은 서울에서 매우 가깝다! KTX 기준 약 1시간 40분, 버스 기준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강릉은 부산이나 제주도처럼 먼 지역으로 이동할 때보다 피로를 줄일 수 있다.

  강릉의 매력에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산, 바다, 호수 등 다양한 절경을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강릉. 특히 경포해변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바로 옆에 위치한 경포호수를 거니는 일정을 통해 기자는 장소별 각기 다른 풍경을 눈에 담으며 여름 특유의 청명하고 눈부신 추억을 쌓기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강릉은 가히 미식의 도시다. 사실 먹기 위해서만 강릉을 방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초당순두부 마을에서 몽글몽글한 순두부 먹기, 강릉항 회센터에서 펄떡 뛰는 생선을 잡아서 회로 먹기, 커피 향이 솔솔 나는 커피콩빵 먹기 등 다양한 맛을 경험한 기자의 입안은 쉴 새 없이 춤을 추기도 했다. 국내의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이후, 많은 인파가 여행지로 몰리고 있는 지금, 오감을 모두 만족시켜주는 강릉으로 떠나볼 시점이다.

  이처럼 기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름을 사랑한다. 한국의 여름만이 가지고 있는 초록빛의 풍경, 매미 우는소리, 장마철 쏟아지는 비에 귀를 기울이며 막걸리 한잔할 수 있는 여유도 애정한다. 여름 음식을 먹고, 여름 느낌이 물씬 나는 책을 읽고, 내리쬐는 태양 빛 아래에서 해수욕하며 여름의 낭만을 만끽했던 2022년 8월. 우리의 여름방학이었다.

김수인 기자 cup09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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