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논란의 시초가 된 모 카페의 사과문이다
문해력 논란의 시초가 된 모 카페의 사과문이다
2030 세대 대다수가 수준 4와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2030 세대 대다수가 수준 4와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주제로 앞다퉈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의 모습이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주제로 앞다퉈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의 모습이다

 

  지난달 20일, ‘심심한 사과’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1)에 올랐다. 어떻게 이 구절이 화제가 됐을까. 이는 모 카페의 사과문에서 비롯됐다. 사과문에는 ‘불편을 끼쳐드린 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는데, 몇몇 네티즌들이 이 구절의 ‘심심한’이라는 표현에 불편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이 해당 문장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본문의 심심함을 ‘싱겁다’라는 뜻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심함을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한’의 의미로 알던 이들은 ‘이것도 몰라?’라는 식으로 전자의 사람들을 비난했고 이내 양측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해석의 차이에서 빚어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전 한 교사가 학생에게 이지적이라고 말한 것을 학생이 ‘easy’로 알아듣고 불쾌감을 드러낸 사건도 있었다. 
  언론은 이와 같은 사안을 앞다퉈 보도하며 현대인의 문해력 저하에 대한 걱정을 표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문해력과 기성세대의 문해력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며, 2030의 문해력을 중심으로 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문해력(文解力)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개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어휘력과 독해력을 포함하는 언어 능력으로 통용되고 있다. 

문해력의 동상이몽
  젊은 세대의 문해력은 우려대로 수준 이하인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국가문해교육센터에서 실시한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는 아니라는 답변을 내놨다.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위 조사에 따르면 오히려 연령이 높아질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드러났다. 조사에서는 문해 수준을 총 4단계로 나눠 판단했다. (△수준 1=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함 △수준 2=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활용은 미흡함 △수준 3=가정 및 여가생활 등 단순한 일상생활에 활용은 가능하지만, 공공 및 경제생활 등 복잡한 일상생활에 활용은 미흡함 △수준 4=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춤) 그 결과 18세부터 49세까지 수준 4에 해당하는 사람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고령일수록 문해력 수준이 점점 낮아졌지만 80세 이상을 제외한 중장년층 역시 수준 3과 수준 4를 합친 비율이 과반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대별 문해력 간극, 젊은 세대의 언어 능력 저하 등과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에 문해력 판단의 실질적 기준은 담겨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 

어휘사용에도 배려가 필요합니다
  문해력의 정도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앞선 사례와 같이 사회적 소통이 어려워진 원인은 무엇이었나. 먼저, 개인 혹은 세대마다 익숙하게 사용하는 어휘가 달랐다. 이는 각기 다른 △교육 수준 △성장 환경 △사회적 변화 △지위 등에서 비롯된 결과다. 더군다나 현세대는 필수적으로 한자 교육을 받던 기성세대와 달리, 한자어에 낯설고 외래어에 친숙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신조어가 기성세대에 생소한 어휘일 수 있듯, 한자를 배우지 않은 세대에게는 한자어가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어 지식의 깊이에 따라 불통의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자, 세계 각국에서는 간결하고 명확한 언어 사용을 유도하려는 시도를 하고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쉬운 영어 쓰기 운동 (Plain English Campaign)’을 통해 전문 지식을 갖춘 이들만 명확히 파악할 수 있던 정보를 쉬운 언어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양질의 교육 환경은 지속적인 교육과정의 촉진과 향상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다(High-quality learning environments are a necessary precondition for facilitation and enhancement of the ongoing learning process).”라는 문장을 “어린이들이 제대로 배우려면 좋은 학교가 필요하다(Children need good schools if they are to learn properly).”로 바꿔 문장의 이해도를 높였다. 이러한 사업은 미국에서도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연방 정부에서 생산하는 문서 전부에는 고급 영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법으로 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을 통해 언어의 보편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올해 1월부터 국립국어원과 함께 새로 유입된 외국 용어의 순화어를 매주 발표한다. 일례로 문체부는 지난달 31일 보도 자료를 통해 new space 사업을 대체할 우리말로 민간 우주 개발사업을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말다듬기 사업에서 선보이는 어휘 대부분이 외래어에 해당하고, 다듬어진 말의 일부만 실제 교과서 혹은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어 사업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국문과 교수가 생각하는 문해력 논란은
  그렇다면 전문가는 최근 불거진 문해력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고자 본교 국어국문학과 오규환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오 교수는 한국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사람 중에는 ‘심심한’과 ‘이지적’이라는 표현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 수가 많은지 적은지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가 정확한지를 다시 한번 더 검토하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문해력에 있어 세대 간의 차이를 실감하냐는 기자의 질문엔 “세대 사이에 큰 언어적 간극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간극은 어느 한쪽이 더 낫고 어느 한쪽이 더 못하다는 것을 함의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더불어 언어적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 부정적으로만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우려의 말을 덧붙였다. 
  또한, 그는 현세대의 문해력 저하가 의무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한자’ 교육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한자 교육의 의무화와 어휘력 증진이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는 있겠지만, 절대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자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았던 제 경우를 떠올려 봤을 때, 저조차도 일부 한자어는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본인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 오 교수는 한자 교육을 필수로 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여러 사전을 검색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적절한 대안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끝으로, 오 교수는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름길이 없다”며, 글을 꾸준히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른바 고전이라고 불리는 글들을 하루에 몇 장씩 읽는 것, 그리고 사전을 가까이에 두고 늘 어휘를 검색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문해력을 키울 수 있다며 말을 끝맺었다.

진정한 문해력의 의미는
  언어는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기 위한 매개체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사라지도 하는 것이 어휘다. 지금껏 모든 언어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 존재해왔다. 하지만 지금의 ‘문해력’은 소통과 맥락 파악보다 ‘누가 더 고급 어휘를 많이 알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태다.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단어를 꼭 많이 알아야 하고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정적인 용어만 사용해 사고의 틀이 제한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언어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본인의 기준에 맞춰 타인의 언어 수준을 판단한다면 단연코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갈등은 불필요한 논쟁을 생성하며 개인을 넘어 사회 전반의 분열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간결하고 정확한 말의 전달과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려는 자세다. 이것이 진정한 문해력이자, 위 사안을 통해 현세대가 주목해야 할 핵심이다.

1) 실시간 트렌드: 트위터상에서 현재 얘기가 많이 되는 화제의 키워드

 

김수인 기자 cup09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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